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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r 12. 2020

왜 저만 착하게 살아야 하죠? : 착한 사람 강박증

심리만만 42화. 착한 사람 강박증

Photo by 小胖 车 on Unsplash



저는 가끔 많이 억울해요!

왜 저만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ㅠ

왜 저만 남을 이해하고 양보하고 져줘야 하는 거죠?

심지어는 이런 저를 이용해 먹는 인간들이 널려 있다니까요!

그렇게 막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열 받아요!ㅠ


가끔씩 부모님을 원망해요.

이렇게 된 게 다 부모님 때문인 것 같거든요.

항상 저한테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착하게 살다 보면 다 복이 되어서 돌아온다!'

고 가르치셨거든요.


지금 와서 보면 다 잘못된 양육이었어요!

그냥 저 혼자 바보같이 사는 것 같을 뿐이에요ㅠ

저는 절대로 제 자식들을 그렇게 바보로 만들지는 않을 것에요ㅠㅠ




1. 착함 강박증


'착함 강박증'이란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만 한다는 신념과 원칙이 너무 강한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무적으로 선의의 행동을 해야만 하며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물론 공식적이고 학문적인 용어는 아님). 그런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착함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사람이 착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좋다. 나쁜 마음으로 못된 짓을 하면 안 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착함'과 관련된 태도나 행동이 너무 엄격하거나 경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내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외적 행동과는 달리 내적인 심리적 불편감이 심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하지만, 마음으로도 나쁜 생각을 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는 것마저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타인에게 불편함이나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지나친 자기희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착함'에 대하여 과도하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엄격하게 행동을 통제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삶의 태도와 행동 방식이 너무 엄격하고 경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내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한 내적으로 강한 죄책감을 겪거나 자신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착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OO님은 참 좋은 사람인가 봐요^^'라고 나름대로의 칭찬을 해주었는데, 오히려 그들은 '저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에요! 실제로는 안 착하고 못된 구석도 많아요^^ㅠ'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2. 스스로는 '착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들


그럼 이들은 착한 것인가, 안 착한 것인가? 당연히 착한 사람들인 것은 맞다. 왜냐하면 선한 의지를 가지고 실제로 착한 행동을 많이 하니까! 그런데 왜 그들은 스스로를 '착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착함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서이며, 두 번째는 '착하지 않은 행동'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그들은 '착함'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 보통 '착함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착함'에 대한 기준이 일반적 수준에 비하여 높은 편이다. 그래서 타인들의 입장에서는 착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내적 기준에 비교하여 스스로는 '안 착하다ㅠ'고 느끼게 된다.


두 번째, 그들은 스스로가 '착하지 않은 행동을 많이 한다!ㅠ'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타인들에게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잘못'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면 과도하게 사과하고 심하게 미안해한다.



3. 착함 강박과 분노


그런데 실제로 그들에게 '안-착한 부분'이 있다. 그들은 내적으로 분노와 화가 많다. 특히 인생을 막 돼먹게 사는 사람이나 함부로 남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는 사람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르게 살려고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도록 너무 많이 애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살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즉, 이들은 은근히 타인에 대해서도 자신의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내적 기준이 잘 드러나지 않으나, 가까운 사이가 되거나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기준들을 대놓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썸' 타는 사이일 때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수용적인 줄 알았던 사람이(왜냐하면 그때는 불편함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니까!), 깊은 관계가 되고 보니 완고하고 엄격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왜냐하면 그때는 자기 수준의 도덕적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기를 상대방에게도 요구하니까!).


또한 이들의 분노의 원천 중 하나는 부모인 경우가 많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갑갑하다'거나 '피곤한 스타일'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많은 혼남과 통제를 받았을 것이며, (어린아이가 견디기에는) 그 과정이 쉽고 편안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착한 사람들이 상담 중에 불쑥 부모에 대한 원망과 비난을 보이는 경우들이 흔하다.



4. 당신은 충분히 선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착함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번째로 우선 자신의 '선한 영향력'에 대해서 스스로 칭찬하라. 당신은 이미 충분히 선한 사람이다. '그래도 마음에서는 아직도 나쁜 마음이 있어요ㅠ'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 그런 완벽한 선함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선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실제로 선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결과로 보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딱히 부정적인 행동을 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한 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에게 유연함을 허락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운동선수라도 매경기에서 모두 잘할 수는 없으며, 힘들고 지치면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항상,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착함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은 그 정도만 하라.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감정적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 항상, 누구에게나,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가 아니라,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많은 상황에서 착한 것만 해도 충분하다.


세 번째는 분노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 내 안의 분노를 인정할 수 있어야 타인을 비난하지 않게 된다. 스스로 느끼는 분노 중 상당 부분은 나의 엄격한 기준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정해야 그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선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난해봐야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선하지 않은 반격일 뿐이다. 스스로의 분노를 조절하여 편안함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마음까지도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착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만 있어도 내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이며,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상담이나 코칭 중에 만나는 '선한 고객' 분들의 심리적인 상태는 외적으로 보이는 행동만큼 만족스럽고 편안하지 않은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도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스스로의 선함을 칭찬하고, 조금만 더 유연해지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선함을 베풀 수 있으며, 내적으로 쌓이는 분노도 줄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선함'이며, '행복한 선함'이다.




본 글과 관련된 방송은 다음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65/clips/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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