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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쓴이 Oct 05. 2022

개인의 취향

추억의 MP3 Player


대학 시절, 시험 기간이 되면 다들 학교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를 하곤 했었다. 시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랬던 기억이 난다.  와중에도 나는 집에서 공부하는  훨씬 집중이  됐지만, 집에   없는 남들과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혼자 연모(?)하던 같은  오빠도 시험 기간 내내 도서관에서 밤을 새웠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린 나이에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때는 MP3 Player에 음악을 다운 받아 듣는 게 한창 유행이었는데, 하루는 도서관에서 그 오빠가 내 자리로 오더니 MP3를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게 뭐라고 내 심장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나올 뻔했다. 그리고 나중에 mp3를 돌려주면서 자기와 음악 취향이 어쩜 그리 비슷하냐며, 다음에 또 빌려 달라는 말 한마디에 내 맘은 또 한 번 크게 요동 쳤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딱히 취향이라 할 만한 노래들을 다운 받은 게 아니라, 그저 인기차트에 있는 노래들을 순서대로 다운 받았을 뿐이었다. 나중에 보니 최근 들은 플레이 리스트에 리쌍과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들이 있었다. 그렇다. 오빠는 힙합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 이후로 힙합의 ‘힙’자도 모르는 나는 mp3를 죄다 힙합 장르의 음악으로 도배했다. 하지만 어느 이유에서인지, (사실 아무 이유도 없다) 그 이후로 오빠는 더 이상 내 mp3를 빌려가지 않았고, 그렇게 시험 기간은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결국 취향은 취향일 뿐이라는 걸 너무 어린 나이에 알아버린 장본인은 그저 술에 취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스무 살의 짝사랑이 그렇게 볼품없이 흘러갔고,

플레이 리스트에 있던 알지도 못하는 힙합 노래들을 하나둘씩 삭제하며 알콜과 함께 눈물도 삼켰다.


벌써 15년도 더 지난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있어 취향이 중요할 진 몰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 있어 취향 따위는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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