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 외주 핸들링
디자인 일을 하다보면 내가 직접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물론 압도적으로 많지만 필연적으로 외주업체나 프리랜서에게 작업을 넘겨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연차가 쌓일수록 디자인 실무보다는 관리나 핸들링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되는데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그러할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 우리회사는 규모가 그리 큰 회사는 아니지만 볼륨이 다양하고 필연적이게 작가를 섭외하고 작업을 맡겨야하는 일이 꽤 있다. 직급 상 내가 업체나 작가분들을 핸들링 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꼭 해야하는 순간들이 오기 마련이고 언젠가는 그러한 빈도가 점점 더 많아 질 것이다. 그저 작업만 체크해주면 편하리라 여겼던 외주자 핸들링은 생각보다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들어갔고 내가 직접하는 디자인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작업을 세심히 돌봐야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첫번째로 작업체크. 내가 직접 하는 디자인이 아니기에 슥하고 디자인이나 정보만 체크하는데도 생각보다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패키지의 경우 내용이나 오타, 바코드, 컬러체크, 원고작업 이미지, 효과들을 하나하나 체크 하다보면 본 작업보다는 아니겠지만 시간 소요가 생각보다 상당하다. 오히려 내가 하는게 아니다보니 뭐라도 놓칠까 하나하나 열어서 재확인 재확인 하다보면 끝이 없다. 그마저도 늘 실수가 발견되기 마련이다.
또한 작업체크에서 디자인이나 기타 다른 이유들로 수정작업이 발생하면 그것에 대한 피드백 또한 어떻게 말을 간편하고 어렵지 않고 쉽게 전달 할 수 있을지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혹여 사적이고 불편한 언행을 담지는 않았는지 메일도 더 꼼꼼하게 체크하게 된다. 구두로 미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옆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 전달 하기 때문에 은근히 감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외주작가나 업체와 케미가 좋아서 자연스럽고 무리없이 작업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늘 여러가지 문제들과 여건들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오히려 혼자서 하는 작업보다도 엉뚱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두 번째로 마감기한이 좀더 타이트해지는데 작업 속성상 계단이나 도미노처럼 착착 진행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날짜까지 못하거나 중간에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유도리 있게 기한이 연장되고 한다하더라도 결재를 다시 올려야하고 외주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시간 수정시간들을 조율하다보면 합리적인 과정이 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나 또한 다른 작업들이 많이 걸려있다면 더더욱이 피드백이 늦춰질 수도 있고 프리랜서 혹은 업체의 사정도 섞이다 보면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통제하고 위기순간에 대처하는 것 또한 결국 디자이너의 능력인 것이다.
프리랜서 핸들링을 하게 되면서 조금은 사수님과 타 부서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면 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다 잘 컨트롤 되기 어렵고 위기에 대한 걱정 및 내가 직접 업무를 진행한 것이 아님에도 쌓이는 피로감 등등 분명히 쉽지 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같은 디자이너로서 그들의 불편과 마음을 아는데 작업 피드백에 있어서 더욱더 고심하게 되고 그런 균형을 맞추다보면 금세 지쳐버리곤 했다. 잘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조차도 아직 실수투성이. 균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어떠한 업무든 숙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잘하면 정말 좋겠지만 완벽하지 않으니까 끊임없이 오답노트를 챙기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좋은 경험들이라고 여기면서 또 다시 킵고잉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