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적 없어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사랑 같은 것이 그랬다. 사랑이란 건 부지불식간 언제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 처음 알게 됐을까.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백지가 되는 머릿속이지만 확실한 건 사랑이란 것이 오면 묘한 감정이란 것이 일상에 온통 들어차 하늘 위에 붕 떠있는 느낌이 된다는 것.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그래서 배우기가 힘든 이유는 여백에 쓰인 문장들을 읽어서 배워지는 이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론이 필요는 할지라도 실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첫 실전엔 늘 시행착오라는 것이 존재해서 처음 사랑은 우여곡절이 많고 시소 같이 기울어진 사랑을 한다거나 이별이 잦다거나 사랑이 짧다거나 한다. 당연히 마음에 원하지 않는 생채기가 수두룩 하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첫사랑은 이뤄지기가 힘든 거다. 누군가는 이기적이고 누군가는 바보가 된다.
사랑하는 일에 노하우가 생긴다고 말하면 마치 바람둥이나 된 것처럼 이상한 느낌이 되지만 그런 뜻이라기보다 사랑을 맘껏 하다 상처를 받는다 해도 회복가능성이 빠르고 회복된 후 업그레이드 된 사람은 전보다 한결 성숙한 향기를 머금은 인격체가 된다. 제대로 사랑을 해서 제대로 된 회복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사랑이란 것을 배운 적 없이 사랑이란 걸 하게 된 사람의 최후는 대부분 아프다. 아픔의 크기는 다를지 몰라도 깊이는 가늠이 되지가 않는다.
나는 그 사람을 두고, 무려 짝사랑이라는 걸 하게 되면서부터 그전에 흘려보낸 나의 모든 사랑은 예행연습에 불과했던 게 아니었을까. 잠깐 생각했었다. 그런 이유에는 내가 말했던 이유와 결이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동안 이뤄지지 않고 흘려보냈던 내 어린 날의 사랑이 자양분이 되었다는 사실. 그 사람을 향한 사랑에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하는 사랑보다 혼자 하는 사랑일 경우 마음 처신을 더 잘해야 한다.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잘 수련해야 한다. 켜켜이 쌓여 내성이란 게 생긴 건지 사랑이 이뤄질 것 같지 않아 슬프긴 하지만 그렇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참 좋고 그가 어디에 있든 항상 행복하길 바라며 고슴도치가 하는 사랑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최고의 배려라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어린아이 아니니까 떼를 쓰지 말아야지. 세상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별 같이 달 같이 바라보는 것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를 테면 사랑 같은 것을 배우고 나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말로도 글로도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가 없는 감정이란 것이 있다. 감각이 열린다고들 한다. 그 사람을 사랑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마치 마법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일 때가 있다. 감성과 이성과 현실과 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았다.
배운 적 없어서 배워야 했던 사랑을 힘들게 익혔다. 거기에 대한 실력 발휘를 그 사람에게 할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과 그를 향한 나의 사랑이 그저 사랑으로 국한되지 않고 이타적인 마음과 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이 뭔가 좀 어른스러워 보였다. 스스로가 대견해 보였다는 말이다.
내가 그를 이렇게 좋아하고 있구나, 다시금 깨달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