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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Thru Jul 23. 2020

요가의 도(道)를 아십니까?

당신의 삶을 이끌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도를 아십니까?'

길을 가다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질겁을 하고 도망갈지 모를 일이나 사실 도(道)라는 것이 사소한 일상에도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다고, 아니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 든 일이 있었다.


요가 수련을 함께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제주의 한 찻집을 방문하였던 어느 날, 왠지 차(茶)라고 하면 커피와는 다르게 나의 손이 공손해지고 걸음걸이가 조신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튼 평소와는 사뭇다른 사뿐사뿐한 발걸음으로 다방(茶房)에 들어가 차를 내주시는 선생님과 오랜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차에 거의 반평생을 몸 담아오신 선생님의 얘기를 넋 놓고 들으며 한 사람의 삶이 스크린 속 영화처럼 나의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그려지는 동안 문득 선생님이 하신 말씀 하나가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이 다도는 나의 삶이다, 내가 방황하고 힘들 때마저도 언제나 따라야 할 길 같은 것으로 이제는 차를 빼놓고서는 나의 삶을 이야기할 수 없다. 다도 속에 나의 통과의례가 담겨있고, 남편과 자식들의 인생이 동반되었고, 차를 준비하고 대접하고 뒷정리를 하는 순간만큼은 주변 상황을 제쳐두고 온전히 나를 그 안에 담아 두는 것, 이것이 내가 걸어온 길이고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야 할 길이다."라고.


이 얘기를 들은 순간 불현듯 요가강사로서의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 요가를 접하고 호기심반 기대 반으로 열심히 배워오던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사람들과 나누는 '요가 선생님'이 되었지만, 진정 그들 앞에 설 때마다 얼마만큼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며 매시간을 임해왔는지를.

몸이 아파서, 마음이 울적해서, 다이어틀 하려고, 친구와 함께 등등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그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배려하며 수업을 준비하고 또 그러한 목적들을 채워주기 위해 얼마나 알맞게 풀어내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어느새 내 삶 속에는 요기니(요가 수련을 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말)로 걸어온 발자취가 생겨나게 되었고 지금도 그 길 위에 있으며 앞으로도 걸어가야 할 요가의 도(道)로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그리고 이쯤에서 내가 이 길을 걸어갈 만한 준비와 태도가 갖춰져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였기에 차를 내주시는 선생님께서 툭 하고 힌트를 주셨던 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문득 든다.


도(道)라는 것이 과연 차나 오래된 경전에나 나올법한 단어인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일상 안에서 '나만의 도'라고 부를 만큼 온전히 집중하고 애정과 열정을 쏟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나눌 수 있을 만큼 부단히 닦아내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는지를 한 번쯤은 가만히 되새겨 봐도 좋을 것이다. 정말로 그게 무엇이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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