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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체인 Oct 10. 2023

호의를 받는 호의



진짜로 괜찮아요. 더치페이해요!


커피를 사겠다고 하는 선배의 호의를 끝끝내 받지 않는 D. 그는 선배의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 이렇듯 다른 사람의 호의를 웬만해선 받지 않는다. 남한테 빚지지 않고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는 좌우명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는 그날도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약속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D는 작은 마을버스를 탔다. 만 원 버스였지만 버스 안은 조용했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무거워 보이는 짐을 갖고 버스에 오르셨다. 자리에 앉아있던 D는 자리를 양보할지 말지 고민스러웠다. 적막을 깨고 할머니께 말을 건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용기를 냈다.



저.. 여기 앉으세요..!


그런데 할머니는 괜찮다며 극구 사양을 하시는 게 아닌가. D는 한 번 더 자리에 앉으시라고 권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더 정중한 태도로 다시 한번 거절의 뜻을 전해왔다. 그는 괜스레 민망해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호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버스에서 얼른 내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고 나서 D는 깨달았다. 호의를 베푸는 것도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호의를, 아니 용기를 받아들이는 건, 그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호의를 받는 호의를 보이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며칠 뒤, 커피를 사겠다는 선배에게 D가 대답한다.



그럼 오늘은 제가 한번 얻어먹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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