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무호 Jul 20. 2024

피틴산은 현미의 '배신'인가?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

건강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미는 변비 예방, 혈당 조절, 고지혈증 조절, 고혈압 및 심장병 예방, 중풍 예방, 항암 효과 등이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현미의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 -> 현미밥이 좋은 이유 5가지)


하지만 건강식으로 알려진 현미가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주장이 한번씩 제기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몇년 전 한때 열풍을 일으킨 '플랜트 패러독스'란 책에서 현미 등 통곡물에 들어있는 렉틴(lectin)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에 현미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라 분류했었다. (*'플랜트 패러독스' 책의 문제점 -> 인간은 잡식동물인가?)


최근 주요 일간지에 현미밥에 든 '피틴산'이 칼슘이나 철분을 강하게 흡착하여 제거하기 때문에 노인에게 큰 문제가 되는 근감소증, 골다공증 및 빈혈을 유도할 수 있어 노인에게 현미밥을 권장할 수 없다는 기사가 나와 현미밥을 즐겨 먹던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1]. 


하지만 이 정보는 피틴산의 특성 중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일반인들은 사실을 잘 모르고 오해할 수도 있기에 피틴산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아래에 기술한다.


피틴산(phytic acid, phytate, inositol hexaphosphate, IP6)이란 무엇인가?


피틴산은 곡물의 외피에 주로 존재하는 옅은 노란색의 천연 식물 항산화제(antioxidant)로, 씨앗이 발아되기 전에 썩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피틴산의 주요 성분인 인(phosphorus)은 우리 몸에서 칼슘 다음으로 많은 미네랄로 골격 및 치아 구성, 체액의 산-염기 평형, 비타민과 효소의 활성화, 에너지 대사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이 필요한 대표적인 물질로는 유전자인 DNA나 RNA, 에너지가 되는 ATP, 뼈를 이루는 인산염(인산칼슘), 세포막의 성분인 인지질이다. 따라서 인은 생명 유지에 핵심적 물질이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필요하며 거의 모든 식품에 들어있다 [2].


식물의 성장에도 인은 필수 성분이기에 현미뿐만 아니라 콩, 견과류, 통곡물, 씨앗에는 피틴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화학 구조상 강한 음전하를 띠는 피틴산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양전하 물질(칼슘, 철, 아연, 마그네슘 등)을 흡착하고 배설하는 성질이 있어 이를 '항영양소'(anti-nutrient)라 한다 [3].


피틴산을 먹으면 미네랄이 부족해지나?


피틴산은 주로 식물에 들어있어 채식하는 분들은 피틴산의 영향으로 미네랄이 부족할 걸로 예상할 수는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채식인의 몸에 있는 아연, 마그네슘, 구리, 셀레늄 등의 미네랄을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4]. 철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빈혈의 빈도도 채식인과 잡식인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5].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8년간 완전 채식(비건)을 하며 현미밥을 하루에 2번 먹고 있는 필자도 해마다 하는 건강검진에서 헤모글로빈 및 모든 미네랄 수치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피틴산의 작용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다.


현미에는 백미에 비해서 여러가지 미네랄이 훨씬 더 많이 들어 있다. 이렇게 많은 미네랄이 모두 흡수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칼슘이 너무 많이 흡수되면 혈관이나 근육 또는 힘줄에 석회(calcification)가 생기고 신장결석 및 부정맥이 생긴다 [6,7]. 철분이 너무 많이 흡수되면 간에 철분이 축적되어 간 독성이 발생하고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 [8,9]. 현미의 피틴산은 이들 미네랄을 일부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배설하므로 미네랄 흡수량을 적당히 해 준다. 백미에는 피틴산이 적게 들어 있으나 미네랄 또한 적게 들어 있으므로 미네랄 부족이 생길 수 있다 [10].


피틴산은 건강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항암효과다 [11]. 특히 남성에게 고민거리인 전립선암을 예방하고, 여성의 유방암 및 대장암 예방 효과도 있다 [12,13,14].

