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길어지는 걸 못 참는 것처럼 전화번호가 많아지면 주기적으로 정리를 하게 된다. 흔들어서 체에 남아있는 것만 골라내듯이 카톡 친구도 그렇게 한다.
전화번호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친구인 사람들이 많다. 기역니은 순으로 되어있는 이름을 일일이 지우고 있다.
무슨 일로 만난 분인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 누군지 알지만 헤어지고 몇 년 동안 서로 연락 없는 사람, 친근한 관계 아니었던 사람은 지운다.
지친다. 시옷에서 멈추어 쉰다. 지우는 게 편한 일이 아닌 모양이다.
언제 만났었나 싶을 만큼 전혀 모르는 이름이 많은 건, 대부분 일로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직장생활을 해도 대개는 떠나오면 그만인 경우다.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을 만나 새 사업을 설명하고 참여시키고 연결하는 일을 했었다. 그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인적자원이었다. 많은 명함을 주고받았다.
지금은 서로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 내가 그들을 도울 일도 그들이 나를 찾을 일도 없으니 말이다. 나도 누군가의 번호에서 삭제되었을 거다. 미니멀 라이프가 물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듯하다.
전화번호가 수천 개인 것이 자랑일 리 없다. 사람이 행복하다 느끼며 사는데 엄청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도 않다. 마당발이 아닌, 가볍게 사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