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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주글 Aug 20. 2024

당신에게 해주고싶은 유일한 말.

타인의 러브레터


아무리 펴보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구겨진 마음이있다.


상처라 부를 수도, 트라우마라 부를 수도, 혹은 나의 결점 혹은 약점 그마저도 아니라면 그저 나의 고유한 성질같은 것 말이다.


가까워 지고 싶은 사람이 혹여나 내 구겨진 마음을 볼까봐서 애를 쓰고 웅크려 이렇게 저렇게 가려보아도

나는, 나만은, 어떻게서든 느껴지고 보여지는 나의 구겨진 마음이 불안해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외롭고 고독하고 슬프고 또 이런 감정 조차 다스릴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다가

또 어떨 땐 그 마음 하나 펴내지 못 하게 만든 세상이, 사람이, 무언가가 원망스럽다가도

결국은 지쳐 멍한 상태가 나를 정복하고 만다.


나 역시 그런 순간이 있었고, 있다.

상대는 절대 알아차릴 수 없어도 나만은 너무나 명확히 알고있는 내 구겨진 마음.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받고 그렇게 사랑을 알아가고 나 자신을 알아가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있다.


그 구겨진 마음이 결단코 반듯히 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겨진 마음에 손을 얹고 그 마음을 끌어 안아주고 그 구겨짐 마저도 사랑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지독하게 괴롭고 외로운 이 세상으로부터 또 한 번 살아가볼 원동력이 된다는 것.


살면서 이 세상에서 단 한 명 그 한 명 만큼은 세상 모두가 나를 등져도 이 사람 한 명만큼은

나를 보고 서서 늘 한결같은 눈빛과 마음으로 나를 끌어안아 줄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마주한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걸까 싶을 정도로 온 세상이 나를 밀어내고 온 세상 모든게 날 괴롭혀도

내가 안길 품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그런 나를 행복의 척도로 삼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날 사랑스러운 사람, 멋진 사람, 소중한 사람, 가치있는 사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사랑이 되게 해주었다.


잠이 들 때 마다 불안했다.


이 사람이 어느 순간 행여나라도 어떠한 일로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살까.

100년 200년 꽉 채워 이 삶을 살아도 나보다 이 사람이 먼저 내 곁을 떠나가면 어떻게 해야할까.

문득 찾아오는 잠시 떨어져있는 찰나라도 그런 순간이 걱정돼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을 만큼

그런 불안을 또 안고 살게 하는 사람.


불안함이 가장 취약한 나 자신에게 그런 불안을 안겨주면서도 내 세상 전부인 사람.

그러니 괜찮다.

모든 건 다 지나간다. 모든 시간은 지금도 지나가고 있고, 남는 건 사람이니까.


괜찮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 그게 뭐든 어떤 구겨짐이든 어떤 거든 늘 말해준 것 처럼 변하지 않는건 우리 이 마음 밖에 없으니 그거면 됐다.


살아가라. 살아지니까.


사랑하니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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