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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요?

by 곰샘 Mar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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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이 어떠한 전략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은 저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문화를 바꾸기보다 차라리 전략을 변경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쉬운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Edgar H. Schein은 조직문화를 '한 집단이 외부 적응과 내부 통합 과정에서 배운 공유된 기본 가정의 집합'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기본 가정은 조직 구성원들의 사고, 행동, 의사소통 방식과 같은 가장 깊은 층위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쉽게 관찰할 수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문화는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 그리고 무의식적 습관 깊숙이 뿌리내린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복잡계 이론의 관점에서 조직문화는 수많은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결과로, 특정한 하나의 요소나 의도적 접근으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시스템 이론의 관점에서도 조직문화는 전체 시스템 속 다양한 하위 시스템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동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따라서 하나의 요소를 조정한다고 해도 기대한 대로 정확하게 문화 자체를 움직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코 1+1=2로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문화를 직접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대신,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의 루틴을 바꾸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입니다.

 우리가 건강을 목표로 할 때 건강 자체를 직접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운동 습관과 식습관 같은 구체적인 행동 패턴을 개선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마치 급하게 살을 빼려고 과격한 다이어트를 했다가 오히려 건강이 악화되는 것처럼, 조직문화 역시 직접적으로 무리하게 접근하면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 부작용만 남습니다. 건강 상태를 직접 목표로 삼기는 어렵지만, 건강검진을 통해 현재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습관을 수정하면 자연스레 건강이 개선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조직문화 진단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는 몰입도나 만족도 평균 점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조직문화 진단을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목표 자체가 아니라, 조직이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주기적으로 조직의 상태를 진단하여 프로세스와 루틴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전략경영의 관점에서는 조직문화를 '개선'이나 '변화'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문화는 '관찰'과 '수용'의 대상입니다. 인류학자 Clifford Geertz는 문화를 개선하거나 교정해야 할 대상이 아닌, 해석하고 의미체계를 만들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습관과 무의식적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상호의 의미를 넓히는 과정이 중요하며, 무리한 인위적 변화 시도보다는 이들을 수용하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결론적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는 목표는 대부분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매일의 업무 방식, 예를 들어 회의 방식, 피드백 주는 방법,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 등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부분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문화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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