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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an 25. 2024

기혼자의 사랑

??

W가 활동하는 밴드에는 기혼자, 원싱(원래 싱글), 돌싱들이 섞여 있다. 사람들이 모임에 나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면서 남자친구 감을 찾고자 함(S가 바라는 조건)

-원 나잇 같은 일회성 만남이나 불륜의 대상자를 찾고자 함

-단순히 친목을 위한 사람들을 찾고자 함(W가 원하던 조건)     


이렇게 세 가지로 크게 나눠 볼 수 있지만 이보다 더 복잡한 목적들이 숨어 있다. 인간사가 내로남불이고 항상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구조였다. S는 이렇게 기혼자와 싱글이 정글처럼 어우러지는 모임에 찬성하진 않았다.      


기혼자가 자기 결혼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내 마음대로 삶을 즐기겠다’라며 모임에 나오는데 결국에는 부정을 저지르는 셈이 된다.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현재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시작해야 할 일이다. 인간 사회의 기본 질서는 이렇게 유지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W는 이혼 이후에 우울증에 가까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이 사람들과 모임에서 큰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폭식증으로 집에서 음식에 중독이라도 된 듯 탐닉하는 시간 대신에 모임에 참석하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치료 효과를 본 것이다.      


W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시간을 보내는 걸 즐겼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 시간을 함께하며 검증된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걸 선호하는 듯했다.


S는 여러 사람과,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모임도 즐기고 사람들과의 인연에 큰 미련을 두진 않는다.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으리라는 정신에 따라.      


하지만 W가 그 모임에 지속해서 가기 때문에 참석하게 되었다. 은근히 W에게 접근하는 여인이 있어서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를 세우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고.      


오이도에 조개구이를 함께 먹으러 갔던 77은 미스터리했다. 기혼녀였는 데 남편이 장기간 집을 비우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주말이면 밴드 모임에 간다고 했다. 처음 77을 만난 날은 부어라 마셔술을 마시면서 유쾌하고 즐거웠다.      


77은 처음 밴드에 가입한 회원치고는 지나치게 게시판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밴드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늘 드나들므로 운영진들은 매의 눈으로 이들을 관찰한다. 혹시라도 모임에서 큰 물의를 일으키면 강퇴를 시키기도 하고.      


77은 W에게 호감이 있는지 김치를 만들어서 가져다준다는 둥 댓글을 달았었나 보다. W는 마음만 받겠다며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S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산천어 축제에 가는 당일치기 여행에 77이 다시 참석을 눌렀다.


S도 조금 고민했지만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77을 견제해야겠기에.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이 여인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가야만 한다. 아, 돌싱으로 남자친구 만나기도 어려운 판에 기혼녀까지 경쟁자로 물리쳐야 하는 건가? 참. 요지경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기혼녀가 굳이 싱글, 기혼 남성이 있는 모임에 와서 놀고먹고 마시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S는 혼자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W와의 관계가 좀 더 진전된다면 이 밴드 모임에 참석하는 건 당분간 자제해 달라고 말할 참이다. 나와 만나고 싶으면 이 모임을 끊어라!     


목적이 다양하지만, 남녀가 어울리는 모임에서는 여러 감정이 엇갈리게 되기 마련이다. 의도치 않아도 상대방이 내게 관심을 두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 오기도 한다. 전화번호도 함부로 교환할 수 없는 게 카톡 문자 등으로 연락을 해오면 거절하기가 곤란하다.      


의도가 분명한데 답을 하면 더 오해를 살 것 같기도 하고 무응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차단을 할 수밖에. 사람의 마음이란 늘 엇갈리기 마련이고 쉽게 알기 어려우므로.     


W와의 만남이 진행되면서 S는 문득 이 만남이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오후 햇볕이 따뜻한 겨울날이었다. 달리기를 마칠 무렵에 공원에서 가끔 마주치는 회색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어제도 만나서 파우치에 든 고양이 밥을 준 덕인지 고양이가 오뚝이 멈춰 앉아서 눈길을 줬다.      


이 녀석은 작년 가을 무렵부터 한쪽 다리에 이상이 생겨서 힘겹게 다리를 절뚝이며 걷게 되었다. 이 거친 야생의 세상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다니 볼 때마다 안쓰럽다. 편의점에서 비닐 백에 든 고양이 밥을 사서 멀찍이 내려놓았다.


고양이는 고개를 묻고 먹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을 들고 힐끗거리며 경계를 멈추지 않는다. 고양이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맛나게 먹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봤다.      


고양이에게 주는 마음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한 끼의 밥을 내주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기는 한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천 오백 원짜리 고양이 밥 하나를 사면 되는 일이니.


사람에게도 기대를 내려놓고 순순히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줄 수 있는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사랑도 사랑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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