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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Mar 07. 2024

당신도 페미니즘 패션을 입고 있다

추리닝 바지를 입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내가 되기까지

세계 여성의 날 도입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독일의 사회주의자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이다. 독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덴마크 등과 함께 최초의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한 나라 중 하나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주의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담론이 넘치고 있을 테다. 물론 나는 옷 이야기를 풀 것이다.


패션과 페미니즘이 어울리기 힘든 단어로 보일 때가 있었다. 의도적으로 '패셔너블'하지 않기 위해 화장이나 옷차림을 거부하는 운동이 있던 거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지금도 많은 여성들은 페미니즘 패션을 입고 있다. 여성주의를 빼놓고 탄생을 논할 수 없는 제품이나 여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의 제품 말이다. 그 대표 주자는 바지다.


19세기, 코르셋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스포츠용 여성용 바지인 블루머가 있었다. 그때의 여성들은 바지를 입을 수는 없어 한 번 자전거에 오르려면 여러 사람이 붙어 도움을 주어야 했는데, 동시에 여자가 너무 멋을 부리면 사회에 피해를 끼친다는 캠페인이 신문에 공공연하게 등장하던 때이기도 했다. 블루머 팬츠는 남성들에게는 비웃음의 대상이었고, 이 시선을 의식한 일부는 일상생활에서 블루머를 치마처럼 보이도록 천을 덧대기도 했지만 이는 여성들의 움직임의 자유를 위한 권리, 자전거를 타고 승마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한 복장 혁명이었다. 블루머 팬츠는 당시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놓고 남성복을 즐겨 입었던 조르주 상드와 요트 팬츠를 입은 코코 샤넬을 거쳐 바지는 여성이 입지 못하는 것에서 실내용 또는 스포츠용의 제한적 복장으로,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에는 매력적이진 않지만 실용적인 아이템이 되었다가 드디어 1966년,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 룩으로 여성용 팬츠 수트라는 새로운 장르로 우뚝 서게 되었다.


여성의 외향을 가졌다고 모두 여성복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과 젠더의 구분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섹솔로지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독일의 의사 겸 성과학자 마그누스 히르쉬펠트 (Magnus Hirschfeld)는 성소수자 권리 확대 운동을 주도하며 외형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남성복을 '처방'했다. 1920년 베를린에 살던 Eva Katter가 그에게 받은 처방전을 몇 년 전 프랑크푸르트의 여성복 전시에서 본 적이 있다. 이를 받은 사람은 그와 연계된 신분증 및 여권 또한 발급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바지를 입은 여성은 인식이 좋지 않아 바지를 입은 모델들이 공격을 당하거나, 베를린에서는 바지를 입은 여성 때문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랑이 사이를 드러내는' 옷으로 여겨져 일상생활보다는 포르노에 등장하기도 했다.


블루머 팬츠의 아멜리아 블루머, 금기시되던 검은색을 멋스럽게 재정의한 코코 샤넬, 하렘 팬츠를 선보여 사람들을 충격에 파뜨린 폴 푸아레, 팬츠 수트를 만든 이브 생 로랑과 두 다리를 자유롭게 하는 미니 스커트를 만든 메리 퀀트, 쉽게 입고 벗는 랩 드레스를 만든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의 신체 해방 및 복장의 자유를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여성복뿐 아니라 남성 수트에서 어깨 패드를 빼버린 조르지오 아르마니나 스키니한 실루엣으로 남성복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에디 슬리먼 덕분에 남성들 역시 선택의 범위가 넓어졌다. 결국 우리 모두 과거의 여러 시도와 운동 덕분에 조금씩 우리의 자유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페미니스트 패션 디자이너는 어떤 옷을 만들까? 간단하다. 여자를 위한 옷을 만든다. 꽃이나 인형이 아닌, 자신의 두 발로 서는 여성이 입는 복장을 디자인한다. 패션업계의 첫 번째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독일의 디자이너 질 샌더가 그랬다. 일을 할 수 있는지, 은행 계좌를 만들거나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지 남편에게 물어봐야 했던 시기 그는 강한 여성을 추구했고, 그들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 "저는 직업을 가졌든 자녀가 많은 여성이든 지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듭니다. 제가 보는 여성은 매우 자신감 있고 강합니다." 1989년 본인의 회사를 상장하고 독일 상장 회사 이사회에 오른 최초의 여성 질 샌더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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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일어 단어

Selbstbestimmung 자기결정권


참고 자료:

https://www.sister-mag.com/magazin/sistermag-no-57-mai-2020/wie-die-hose-zur-frau-kam/

https://www.dhm.de/blog/2019/07/23/wozu-das-denn-ein-schein-zum-anders-sein/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im-namen-der-hose-jil-sander-wird-80-podcast-dlf-kultur-302d3e99-100.html

Die Mode von Jil Sander – Minimalistisch,nachhaltig, androgyn - SWR2 Wi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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