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회사 생활에 대해서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바로, 술자리 혹은 회식 참석과 관련된 이슈이다. (주로 술자리로 구성되는) 회식 문화에 대하여는 찬반양론도 많으며, 개인에 따라서는 그런 자리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경우에는 퇴사의 원인으로 꼽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이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이슈를 논의할 때에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것은 바로 '당신은 술을 좋아합니까?'이다. 두 번째 질문은 '회사 사람들과 회식(會食, 즉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 활동)을같이 하고 싶습니까?'이다. 이 두 질문을 먼저 던지는 이유는, 이 두 가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술자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회식 문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성향과 특성을 기초로 해야 올바른 대응 방안이 나오는 것이지, 원론적이고 일반적인 논의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만약 술을 좋아하고 원래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술(이나 술자리)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단지 회사 사람들과의 '술자리', 즉 퇴근 후에 공적인 성격과 사적인 교류 특성을 모두 가지는 자리에 참석하여 즐길 수 있을지에 관한 것만 고민하면 된다. 반면에 술 자체를 즐기지 않으나 같이 식사하는 것은 괜찮은 사람이라면, 두 번째 질문(즉,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지만 그 안에서 술은 거절하기)과 관련된 구체적인 의사결정과 대응방안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2. 회식 = 술자리?
이와 같은 고민을 할 때 술자리나 회식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게 되면 불필요한 감정적 대응이나 반응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불편한 이슈의 경우 여러 요소들 중 불편함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보면 그와 관련된 순기능도 있음을 간과하거나 혹은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회식=술자리"란 잘못된 전제이다. '술'은 술일뿐이며, '회식'은 회식일 뿐이다. 관습적으로 '회식'에서는 보통 '술'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문제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되었다. 특히 요즘에는 '술을 못 마신다!'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술을 권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 근거가 된다. 하지만 같이 식사를 하면서 약간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류를 맺는 것이 팀웍이나 상호적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도 맞다. 단, 참석한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그렇다!
즉, 회식과 관련된 고민에서 두 가지는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좋다. '회사 사람들과 식사를 할 것인가?'의 이슈를 고민하여 결정하는 것과 '술'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분리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굳이 회사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점심시간에 하는 회식이나 아니면 근무 시간 중에 나가서 하는 회식을 제외하고 회식에 참석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된다. '술'과 관련된 고민들은 할 필요도 없다. 아마도 아무리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라도 회사 사람들과 밥도 안 먹는데 술까지 먹으려고는 안 할 것이다. 그냥 개인적으로 살던 라이프 스타일(즉, 철저하게 낮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개인적 생활에 집중하기)대로 살면 된다.
3.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반면 회식 자체는 괜찮으며 나름대로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실지 안 마실지에 관하여 결정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면, 당당하게 '술을 못 먹는다!'라고 말하거나 술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면 된다. '술을 못 먹는다!'라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강제한다면 당당하게 인사팀에 신고하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자연스러운 거절의 스킬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굳이 회사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술을 못 먹는다!'라고 말하거나 '오늘은 배가 아프다!'라고 말하고 술을 피하라. 굳이 '저는 원래 술자리를 좋아하며, 저의 개인적 관계에서는 술자리를 자주 가지며 즐기지만, 오늘 회사 사람들인 당신들과 술자리를 하고 싶지는 않으며, 단지 식사하는 정도만 하렵니다!'라고 알려줄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그런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된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인가? 굳이 나서서 분란과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본인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과 원하는 바를 먼저 결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다. 만약 회사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공식적으로 하는 회식 자리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맞춰주면서 가면 된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술을 굳이 내 돈을 안 내고 법인카드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자주 마셔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혹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식사하는 것도 좋은데, 단지 '술'만이 문제라고 하면 그 상황에서 '술'만 제거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즉, 본인이 원하는 바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들을 모색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4. 집단 내 생존 전략
특히 회식이라는 것은 업무적일 수도 있고 비업무적일 수도 있는 애매한 활동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술'을 곁들일지 말지에 관한 것은 (그 자리의 비용을 지불할) 리더의 성향이나 요구 및 참석자들은 선호와 관련된 이슈이다. 물론 이전의 고루한 회식 문화에는 관행적이고 관습적인 정답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시작할 때 '폭탄주'를 한잔씩 다 돌린 후 본격적인 자리를 시작한다던가 혹은 상사나 어른이 주는 술을 거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등의 문화가 있었던 것은 맞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이를 거절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부적응의 사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어느 정도는 강제적인 요소들도 있으나 점차로 강요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개인의 의사와 선호를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 만들어 가는 문화이기도 하다. 만약 회식과 같이 비업무적 성격을 포함한 회사 활동에서는 분명하게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효과적인 스킬이나 노하우는 필요하다. 회식에서 참석하여 술을 권하는데, 정색하면서 '저는 술 싫습니다! 주지 마세요!!'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분위기가 썰렁해지겠는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싫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표현과 조심스러운 태도로 '제가 술을 못 마셔서요ㅠㅠ (실제로는 죄송하지 않으나) 죄송합니다!' 정도로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술을 안 마시면서도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회사 사람들과 식사 자체도 부담스럽고 하기 싫다면 그 자리를 피하면 된다. 대신에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혹은 다른 핑계들을 계속 대는 센스 정도는 발휘하라. '저는 당신들과 밥 먹기 싫습니다! 저는 대체 왜 회사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라고 너무 단호하게 말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타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단, 본인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먹는 기회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문제시하지도 말라. 그리고 그 결과 그들끼리 좀 더 친밀해지고 사적 교류가 늘어나는 결과도 감수하라. 그것이 바로 냉정한 집단 내 역동이다.
회식과 관련된 논의를 할 때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이 있다. 바로 성실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개그맨 '유O석'님이다. 이 분의 경우에는 술을 전혀 안 함에도 불구하고 술자리는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자신의 선호에 따라서 '술'을 먹는 자리와 분위기는 즐기나 '술' 자체는 안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인들에게 전혀 불편감을 주거나 혹은 본인이 불편해하지 않으며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만족스럽게 즐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본인은 회식을 싫어하여 참석하지 않으면서, 타인들의 회식 문화와 특히 술을 같이 먹는 관습에 대해서 심하게 비난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비난의 기저에는 자신만 피해를 본다는 피해의식(남들은 다 친한데 나만 괜히 덜 친한 것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며,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조직 문화에 대한 불편함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본인이 참석 안 하고 술을 안 마시면 할 수 없는 문제이지! 세상이 본인 스타일대로 다 맞춰졌으면 좋겠으며(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모두 다 회식과 술자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 회식을 (자신을 제외하고) 하더라도 그 친밀함의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으면 좋겠다(회식하면서 술 한잔씩 나눈 사람들과 회식도 참석 안 하고 술도 안 먹는 내가 똑같이 친밀해지기?!)는 바램이 가능하겠는가?
회식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한 논쟁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와 같은 비공식적 자리에서도 함께 하며 시간을 나눈 사람들이 더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런 개인적 친밀함은 업무 수행과 관련해서도 (항상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즉, 회식에 참석할 것인지, 그리고 회식에서 술자리를 함께 할 것인지와 관련된 이슈는 결국 개인의 선호에 따른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단,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결과나 영향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원합니까?" 혹은 "당신은 무엇을 더 중요시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답한다면,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다. 본인이 더 좋아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