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몸은 이미 여러 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뿐이다.


평소 오메가3와 비타민 같은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건강 코치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었기에
‘내 몸은 괜찮다’는 믿음이 있었다.


근 1년 동안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도 안정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의 통증은 더 이해되지 않았다.


캡슐로 된 영양제를
급하게 삼켰던 날이었다.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 천천히가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기도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몇 시간 뒤
명치 쪽이 뻐근해지더니
안쪽에서 꾸욱 누르는 것 같은 통증이 시작됐다.

‘체했나…?’

30분쯤 지나자 통증은 가라앉았고,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겼다.
하지만 며칠 뒤,
같은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들을 가르치던 중
잠깐의 공백 같은 시간에
그 통증은 훨씬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식은땀이 났고
통증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결국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검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담석이 담도를 막았던 것 같다는 말,
그리고 자궁 쪽에도 큰 혹이 보인다는 말.

“지금 당장 입원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은 좀 괜찮은데,
입원 안 하면 안 될까요?”

의사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90% 확률로 금방 다시 오실 것 같아요.”


그렇게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후의 시간은
기다림과 설명, 그리고 선택의 연속이었다.
담낭 안에는 돌이 가득 차 있었고,
그건 하루이틀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결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고,
그 전에 몇 가지 절차를 먼저 거쳐야 했다.

입원 기간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집에 남겨진 두 마리의 고양이와
정리되지 않은 일상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때는 몰랐다.
이 시간이
단순히 수술을 향한 준비가 아니라,
내가 이전의 나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아픔은 정말로
예고 없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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