 

체내에 들어오는 독성 미네랄인 카드뮴, 납, 니켈 등을 흡착해서 대변으로 배설하는 킬레이션(chelation) 작용으로 해독 기능이 있다 [15] (*킬레이션; 가재의 집게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킬레(chele)'에서 유래하였다. 가재가 집게발로 잡듯이 중금속 같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을 집어내어 체외로 배출시킨다는 뜻). 


신장결석 예방 및 치료도 하고 [16], 심혈관 및 연부조직의 석회화를 방지한다 [17]. 당뇨환자에게 혈당조절을 용이하게 하고, 당화혈색소 및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18]. 폐경 후 여성에서 뼈 손실을 방지하여 골다공증 예방 효과가 있다 [19]. 뇌세포에 항염증 작용으로 치매 및 파킨슨병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20].


따라서 피틴산은 줄여야 할 성분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 할 성분이다 [21,22].


최근(2023년) 발표된 피틴산과 건강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중요 논문 70개를 분석한 결과도 피틴산은 항산화, 항암, 항석회화, 항골다공증 효과가 있어 몸에 좋은 성분이라 했다 (아래그림) [23].


SM Pires, et al. Frontiers in Chemistry 2023


따라서 피틴산을 '항영양소'라 부르는 건 잘못된 것이다 [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틴산을 꺼리는 분들은, 현미 섭취를 포기할 게 아니라 피틴산 함량을 줄이는 방법을 쓰면 된다. 피틴산은 열에 강해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지만, 물에는 쉽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현미쌀을 30도 물에 이틀 동안 불리면 40%의 피틴산이, 50도 물에서는 70%의 피틴산이 감소한다 (아래그래프, PA -> Phytic acis) [25].

A Fukushima, et al. Foods 2020


또는 현미에 싹을 띄운 발아현미에는 피틴산 함량이 적다 [26]. 하지만 필자는 굳이 피틴산을 피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왜냐면 피틴산 섭취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만약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빈혈을 걱정하시는 분은 식사 시 비타민 C가 풍부한 브로콜리, 케일, 피망, 양배추 등의 채소와 오렌지, 레몬, 귤, 딸기, 블루베리 등의 과일을 드시면 철분 흡수가 증진된다 [27]. 커피나 차에 들어있는 탄닌(tannin)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후 바로 드시지 말고 1-2시간 후 드시는 게 좋다 [28]. 


골다공증 걱정으로 칼슘 섭취 증가를 원하시는 분은 칼슘 섭취를 위해 우유를 마시면 안되고, 우리가 흔히 먹는 상추, 열무, 케일, 콩, 고사리, 깻잎 등 대부분의 식물성 식품에 칼슘이 많이 들어있으니 채식하면 충분한 칼슘 섭취를 할 수 있다. (*우유를 마시면 안되는 이유 -> 우유는 뼈를 약하게 만든다) (*칼슘 많은 식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 -> 칼슘 보충제 복용은 위험합니다 )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아야 한다.


현미에 들어있는 피틴산은 몸에 해로운 성분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성분이다.  


피틴산,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자.



참고문헌

1.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medical/2024/07/03/XBATDLXZDNACDEJGHUQURR4SJE/   

2.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D%B8(%EC%9B%90%EC%86%8C)  

3. HW Lopez, F Leenhardt, C Coudray, C Remesy. Minerals and phytic acid interactions: is it a real problem for human nutri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 & Technology 2002;37:727-739.

4. RS Gibson. Content and bioavailability of trace elements in vegetarian diets. Am J Clin Nutr 1994;59(5 Suppl):1223S-1232S. 

5. MJ Ball, MA Bartlett. Dietary intake and iron status of Australian vegetarian women. Am J Clin Nutr 1999;70:353-358.

6. CR Tonon, TAAL Silva, FWL Pereira, et al. A Review of Current Clinical Concepts in the Pathophysiology, Etiology, Diagnosis, and Management of Hypercalcemia. Med Sci Monit 2022;28:e935821.

7. A Rouhani, J Soleimanpour, A Sadeghilar, A Tabrizi. The Relation between Calcium Supplement Consumption and Calcific Shoulder Tendonitis. Advances in Bioscience and Clinical Medicine 2015;3(4):11-16. 

