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가까워오면 비가 오는 것 같다. 지난 주 목요일에도 비가 왔고 마음에도 천둥 번개가 쳤다. 우울한 마음으로 쓴 글은 다시 곱씹고 읽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마음은 많이 가라앉았으나 아직도 가시지 않은 얼얼한 고통은 남아 있다. 상황을 이성적으로 따져 보니 내가 한 오해가 참 어이가 없고 서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았고 다만 순진하다기엔 용서가 안되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다시금 반성한다.
날씨도 참으로 변덕스럽다. 어제는 28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초여름처럼 덥더니 오늘은 한 십도는 떨어진 것 같다. 더운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하므로 차라리 가끔씩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서 공기를 식혀주는 게 좋다. 비가 마음 속 잡다하고쾌쾌한 먼지까지 깨끗하게 씻어서 공기 중으로 흘려보내주기를 바라며.
아침에 일찍 나왔는데 수업이 취소되는 바람에 저녁까지 거의 하루의 자유를 통째로 선물받았다. 시간제 과외니 돈은 못 받겠지만 수강생님이 일하느라 바쁘시다니 뭐 어쩌겠는가? 그나저나 시간 부자란 바로 이런 것인가?
여유롭게 우산을 받쳐 들고 산책을 했고 달달한 뚝배기 불고기를 한 그릇 먹었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주하고 오후 시간에 무얼할까 궁리를 하는 중이다. 이만하면 더할 나위없이 자족하는 행복한 목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거 아닌가?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남기는 했다. 차가 초록이 가득한 공원에 주차 되어 있고자기에도 딱 좋은 어둑어둑한 날씨이므로 얼마간은 낮잠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매일 수업을 하러 다니며 이동을 계속 하고 중간에 시간이 비어 있다 보니 차에서도 잘 자게 되었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면 골목 혹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트를 뒤로 젖힌 후 쿨쿨, 쓰러져서 세상 모르고 달콤한 낮잠을 잔다. 도시인이자 자유인이 따로 없네. 헐~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모든 일이 다소 뻔뻔스럽고 편안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서점에 잠시 갈 수도 있다. 한 달에 한권 이상은 내게 책을 선물해야겠다. 독서야말로 가장 돈이 안 들면서도 마음에는 평화와 안정감, 머리에는 지식을 쌓아 주는 바람직한 취미 생활임에 틀림없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마음이 급하면 오히려 모든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감을 나날이 자각하면서 마음이 한층 더 속도를 높여 달려가게 되었다. '더 나이들기 전에는 반드시ㅇㅇ하리라.' 하는 바람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맹목적인 간절함은 인간의 눈을 멀게 하고 팔자에 없는 불구덩이에 뛰어들거나 다시 하지 않을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으면 기대치 않게 행운처럼 찾아오는 일이 있을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어떻게 살아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으니 현재를 충분히 나만의 방식대로 즐긴다면 새삼애타고아쉬울 필요는 없다.
살아보니 인간에 대한 기대치는 낮은 것이 좋다. 낮으면 낮을 수록 그에 대한 만족도는 커진다. 인간이란 동물의 수준을 약간 넘어선,세상의 온갖 유혹에 한없이 흔들리고, 도가 한참이나 부족하며,몸과 마음이 믿을 수 없게 나약한 존재일 수도 있다. 고로주변모든 인간들에게 지나친 기대와 믿음을 버리라. 그제서야 마음에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 평화를 얻게 되리니.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도 아니고 참~나.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이미 받은 복을 세어보리라. 자기가 타고 나고 생긴대로, 원하고 바라는 대로, 후회없이 혹은 가끔 후회도 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살면 됐다. 혼자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둘이어도 행복하리라. 비가 그치면 해가 난다. 하나의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인생도 사람도 이러하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