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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영업사원

발마사지 영업 성공기

by 미묘



병실을 들어서며 사람들과 눈을 맞춘다. 시선이 부딪히는 사람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한껏 웃어 보이는 입꼬리 사이로 인사말을 삼킨다. '안녕하세요'라고 흔히 하는 인사가 그들에게 괜찮을지 생각하게 된다. 지난밤 '안녕'하셨는지. 밤새 통증과 싸우고 진통제와 줄다리기를 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잠이 든 환자들을 자주 보기 때문일까?


"발마사지 해드릴게요."


이 말을 꺼내면 움찔하며 고개를 젓는 환자도 있고, 이불을 스르륵 끌어올리는 환자도 있다. 낯선 누군가에게 발을 맡기기란 어색하고 부끄러운 일이란 걸 안다. 그럴 때는 더 자연스럽게 웃으며 다가간다. 침대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환자에게 바짝 다가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얼굴 구조상 눈웃음은 아니고 눈주름을 바짝 장착한다. 마스크를 써야 하기에 눈에 모든 상냥함을 싣는다.


환자들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는 것도 영업 비밀 중 하나다. "발마사지 해드릴까요?"라고 물으면, 그건 선택지를 준다. 많은 환자들이 조심스럽게 거절하기도 한다. 이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건 환자의 컨디션이다. 발마사지를 해도 되는 컨디션인지 미리 체크 후 작전에 임한다. 확정하는 문장으로 다가선다. "발마사지 해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말한다. 이불을 살짝 걷고, 손으로 발을 감싸면서 자연스럽게 발마사지를 시작한다.


가끔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미안한 마음에 발마사지를 중단하려는 환자들도 있다. 어디 불편하신지 여쭤보면, 그저 봉사자가 힘이 들까 우려되었다고 한다. 그럴 땐 더 씩씩하게 대답한다.


"하나도 안 힘들어요!"


한 주의 많은 시간을 로우 텐션으로 보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호스피스에서 쾌활한 페르소나를 장착한다. 밝게 웃는 얼굴 앞에 마음을 놓고 발을 내미신다. 나는 그 작은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귀하다.


어느 날은 발에 각질이 많은 분이 있었다. 발마사지 하자는 말에 각질이 많다고 거절하셨던 분이다. 그러면 나는 오히려 병실 탓을 하며 말한다. "병실이 너무 건조하죠?! 건조한 병원 공기 탓에 온몸이 말라요 정말. 다들 각질로 고생하더라고요." 여기서 '다들'이라는 부분이 밑줄 쫙 강조 단어이다.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라는 듯.


이렇게 나는 오늘도 소수의 환자에게 '영업 성공!' 했다. 나름의 영업으로 그들의 발끝부터 마음까지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진정한 성공은, 그다음 주로 이어진다. 조심스럽게 거절하던 환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다시 봐서 반갑고, 내 손에 다시 발을 내어 주어 고맙다.


환자들이 평안하기를. 그리고 그 평안 속에 내가 전한 작은 온기가 오래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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