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그 사람의 떨림

정숙의 시점

제15화. 그 사람의 떨림

정숙의 시점


그날, 윤호 씨가 다시 집에 온다는 말을 듣고

나는 별말 없이 마당을 쓸었다.

치마 자락에 먼지가 묻는 줄도 모르고,

떨림이 들키지 않으려 손끝에 힘을 줬다.


마루에 앉아 있다가

기와지붕 너머로 버스 소리가 들리자

가슴이 한 번 움찔했다.


잠시 뒤, 대문이 열리는 소리.

낯익은 기침, 발자국.

윤호 씨가 큰 아버님과 함께 마당을 들어섰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보았다.

가을보다 더 단단해진 얼굴이었다.

입꼬리는 여전히 점잖고, 눈빛은 조심스러웠다.

그 사람은 말없이 나를 보고,

나는 그 시선을 피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른들이 사랑방으로 들어가시고

그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바람 좀 쐬시겠습니까.”


나는 마루 끝에 놓인 조그만 외투를 챙겨 들고

뒤 따라나섰다.

두 번째 만남,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몰려왔다.


말없이 들길을 걷는 그의 옆에서

나는 몇 걸음 뒤처지듯 따라갔다.

가끔 발자국 소리만 겹쳐지고

숨소리만 작게 흔들렸다.


개울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개울물이 참 조용하네요…

가을에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더 많았는데…”


그는 가볍게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이 옆머리를 스치고

나는 어색함을 삼키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손이 내 손등에 닿았다.

깜짝 놀랐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 손끝이 조심스러웠고,

내가 몰랐던 떨림이 그 사람의 손에서 전해졌다.


덜덜 떨리는 것도 아니고,

확 잡아끄는 것도 아니고—

마치 무언가를 조심스레, 그러나 꼭 잡고 싶은 마음.

나는 그 떨림 속에서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손이 놓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날 이후, 윤호 씨는

편지보다 더 또렷하게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그 떨림은 참 진심 같았다.

나는 그렇게…

그 사람을 더 많이, 더 깊이 좋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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