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키오스크

우리는 모두 늙어간다.

by 혼잣말 수다쟁이

나른한 오후.

대충 점심을 때우기 위해 들린 롯데리아에는 한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나란히 자리 잡은 키오스크 4대 중 자연스럽게 가장 뒤에 위치한 키오스크 앞에 섰다.


다음, 다음.

뭘 그렇게 선택하라는 게 많은 걸까?

그리고 왜 나는 원하지도 않는 음식을 선택의 마지막에서 또 선택하라고 권유하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익숙해진 키오스크 사용방법에

금방 주문을 하고 메뉴가 완성되길 기다린다.


아무도 없던 키오스크에 어느덧 사람들이 가득 찼다.

그중 두 번째 키오스크에는 70대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 계신다.


나는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본다.


'빵 선택' 페이지에서 아무리 '다음' 버튼을 누르려해도

버튼은 회색빛을 띄고 있을 뿐이다.


'선택 안 함 vs 버터 빵'

할아버지 입장에선 버터빵? 알게 뭔가.


조금 더 그 모습을 바라보다 할아버지의 시간은 '금' 일 거란 생각이 문득 들어,

조용히 다가가 주문을 도와드려 본다.


"세트로 시키실 거예요? 감자튀김으로 드실 거죠? 음료는 콜라 드세요?"


할아버지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대화의 중간 곳곳에 끼워 넣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음료는 야무지게 '제로'로 고르셨다.


주문을 도와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편으로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익숙해지시려 용기를 낸 건데

내가 방해한 걸까 싶어 마음 한 구석이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신문명에 맞닥뜨려 당황하고 있을 때,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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