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SNS를 즐겨한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역사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폭발적인 성장으로 SNS사용자는 이제 세계적으로 20억 명에 가까워졌고, 사회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니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면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그 확장성이나 영향력이 커서 좋다.
글을 쓰다 보면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상념들도 있고, 그 순간의 분위기에 내가 표현하고 싶어지는 것들도 있다. 생각은 늘 자유로우니까.
그런데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 많은 생각이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도 많다. 그럴 때 나는 SNS를 주로 사용한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SNS가 있지만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2000년 당시에는 ‘싸이월드’가 있었다. 1999년에 만들어진 후, 2009년에는 일촌 맺기가 100억 건이 넘었고, 회원 수가 무려 3,200만 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대표 SNS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생겨나고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밀려서 2019년에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말았던 안타까운 싸이월드.
싸이월드는 일촌을 맺은 사람들에게 나의 다이어리를 공개하기도 하고, 미니룸에 불러서 함께 놀기도 하고 쪽지로 소통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 수많은 사진과 글들을 올리면서 나의 일촌을 늘려가기도 했고, 나의 기분에 따라서 배경음악을 도토리(싸이월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개념)로 사서 종종 바꿔주기도 했다. 또 나의 미니홈피를 지키는 캐릭터인 미니미에게 새 옷을 입히기도 했다. 아마 미니홈피 스킨을 바꾸고 꾸미는데에도 꽤 많은 도토리를 썼던 것 같다. 싸이월드 메인 화면에는 오글거리는 멘트의 인사말을 적어두고, 나와 일촌이 된 친구들은 나에 대해 적는, 혹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촌평에 적었다. 일명 ‘싸이질’을 했다.
특히 연인이 헤어지면 배경음악은 이별 노래로 바뀌고 ‘애인이었던’ 이의 일촌평은 사라졌다. 그와 함께했던 앨범도 통째로 잠기고, 헤어진 그 날의 다이어리에는 “사랑은 없다”라거나 “이젠 다시는 사랑 안 해”등의 멘트를 남겼다. 헤어진 걸 알리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혹은 눈물짓는 셀카로 이별인증은 필수.
내 싸이월드 앨범에는 나의 대학 시절 사진부터 방송작가가 되고 현장을 뛰어다니던 사진, 결혼과 출산, 우리 민찬이, 영준이의 성장 과정까지의 사진들이 담겨있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30·40세대가 그럴 것이다. 나에게 싸이월드는 그만큼 엄청난 소통의 장이었다.
그곳에 자유로운 생각들이 날아다녔다.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생각들이나 멋진 글귀들도 공간을 채웠다. 그런 생각들도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사라졌을 것이다. 생각과 느낌은 붙잡아두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생각들을 다이어리에 적으면 거기에 다른 이들의 생각이 더해져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는 때도 많았다.
지금은 싸이월드를 대신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과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생각을 나눈다. 태국에서 10년 가까이 살다가 지금은 싱가폴에 가 있는 친구 경아와도 페이스북에서는 무슨 반찬으로 밥을 먹었는지까지 공유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의 삶을 볼 수 있고 나의 삶을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우리의 삶에 응원을 보낸다. 그래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단다.
그런데 SNS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을 ‘관심병자’,‘관종’,‘관심종자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종자)’라 부른다.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다. 물론 타인에게 관심을 받을 목적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이상한 글을 올리고, 이목을 끌만한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자극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최근 그 의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 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관심 받고 싶은 욕구를 올바르게 끌어내고 활용하면 새로운 가치가 형성되는 것이다.
SNS를 소통의 공간이자 관심을 주고받는 공간으로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요즘은 <브런치>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는 글과 작품, 사람을 이어주는 곳으로 자신이 쓴 글을 브런치 팀에 보내고 작가로 선정이 되면 계속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 브런치 책방을 통해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된 사람들의 글을 읽을 수도 있고, 자신만의 매거진을 만들어 독자를 늘려갈 수도 있다. 책 출간부터 마케팅까지 지원해주는 출판 프로젝트는 물론 최근 뜨고 있는 오디오북도 제작할 수 있는 창작자들에게는 새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2015년, 내가 쓴 글을 브런치 팀에 보내고 하루 이틀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셨습니다’라는 문구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마주한 글쟁이들의 세상에서 정말 많은 사람이 작가를 꿈꾸고 있다는 것과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그들의 글은 나에게 아주 강력한 자극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