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물어다 준 반가운 소식
아랫집 다섯 멍멍이들의 불침번이 아니면,이 곳이 사람사는 곳일까 싶습니다. 일체의 고요를 꿈꾸던 제게 확실한 선물입니다. 이 아침엔 어쩜 티끌만한 구름 한 점없이 푸르를 수가 있는지. 벽장 속에서 오래 묵은 이불을 꺼내다가 풍욕을 합니다. 햇살이 따갑지도 않은지 말간 얼굴로 빛을 말리는 정원 아이들을 봅니다.
보랏빛,파란빛의 수국을 심고 싶었습니다. 양평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겨울을 견디지 못한다더군요. 그 외 몇 몇 이름만 아는 꽃들을 대자 해가 직접 들지 않는 곳엔 안 된다더군요. 그래서 음지 식물을 종종 담벼락에 심고,징크 판넬의 삭막함에 생명을 더하느라 황매화를 심었습니다. 이뿌다고 좋아한다고 그저 내 울타리안에 들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 태생을 닮은 그 곳에 자리를 잡아야 '자기다움'으로 꽃피는 법이라고ᆢ또 평범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그랬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라고 별다를까요? '자기다움'을 자각할 수 있다면,그 스스로 빛이 날 테지요? 어제 뉴욕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뉴욕 주립대에서 정치학 교수로 있는 제자 유정이가 드디어 미시건대학의 박사학위증서를 받았노라고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아이의 엄마와 전 카톡을 주고받으며 한참 감회에 젖었습니다. 울컥 눈물도 났구요. 그래도 아픈 기억이 더 많은 인천에서의 삶이 조금은 위로가 된 듯했습니다. 그 아이와의 교집합의 시간들은 참 행복했거든요. 생글생글 언제나 웃음을 머금고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던 아이.
함께 서울대 특별전형을 준비하며 나누던 속깊은 대화. 지금도 삶의 고비고비마다 어린 날 들려주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복기하며 지혜를 얻는다고 말해주던 아이. 시기 질투를 받아 힘들어하던 순간에도 자신의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해하려 애썼었지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제자였지만 그 아이가 세상을 향해 보이는 긍정성과 성실함을 볼 때마다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자기다움'의 현신으로 사는 이들은 역시 평화로운 미소가 함께 합니다.
까치들이 유난히도 울어대네요. 빨래거리 싸매고 건너 오실려요?널찍한 테라스 마련했습니다. 여기저기 만국기 널어두고 책도 읽다가 흉도 보다가 따땃한 햇살 아래 젖은 영혼 말리며 늘어져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