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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Apr 04. 2020

고인(故人)을 애도하는데 도움이 되는 3가지 방법

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세상 이야기. 추모와 애도

Photo by Mayron Oliveira on Unsplash



이 글에 관심을 가지고 클릭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글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주변의 소중한 분을 잃은 아픔이 있으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제 주변에 계신 어르신이나 지인분들, 그리고 제 고객분들 중 소천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우선 저를 비롯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주변의 세상을 떠나신 분들에 대하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행여라도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누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고인을 떠나보내고 남아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는 글임을 먼저 밝혀드립니다. 




0. 먼저 말해둘 것들..


누구나 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을 겪게 됩니다. 게다가 나이를 먹게 되면 될수록 그런 일들은 더 많아집니다. 저 개인적으로 지병을 가지고 계시기는 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너무 일찍 떠나신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 이후로는 어머님께 반나절만 통화가 안돼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증상(?!)이 생겨버렸습니다. 부모님이나 형제들, 그리고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 여러 가지 이유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들은 일상적으로 겪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 측면에서는 잘 대응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 먼저 말씀드리고 본격적인 내용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첫째, 애도 기간은 최소한 6개월은 걸립니다. 

일반적으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후 마음이 무척 힘든 애도 기간은 최소한 6개월 정도 걸립니다. 그중에서도 첫 1개월은 엄청난 혼란 속에서 보내게 됩니다. 비-현실감('돌아가셨다 것이 믿기지를 않아요ㅠ 금방이라도 안방에서 나오실 것 같아요!ㅠㅠ')이나 정서적 불안정성('어느 순간 아버지 생각에 펑펑 울다가도 또 출근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상시와 같이 생활해요. 어떤 때는 웃기도 한다니까요ㅠㅠ') 등이 심합니다. 최소한 3개월 정도는 지나야 극심한 고통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울컥하면서 고인 생각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는 증상들은 6개월은 갑니다. 단, 이는 일반적 기준이며 개인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예를 들어 생전에 고인이 오랜동안 지병으로 힘드셨다던가, 혹은 본인과 사이가 안 좋아서 갈등이 많았다던가 등). 


둘째, 함부로 감정을 덮으라고 강요하지 마십시오. 

본인 및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함부로 감정을 덮거나 정리하라고 강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체적인 부상이나 문제가 크면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고, 치료 후에도 한동안은 몸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애도 과정은 아주 힘든 마음 정리 과정입니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 같은데 가보면,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슬퍼할 필요 전혀 없어!'라던가 '이럴 때일수록 네가 정신 잡고 슬픔을 극복하고 이겨내야지!'등과 같은 말들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와 같은 말들을 하는 이유는 위로와 지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겠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되거나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족이 외국을 떠나더라도 공항에서 눈물바다가 되는 법인걸, 어찌 되었건 다시 보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슬픈 상황인 것 맞습니다. 자연스러운 애도를 할 수 있도록 감정을 흐름을 막지 마시기 바랍니다. 



1. 주변 사람과 고인에 대해 (집중해서) 회상하라. 


고인을 애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인에 대해서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고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고인에 대한 감정 표현을 하게 되며, 힘든 감정이 발산되고, 나중에는 건강하게 정리되는 기능을 합니다. 고인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 감정들, 좋았던 일, 서운했던 일 등 고인과 관련된 어떠한 얘기라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 과정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고인의 가족들끼리('직계끼리' 등, 사촌만 돼도 애도의 수준이 다를 수 있음), 혹은 동료들끼리(심리적 친밀도나 업무적 유관성 등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만나 고인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도움됩니다. 보통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게 되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예의인데,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건강하고 좋은 애도 과정입니다. 만약 너무 다른 관점이나 감정을 가진 사람이 끼어 있다면 대화가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감정과 친밀도 수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이를 위한 목적을 가지고 집중해서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장례식장 등과 같은 상황에서는 집중해서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일련의 행사(?!)가 끝난 후에는 이와 같은 목적의 모임이 만들어지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집중해서 고인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의 경우에는 매일 저녁 손님들이 가고 난 후, 혹은 발인을 마치고 모두 모여서 이와 같은 시간을 가지면 됩니다. 이후에도 49제와 같이 온 가족이 모이는 경우라던가 혹은 가족 중 한 사람의 생일 등과 같은 행사가 있다면 일정 시간을 할애해서 집중하여 회상하는 계기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동료들의 경우에는 이삼주나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임을 가지고 고인에 대하여 집중해서 회상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가능하면 독립된 공간(멤버 중 한 사람의 집에서 모이거나 혹은 룸이 있는 횟집이나 고깃집 등)에서 타인의 눈치나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감정적 동요가 생겨서 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라.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떠나는 경험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드는 사건입니다. 기본적으로 상실감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하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에는 당황스러움과 혼란이 밀려오게 됩니다. 그 외에도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올라오게 되는데, 그 모두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 어떤 감정도 억제하거나 부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감정은 '상실감'입니다. 

