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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l 16. 2020

극단적 선택 유가족을 위한 5가지 조언들

극단적 선택 유가족의 애도 방법

Photo by Aliyah Jamous on Unsplash



"선생님, 글 2편이나 써주셔서 감사해요~ 한 10번 더 읽어보려고요!

많은 유족 분들이 선생님 글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 본 글을 써주기 부탁해주신 내담자분께서 앞서 두개의 글을 읽으시고, 스O벅O 선물과 함께 온 보내주신 메시지 중에서




1. 애도는 필수입니다.


정신과나 심리학에서는 매년 100대 스트레스 사건이라는 것을 조사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장 고통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조사하는 것입니다.

그중 항상 1~3위까지를 차지하는 것은 모두 가족 사망입니다.


보통은 '자식 사망'이 1위이며, 그다음은 '배우자 사망'이고, 3위가 '부모 사망'입니다.

또한 가족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친구 사망'은 5위나 6위를 항상 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스트레스와 마음의 고통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고인이 떠나시게 된 원인이 교통사고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큰 충격을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질병 등으로 인하여 젊은 시절이나 일반적인 예상보다 이른 나이에 떠나셨다면 더욱더 큰 충격을 가져오게 됩니다.

극단적 선택의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심리적인 충격과 아픔으로 남게 됩니다.


보통 임상적으로 정상적인 애도 기간은 6개월 정도로 봅니다.

즉 가족이나 지인이 떠나간 후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 후 이를 회복하는 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극단적 선택의 경우에는 이 애도기간 자체가 매우 길어지며, 특히 자녀가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극심한 심리적 고통 자체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의 경우에도 애도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른 경우에 비하여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애도 과정을 거치게 되며, 애도 과정을 어떻게 거치는지에 따라서 그 후유증이나 상처가 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도 과정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며 오랜 기간 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리부터 하고 대응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2.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그 원인을 찾고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를 귀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귀인 과정을 통해 본인이나 타인의 행동과 관련하여 이해가 되거나 납득이 되게 되면 심리적으로 불편감이 감소합니다.

 

그러나 극단적 선택의 경우에는 쉽게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와 과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를 요약하면 바로 '왜? 그랬을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을 위한 글' 중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3가지 이유"라는 글을 기술하게 된 것입니다(참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3가지 이유' by 노박사. https://brunch.co.kr/@mindclinic/324)


이와 같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왜 그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를 추론하는 과정을 심리적 부검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일반인들이 감당하는 과정이 아니라 심리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전문적인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일반인들이 하는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은 과학적 근거나 이론에 근거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추론을 하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과 논리에 근거한 접근일 뿐입니다.


특히 이와 같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과 논리에 근거한 과도한 생각은 과도하게 고통스러운 심리적 및 감정적인 아픔을 동반하며 이는 그대로 심리적 상처와 후유증으로 남게 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노력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마찬가지로 납득이나 이해가 가는 원인을 찾는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라던가,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정의나 이유, 혹은 관련 정보 등에 대한 인터넷 검색 등을 하는 경우 불필요한 심리적 고통과 후유증만 증가시키게 됩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은 대처 방법 중 하나입니다.

혹시라도 "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다면 심리적 부검이나 극단적 선택을 많이 다루어본 전문가와 대화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이와 같은 불필요하게 심리적 고통을 증가시키는 활동을 줄이고, 감정적 발산이나 해결 혹은 합리적 이해 등과 같은 건강한 애도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당신 탓이 아닙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이나 지인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이 바로 '미.안.해.'입니다.

이 안에는 '나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내가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어서 그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내가 좀 더 잘해주었으면 안 그랬을 텐데..'라는 후회와 자책들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만약 극단적 선택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도 극심한 심리적 고통 속에 계신 분들이 시라면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릅니다."라는 저의 언급 자체에 대한 반감이나 불편감이 생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의 시기가 지나가고 가신 분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이 가능해지는 단계에서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바로 "당신 탓이 아닙니다!"입니다.

"나 때문에?", "내가 힘들게 해서?", "내가 좀 더 잘해주었더라면 ㅠㅠ" 등과 같이 스스로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생각들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본인이 기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이는 작은 이유에 불과할 뿐입니다.  


글로 기술하니까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상담 과정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 과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결론을 얻는 과정 자체가 아주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고통스러운 애도 과정의 중요한 위기를 넘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분들에게 관련 전문가로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너무 심하게 당신 탓을 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당신은... 그분이 세상을 버티는 힘이자 이유였을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4. 그분의 관점에서 보십시오.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들을 상담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고인의 선택을 이해하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물론 전적으로 이해하거나 납득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특성과 성향, 그리고 그분이 처한 입장이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혹은 '아.. 그럴 수밖에 없었겠네ㅠㅠ'라는 통찰이 오면서 그분들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하나 가지게 되는 진지한 통찰이 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떠나가신 그분의 입장에서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심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서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와 과정을 통해서 본인 스스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지만 내가 사랑하고 아끼던 사람들이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떠나가신 분들이 남기시는 마지막 말에 자주 나오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덧붙이는 한마디가 바로 '행복해!'입니다.

아마도 이는 그분들의 진심일 것입니다.

자신으로 인하여 고통스럽고 힘들기보다는 잘 해결하고 극복하여 내가 사랑하고 아끼던 사람들은 "행복"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5. 본인도 상담을 받으세요


원래 제가 피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 이슈나 특정 개인과 관련된 이슈들은 적극적으로 피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글입니다.

그 이유는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며,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떠나가신 분께 누가 되거나 그분들의 유가족과 지인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의 가족이나 가까웠던 지인들을 함부로 위로하지 마십시오.

유가족분이나 지인들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흔히 겪기 어려운 심한 마음의 어려움입니다.

그래서 의도와는 상관없이 혹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있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반드시 추천하는 것이 바로 상담입니다.

일반적 수준의 상담보다 심리치료에 준하는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상담을 반드시 추천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본 글에서 언급한 과정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으며, 조금씩 마음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크다면 그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물어가는 가는 과정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드시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본인들의 마음도 치유하시기 바랍니다.




이로써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을 위한 글을 일단락합니다.

브런치에 올린 300개가 넘는 글 중에 가장 쓰기 힘들었던 글을  마칩니다.


벌써 이 업에 발 들인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제 내담자나 고객분들 중에 극단적 선택을 하셨던 분들도 있으며, 그 유가족분들을 뵙기도 하였습니다.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문제는 아무리 주의하고 신경 쓰고 우리 모두가 노력해도 부족함이 없을 이슈입니다.

제 글을 읽으신 한 독자분께서 "작가님의 글을 읽고 아무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불행한 사람이나 가족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이 댓글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글쓴이의 마음을 너무도 정확하게 공감하고 이해하여 표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부디 부족한 글이나 글쓴이의 좋은 의도를 고려하여 부족한 점이나 불편하신 점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아무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불행한 사람이나 가족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극단적 선택 유가족을 위한 글을 요청해주시고 본인 사례를 언급할 수 있도록 해주신 OOO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부디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 좋은 댓글로 글쓴이에게 힘을 보내주신 "실OO 선생"께도 좋은 언급과 댓글 해주심에 대해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혹시라도 필요하신 내용이나 써주었으면 하는 글 내용이 있다면, 댓글 주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해서 기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24


https://brunch.co.kr/@mindclinic/368


https://brunch.co.kr/@mindclinic/105


https://brunch.co.kr/@mindclinic/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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