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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Oct 17. 2021

평범한 일상, 그저 보통날이기를

가을 기도

또다시 가을이다.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흐른다. 햇살은 곱고 바람은 부드럽다. 머리카락 날리는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이 좋다. 가던 길 멈추고 자꾸 하늘을 보게 된다. 솜사탕 같은 구름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여전하다. 하늘도 계절도 모든 것이 그대로다. 1년 전 가을의 모습과 다른 것은 내 모습뿐이다. 모습이 달라지면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변화된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웃는 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잘 웃었다. 예쁘지 않아도 밝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은 웃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잘 웃었던 아이였던가 싶을 만큼 일상에서 웃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 술 한잔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친구를 만나 술 한잔하는 시간은 드문 일이 되었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성취감을 느끼며 뿌듯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했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나이 들수록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모두가 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가을이 주는 선물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 떠다니는 구름을 보며 내 마음도 가볍게 흘러가는 기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바람결에 고운 햇살을 받으며 경치 좋은 곳에 앉아 멍 때리는 시간을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변해버린 모습에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적응하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보이는 모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더라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작은 일에도 웃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잘 웃는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웃는 모습에 행복이 묻어났으면 좋겠다. 내가 웃어야 세상이 웃는다는 것을 새기며 일상에서 웃음을 찾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술잔을 나누지는 못해도 마음을 나눌 수는 있겠다. 함께 어울리는 시간 속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일함에 있어서 행동은 느려지고 판단력이 흐려짐을 느 낄 때가 있다. 나이 들면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며 힘들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시 사람을 만나야겠다. 하던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 움츠러든 마음을 펴야겠다. 작아지는 마음을 걷어내야겠다. 씩씩해져야겠다. 당당해져야겠다. 작은 일에도 웃어야겠다.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 모든 것들이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란 걸 안다. 스스로 행동하며 일상 속에서 이어가야 한다는 것도.

평범한 일상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감사함을 잊고 살기 쉽다. 사소하게 여겨지던 일상이 깨지고 나면 쉽게 생각했던 만남,  밥 한 끼 먹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 그저 보통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 가을 안에서.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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