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심리만만 4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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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노동환경 개선 및 인적자원관리와 관련된 일련의 법률들을 발의/제정하여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2018년 10월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시행에 들어갔으며, 2014년도부터 시행되어 오던 채용절차 공정화법이 보다 강화된 내용들로 개정되어 2019년 9월 17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역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정부는 2019년 7월 16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하였는데, 이 내용 중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내용들을 포함하였다.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와 관련된 내용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법과 관련하여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법이라는 것이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다! 이 법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하며,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에서 주중 내 생활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럼 직장에 대한 느낌과 소감이 어때야 하겠는가? 아마도 우리 모두는 내가 일하는 일터가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와 같은 감정적 만족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쳐도, 적어도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는 있어야 한다.
포춘(Fortune)지는 매년 ‘일하기 훌륭한 미국의 100대 기업(The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in America)’을 선정하여 발표한다. 이 조사를 주관하였던 로버트 레버링은 “Great Workplace”라는 개념으로 훌륭한 회사의 조건을 정리하였다. 그 첫번째는 ‘상사나 경영진에 대한 신뢰’, 두번째는 ‘업무나 조직에 대한 자부심’, 세번째는 ‘동료나 구성원에 대한 재미’ 등을 꼽았다.
즉, 우리는 이와 같은 “Great Workplace”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바란다는 Great Workplace의 조건 어디에 “괴롭힘”이라는 활동이 들어갈 공간이 있는가? 막말을 하거나 혹은 폭언을 하는 상사에게 신뢰를 느낄 수 있는가? 충분한 근거나 논리 없이 자의적인 업무배제나 퇴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자신의 업무나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감정적인 분노와 비난이 난무하고 집단 따돌림이 만연된 가운데에서 동료나 구성원에 대한 재미를 어떻게 경험하겠는가?
‘직장 내 괴롭힘’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악습인 것이 맞다. 그리고 이는 필요악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조직, “Great Workplace”를 방해하는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는 “악습”이다. 알고보면 암세포와 같이 조직 자체를 병들게 하는 고질적이고 부정적인 “병폐”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부정적 방법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잘못된 수단일 뿐이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2019년 2월 22일 발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혹은 화가 난다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행동이 있는가? 혹은 “정당한 이유”나 근거, 그리고 합리적 평가와 판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이루어져도 되는 행동이 있는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혹은 '본인이 싫어하거나 심리적 상처가 큼에도 불구하고' 해도 되는 것들이 있는가? 절대로 없다! 하나도 없다!!
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는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하는 최소한의 금지 조항’들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이전에도 행해지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며, 앞으로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알고보면 우리는 사회적 관행이나 문화의 희생양이기도 하다. 물론 그 사회적 관행이나 문화에는 좋은 것 뿐 아니라 부정적인 행동이나 관행도 포함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학습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따라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과 같은 기회를 통해서 우리의 관행이나 습관을 되돌이켜 보는 것은 항상 유용하다. ‘왜 이런 법을 만들어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거야?’, ‘참 번거롭고 귀찮네..’라고 말하기 보다는 ‘왜 이런 법이 필요했을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혹시 나도 잘못한 것이 있을까?’, ‘나도 조심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직장은 어떤 직장인가? ‘괴롭힘’과 ‘정신적 상처’가 난무하는 곳인가, 아니면 서로를 존중해주며 상처가 생기더라도 위로와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인가? 서로에게 폭언과 공격을 하는 곳인가, 아니면 건강한 조절과 통제를 기반으로 하여 보다 합리적인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인가? 마음의 상처가 생기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내버려두거나 쫓아내는 곳인가, 아니면 다 같이 돕고 책임져서 다시금 우리의 일원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곳인가?
아마도 이에 대한 답변은 분명한 것이다. 즉, 이 법을 통해 “상호 존중” 및 “감정 존중”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은 법률을 만드는 이유는 ‘처벌’이나 ‘금지’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폭력 행위 금지에 관한 법률’은 폭력을 금지하는 법이기는 하나 폭력의 부당함을 인지하고 보다 선하고 긍정적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더 근본적 목적이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금지에 관한 법률’은 문제 행동을 처벌하는 것 이전에 성별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고 성별 상호 간의 존중을 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더 근본적 목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경우에도 단순히 문제행동을 처벌하는 것 이상으로 직장 내에서의 상호존중 및 감정적 존중과 배려가 이루어지는 조직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보람과 성취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존중”과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필수적인 덕목이다.
비록 그 시작은 ‘당황’과 ‘혼란’으로 시작할 수 있으나, 건강한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보다 근본적인 긍정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보다 행복한 직장과 일터가 되기를 바란다.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4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이게 뭐죠? : 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4
본 글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 도서를 통해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감정존중.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심리학적 단상 by 노주선/플랜비
http://m.yes24.com/Goods/Detail/78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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