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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Mar 15. 2022

Emotion Insights 3 - 즐거움 혹은 기쁨

따사로운 햇살과 향기로운 꽃향기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따사로운 호숫가에 물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드디어 활짝 펼쳐진 반짝이는 물결의 맑고 아름다운 수면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보트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요?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머리 위로는 햇살과 그늘을 번갈아 만들어 내는 가녀린 나뭇가지들이 부드럽게 휘날리고 있습니다.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 오르기 시작하고, 아침을 노래하는 새들의 목소리가 피어오르는 꽃향기와 한데 어울리기 시작하면, 우리의 가슴 저 아래에 묻혀있던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며 올라와 명랑하고 상쾌한 기분을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물론 어느 순간 갑자기 이 느낌이 사라지지 않을까 조금은 불안하기도 한데요,


프랑스의 작곡가 레오 들리브는 이런 순간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소리로 치환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페라 <라크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가수들의 듀엣인 "꽃의 이중창"을 통해서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C1ZL5AxmK_A



오페라 <라크메>는 인도를 점령한 영국의 횡포에 분노하는 브라만교 고승의 딸 라크메와 영국군 장교 간의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꽃의 이중창'은 라크메가 하녀 말리카와 함께 배를 타고 호숫가에서 정원의 아름다운 꽃과 반짝이는 물빛, 그리고 무성한 나뭇잎과 새들을 보며 기쁨을 느끼지만 동시에 이 완벽한 장면에서 왠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드는 불안감도 동시에 암시하고 있습니다.


즐거움 혹은 기쁨이란 이름의 감정은 항상 같은 곳에 그렇게 머무를 수만은 없나 봅니다. 




소리가 만들어 낸 감정을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프랑스 인상파의 대표 화가인 클로드 모네는 이른 아침의 호수와 강가를 특유의 붓터치로 많이 묘사하고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로 이 강변에서 즐기는 뱃놀이의 풍경을 푸른 하늘과 하늘보다 더 푸르고 투명한 강물을 배경으로 그려낸 작품이 있습니다. 파리 인근인 아르장퇴유란 곳은 세느강변의 목가적인 풍경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모네 외에도 다수의 인상파 화가들을 사로잡은 장소인데, 과연 모네의 그림 속에는 어떤 모습이 들어 있을까요?


<Régate à Argenteuil - 아르장퇴유의 요트 경주> 1872, Oil on Canvas, 48*75 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투명한 수면 위로 맑은 잔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위로  경주를 위해 정박되어 있는 요트들의 모습이 바람을 맞아 팽팽하게 펼쳐진 돛과 수면이 서로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된 채 그려지고 있습니다.  강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린 이 그림에서 푸르른 하늘과 잔잔하게 펼쳐진 강물의 투명함은 서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맑게 투시되어 보이고, 노랑빛의 요트 돛을 사이로 상하로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강둑 넘어 정박장 건물의 빨간색과 함께 삼원색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따스함과 온화함 그리고 희망찬 에너지를 전달해서 그림을 응시하는 우리들의 마음에 상쾌한 즐거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네의 전매특허와 같은 마치 그리다 만 듯한 빠르게 휘날리는 붓터치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 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증에 사로잡힌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여유로움과 자유를 맛보게 해 주는 것 같지 않은가요?


바라보고만 있어도 귓가에 스치는 시원한 강바람이 답답하게 움츠려 있는 우리의 정신을 부드럽게 늘려주며 명랑함이 깃들게 하고 있습니다.






미술은 이처럼 색과 형태를 통한 시각적 느낌을 감정으로 바꿔 주는데, 우리에게 위안과 즐거움 그리고 기쁨을 선사해주는 또 다른 작품을 소개해 드리죠.



<Sol de Citron> 데일 치훌리, 뉴욕 보태니컬 가든 소장



강렬한 생명력을 토대로 뻗어나가는 시트론 열매의 색과 모양에서 정신이 번쩍 드는 상큼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데일 치훌리의 이 거대한 조각은 입으로 하나하나 불어서 만들어 낸 유리관 형상물을 통해 태양처럼 강렬하고 시트론처럼 상큼한 노랑빛을 발산하고 있는데, 이 밝은 색상이 불러내는 명랑한 노랑의 느낌이 시트론의 상큼함과 태양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보태니컬 가든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과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활기찬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구불구불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유리관들은 또한 놀이 공원에서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채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우리의 눈을 현혹하는 에너지 넘치는 놀이 기구들을 연상시키는 것도 같습니다. 



태양빛이 사라진 후에도 스스로 강렬한 노란색을 내뿜으며 사라지지 않는 긍정의 모습을 발산하는 모습에서 기쁨의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





무한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바다는 그 충만함을 기쁨의 감정으로 바꿔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잿빛 도시의 우울함과 일상이 주는 갑갑함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솟구치는 파도의 포말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탁 트인 파란 하늘을 보며 기쁨의 에너지로 재충전되는 스스로를 발견하 곤 하는데요, 


앙리 마티스는 이런 바다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던 화가로 보입니다. 그가 자신만의 이미지로 재창조해 낸 작열하는 태양이 내려쬐는 폴리네시아의 바다는 우리에게 부여된 무한한 자유와 기쁨을 묘사해 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폴리네시아, 바다 - Polinesia, The Sea> Gouache on Paper cut-out퐁피두 프랑스 국립 현대 미술관 소장



심한 병을 앓고 있던 그는 더 이상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자신이 이해한 새로운 감정들을 오려낸 종이들을 가지고 각각의 소재에 담겨있는 개별 감정들을 다층적으로 중첩시켜 나가며 에너지 넘치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열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던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기쁨이 더해져서 일까요?


마티스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푸른색 사각형은 반복과 확장의 형태를 통해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한계가 없는 무한한 바다를 표상하며 이를 통해 현실의 창살 속에 갇혀 있던 우리 내면의 자아가 그 경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자유를 찾게 되는 기쁨의 순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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