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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체인 Oct 10. 2023

느꼈다 가도 괜찮아



OO도 떨어졌더라고..
상관없어! 다음 주에 OO있어.


계속된 불합격에도 굴하지 않는 취준생 C. 2년 동안 서류에서만 20번, 면접에서도 8번이나 떨어졌지만 아쉬워할 겨를이 없다. 아직도 지원해야 할 곳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을 느끼는 것도 사치처럼 여겨진다. 계속된 탈락에 지쳐가지만, 힘들어할 시간도 아깝다.



그러던 어느 날, C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 포기하고 싶었다. 마치 번아웃이 온 거 같았다. 우울이 몇 배의 중력으로 몸을 잡아당겼다. 무기력이 거머리처럼 에너지를 빨아먹는 듯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났다. 흘러나오는 눈물의 무게감이 힘겨웠다.



처음 한 방울은 숱한 서류 탈락에서 오는 허무함이었다. 두 방울은 면접에서 머리가 하얘졌던 순간들에 대한 자책이었다. 세 방울은 이미 취업한 친구들에게 느꼈던 부러움이었다. 네 방울은 주변에 불합격 소식만을 전해야 했던 상처받은 자존심이었다. 다섯 방울은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온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었다.



이렇게나 쌓여있던 마음을 그는 눈물로 녹여냈다. 모른 척 지나쳐왔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힘들어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움직이고 싶어졌다. 다시 자소서를 쓰고 지원서를 내고 싶었다. 그동안의 감정에 충분히 머물고 났더니 일어난 변화였다.



10만큼 힘들면 10만큼 힘들어해야 10만큼 사라진다.



힘든 걸 외면하고 넘어가면 가슴에 겹겹이 쌓인다. 그렇게 퇴적된 감정은 응어리로 굳어져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서 힘든 게 있을 때는 그만큼 힘들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무거웠던 마음이 비워지고 가벼워진다. 그리고 무게가 덜어진 만큼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나서야 의욕을 되찾은 C처럼 말이다.



아쉬운 만큼 아쉬워하고,
속상한 만큼 속상해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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