8. S Fargion, M Mattioli, AL Fracanzani, et al. Hyperferritinemia, iron overload, and multiple metabolic alterations identify patients at risk for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Am J Gastroenterol 2001;96:2448–55

9. AV Harrison, FR Lorenzo, DA McClain. Iron and the Pathophysiology of Diabetes. Annu Rev Physiol 2023;85:339-362.

10. 황성수 힐링스쿨 https://www.youtube.com/watch?v=AtYA6EzqDqg

11. I Vucenik, AM Shamsuddin. Protection against cancer by dietary IP6 and inositol. Nutrition and cancer 2006;55(2):109-125.

12. RP Singh, R Agarwal. Prostate cancer and inositol hexaphosphate: efficacy and mechanisms. Anticancer research 2005;25(4):2891-2903.

13. AA Al-Fatlawi, MM Rizvi, AY Ahmad. Anticarcinogenic activity of rice bran phytic acid against human breast cancer cell line (MCF-7). Asian 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Clinical Research 2014;7(1):151-155.

14. LH Markiewicz, AM Ogrodowczyk, W Wiczkowski, B Wróblewska. Phytate and butyrate differently influence the proliferation, apoptosis and survival pathways in human cancer and healthy colonocytes. Nutrients 2021; 13(6):1887.  

15. GT Tsao, Y Zheng, J Lu, CS Gong. Adsorption of heavy metal ions by immobilized phytic acid. Appl Biochem Biotechnol 1997;63-65:731-41.

16. F Grases, A Costa-Bauza. Phytate (IP6) is a powerful agent on preventing calcification in biological fluids. Usefulness in renal lithiasis treatment. Anticancer research 1999;19(5):3717-3722.

17. F Grases, A Costa-Bauza. Key Aspects of Myo-Inositol Hexaphosphate (Phytate) and Pathological Calcifications. Molecules 2019;24:4434.

18. P Sanchis, R Rivera, F Berga, et al. Phytate decreases formation of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in patients with type II diabetes: Randomized crossover trial. Scientific reports 2018;8:9619.

19. AA López-González, F Grases, N Monroy, et al. Protective effect of myo-inositol hexaphosphate (phytate) on bone mass loss in postmenopausal women. Eur J Nutr 2013;52(2):717-26.

20. DY Larvie, SM Armah. Estimated Phytate Intake Is Associated with Improved Cognitive Function in the Elderly, NHANES 2013-2014. Antioxidants (Basel) 2021;10(7):1104.

21. J Nissar, T Ahad, HR Naik, SZ Hussain. A review phytic acid: As antinutrient or nutraceutical. Journal of Pharmacognosy and Phytochemistry 2017;6(6):1554-1560.  

22. A Pujol, P Sanchis, F Grases, L Masmiquel. (2023). Phytate intake, health and disease:“let thy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 Antioxidants 2023;12(1):146.

23. SM Pires, RS Reis, SM Cardoso, et al. Phytates as a natural source for health promotion: A critical evaluation of clinical trials. Frontiers in Chemistry 2023;11:1174109.

24. U Schlemmer, W Frølich, RM Prieto, F Grases. Phytate in foods and significance for humans: food sources, intake, processing, bioavailability, protective role and analysis.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2009;53(S2):S330-S375.

25. A Fukushima, G Uchino, T Akabane, et al. Phytic acid in brown rice can be reduced by increasing soaking temperature. Foods 2020;10(1):23.   

26. K Ou, Y Cheng, Y Xing, et al. Phytase activity in brown rice during steeping and sprouting. 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2011;48:598-603.  

27. S Péneau, L Dauchet, AC Vergnaud, et al. Relationship between iron status and dietary fruit and vegetables based on their vitamin C and fiber content. Am J Clin Nutr 2008;87(5):1298-305.

28. R Pawlak, J Berger, I Hines. Iron Status of Vegetarian Adults: A Review of Literature. Am J Lifestyle Med 2016;12(6):486-498.

작가의 이전글 KBS 생로병사 방송 안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