이는 우리가 이사를 가거나 몇 년을 탔던 자동차를 팔 때에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차나 집과 같은 사물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는 경우에는 그에 비교할 수도 없는 상실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경우보다도 사고 등으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에는 상실감은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또 다른 감정은 '죄책감'과 '미안함'입니다. 

즉, '좀 더 잘해줬어야 하는데..'와 관련된 아쉬움입니다. 물론 좋았던 시절도 있으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내드리는 입장에서는 그동안 못해준 것이나 속 썩였던 일과 같은 아쉬운 마음이 큰 법입니다. 특히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경우나 생전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죄책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 감정은 '원망'입니다. 

이는 특히 초반에는 잘 안 드러나지만 안에 거의 내재되어 있는 감정 중 하나인 것은 맞습니다. 우리 마음 중 일부에서는 오히려 고인이 우리는 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전형적인 표현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가버리신 건데요?!ㅠ'라는 통곡입니다. 머리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너무 못됐다! 어떻게 떠나신 분을 놓고 원망을 해ㅠㅠ'라고 자책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감정이니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말이나 글로 정리하라.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면, 부모님의 산소나 납골당에 가서 고인이 마치 살아계신 것처럼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이 또한 고인을 애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인 것 맞습니다. 어떤 감정이건 마음속에 품고만 있을 때에는 잘 해결되지 않습니다. 말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항상 도움이 됩니다. 물론 표현하는 과정에서 일순간 고통스러운 감정을 재경험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감정을 해소하고 정리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가끔씩 산소나 납골당을 찾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곳을 가는 동안, 그리고 묘소나 고인의 사진 앞에서, 그리고 돌아오는 동안에 집중하여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산소를 찾는 것이 단순히 효도나 싸가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 상 애도나 추모의 기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곳을 방문하여 대화하듯이 말함으로써 마음의 응어리는 푸는 것은 항상 좋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안되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글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브런치나 블로그 등에서 보면 부모님 등과 같은 고인에 대한 글을 써서 올리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글의 경우에는 추후에 다시 읽으면서 유사한 감정 치유 효과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체계적으로 글을 쓰면 더욱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주제들로 글을 써보시면 훨씬 더 좋은 애도와 감정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1) 나에게 아버지(혹은 어머니)란? 


2) 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은?


3) 아버지와의 일 중 가장 좋았던 추억은?


4) 아버지에게 가장 서운했던 일은?


5)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니, 아버지에게 드는 생각은? (이 항목은 경우에 따라서 바꾸어 사용하시면 됩니다)


6) 지금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하고 싶은 일 세 가지는?


7) 지금 아버지가 내 앞에 계신다면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이 항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울컥하시거나 눈물이 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 항목들은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항목들이며, 이를 천천히 적어보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큰 정리와 힐링이 될 것입니다. 




제 브런치 구독자 중 한 분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더군요..ㅠㅠ

젊은 시절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병환으로 떠나신 저의 개인적 경험으로 인하여 내담자분들 중에서도 아버지와 관련된 이슈로 상담을 오시면 유난히 역전이(轉移/Counter Transference, 상담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미해결 된 감정과 관련하여 내담자의 대화 중 느끼는 감정)가 생깁니다.

그분의 글을 읽으면서 아련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하였으며, 저 스스로도 저의 아버님을 다시금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선 그분께 제 글이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으며, 

최근 저와 제 주변에서 소중한 분을 떠나보내신 분들께도 위로와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본 글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105


https://brunch.co.kr/@mindclinic/87


https://brunch.co.kr/@mindclinic/37


https://brunch.co.kr/@mindclinic/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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