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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가든 Apr 04. 2021

걸음걸이

여럿이 걷다 보면 걸음이 느린 사람들과 빠른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나는 늘 빨리 걷는 사람에 속한다. 나는 언제부터 빨리 걷는 사람이 되었을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할 때는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서있지 않고 걸었다. 어린이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를 데려와 집안일을 시작하는 종종거리는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르겠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시내를 누비며 출장을 다니던 때는 빨리 걸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동료와 보조를 맞추는데 지장이 없어서였다.


걸음걸이와 성격은 닮은 구석도 있다. 정적인 일에는 아무려나 괜찮지만 움직이며 활동할 때는 걷는 속도가 비슷한 경우 편하다. 서로 보조를 맞추느라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 속도가 많이 다르면 느린 사람은 빠른 사람이 야속할 수 있다. 빠른 사람은 자기 페이스를 늦춰 맞추려 하지만 오래가기엔 답답하다고 느낀다. 동적인 성격은 걸음이 빠르고 정적인 성격은 느린가? 성격일 수도 있고 각자의 상황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몇 해 전, 허리 통증이 갑자기 찾아온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조금씩 불편하던 허리가 저녁부터는 아예 아프기 시작했다. 시내를 벗어나 워크숍에 참여하던 중이었고 그런 일은 처음이라 낫겠지 하고 견뎠다. 다음날 아침은 누워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하는 수 없이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허리를 구부리는 자세가 어려워 승용차에 탈 수도 없었다. 동료는 내 느려진 걸음에 맞추어 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걸었다. 가방을 들어주며 자신도 허리가 아파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했다.

겨우 집에 돌아와서 근처 정형외과로 가는 길이 천 리 길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겨우 떼어 놓을 때마다 허리가 흔들렸다.


살면서 수많은 첫 경험을 한다. 그 일은 몹시 두려운 경험이었다. 살금살금 걷는 나를 사람들이 다 바라보는 것 같았다. 병원의 검진 침대는 왜 그리 높은지. 간호사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검진을 마쳤다. 뼈는 아니고 연골이 좀 움직인 것 같다는 진단이 나왔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나아갔다. 서서히 좋아져 활동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한 시간을 계속 앉아있기가 어려웠다. 강의시간에는 뒤에서 선채로 들어야 했다. 두 달을 고생했다. 약간의 물리치료와 복대의 도움도 컸다.


그제야 천천히 걷는 노인들 생각이 났다. 빨리 움직이고 싶어도 안 되는 거였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그전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 앞에 선 어르신이 내릴 때면 너무 늦게 움직이니 불편하고 위험했다. 이제는 나이 드신 분이 타고 있으면 거리를 넓게 두고 한참 뒤에 선다. 천천히 내려도 서로 맘 쓰이지 않게.   


얼굴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먼 거리에서도 걷는 모습만 보면 누군지 알아볼 정도로 걸음은 개별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빠르던 느리던 가볍게 자기 페이스대로 걸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맘대로 걸을 수 있는 시기가 늘 있는 건 아니기에. 가볍게 걸을 수 있을 때 즐겁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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