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겨울이면 빠지지 않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다. 길을 걷다가 가볍게 사 먹던 붕어빵이 요즘은 귀한 몸이 되었다. 추운 날이거나 눈 오는 날에 더 많이 생각나는 붕어빵이다. 군고구마 옆에 붕어빵, 나란히 겨울간식으로 인기였던 것이 지금은 흔히 볼 수 없게 되어 아쉽다. 거리에서 붕어빵이 사라진 이유가 재료값이 올라서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재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접는 경우가 많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1개 1,000원,
3개 2,000원.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으면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셋이 걷다가 2,000원 주고 붕어빵 3개를 샀다. 붕어빵 하나씩 손에 들고 호호 불며 가던 길을 걷는다.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들고 먹었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그렇게 귀한 몸이 된 붕어빵이다.
붕어빵을 살펴보니, 붕어 크기가 커진 것도 아니고 배가 부풀어 오를 만큼 팥이 많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몸값이 많이 올랐다. 비싼 몸값 탓인지, 그마저도 만나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붕어빵을 보면 어릴 적에 먹었던 풀빵이 생각난다. 5일마다 열리는 시골 장터에서 엄마는 항상 풀빵을 사주셨다. 어쩌면 풀빵을 얻어먹는 재미에 5일장을 가겠다고 따라나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시장보기가 끝날 때까지 뒤를 졸졸 잘 따라다녀야 한다. 사람 많은 곳에서 엄마를 놓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어수선한 시장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엄마 발걸음이 풀빵 파는 곳으로 향하면 신나서 쫓아가곤 했다. 풀빵 한 봉지 사주면
호호 불어 하나 맛보고 남은 것은 꼭 안고 집으로 간다.
뜨거운 열기에 풀빵을 담았던 종이봉지는 눅눅해지고 국화꽃 모양의 풀빵은 식어서 찌그러진 모양이 된다. 그래도 상관없다. 집에 도착해서야 다 식은 풀빵을 꺼내 아껴가며 먹는다. 밀가루 풀 맛이 나는 거 같았지만, 그땐 아주 맛있었다. 바삭함이 사라진 식은 풀빵은 밀가루의 쫀득한 맛이랄까, 풀처럼 부드러운 맛이 있었다.
1개 1,000원 3개 2,000 원하는 붕어빵을 하나 먹으니 두 개 먹고 싶은 생각은 없더라. 그 옛날에 풀빵 한 봉지 다 먹고도 아쉬웠던 것은 먹거리가 귀했기 때문일까? 입맛이 변한 탓도 있으리라. 먹거리가 풍족한 요즘에 식은 풀빵을 누가 먹기나 할까? 아니, 그 맛을 알기나 할까? 귀한 몸이 된 붕어빵이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된다면, 먼 훗날 또 다른 음식을 보며 붕어빵 맛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기억 속 그리운 맛, 붕어빵을 보면 5일 시장에서 먹던 풀빵이 생각난다. 곱게 단장한 엄마와 어린 시절 내 모습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