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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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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미 Dec 01. 2021

가을 흔적 쓸어 담아


커다란 비닐봉지에 낙엽을 쓸어 담아 단정하게 묶어서 세워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거리를 걷다가 가로수 옆에서 보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도 보게 됩니다. 산 밑 길에서도 보고 낙엽이 쌓일 만한 곳에서는 흔하게 보게 됩니다. 가을의 흔적을 담아놓은 듯합니다. 고이 담아 보내주려 하는 것이겠지요. 쓸어 담는 사람들의 노고도 함께 들어있겠지요.



가을의 흔적을 쓸어 담아 보내주듯이, 지난날의 시간 중에서 남기고 싶지 않은 일들을 골라서 고이 담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쓸데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가지런히 서있는 낙엽 봉투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버릴 수 있다면.. 나에게서 흔적 없이 보내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어느 땐 시간 개념이 무뎌져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느낌입니다. 무감각한 상태인데도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저만치 지나가 있는 날을 느끼며,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임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비해 일상이 단조로워진 것을 느낍니다.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한 시간은 하루의 일상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네요. 이제는 단순함에 익숙해져 그런 시간이 편안하기도 합니다. 예전처럼 복잡하고 북적거리는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많이 피곤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조로운 일상이 재미는 덜하지만 편안함은 안겨주는 듯합니다.



바쁘거나 한가롭거나 시간은 늘 똑같습니다. 변함없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아등바등 살다 보니 벌써 한 해의 끝에 와있네요. 낙엽에 함께 실려 보낼 마음을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좋으나 싫으나 제 마음인데 떼어내 보내고 나면 홀가분해질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감흥 없이 무뎌진 마음은 좀 덜어내야겠습니다.



12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보낸 한 해였고 지금도 힘들 수도 있겠지만, 힘들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믿습니다. 분명 힘든 시간 다음에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도 믿습니다. 12월은 모두가 힘이 나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12월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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