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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l 13. 2020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을 바라보며..

베르테르 효과의 리얼리티

Photo by Sasha  Freemind on Unsplash



"선생님 ㅠ OOO 시장이 ㅈㅅ했나봐요 ㅠㅠ

새벽에 죄송해요..

말할 곳이 없는데 가슴이 갑자기 넘 답답해서 ㅠㅠ"


OOO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다음날

새벽 1시 반에 받은 내담자분의 메시지




1. 베르테르 효과를 아십니까?


극단적인 선택이 가지는 부정적인 여파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에는 그 여파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유사한 방식으로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는 현상을 말하는 심리학적 용어가 바로 "베르테르 효과"입니다.


그런데 극단적인 선택, 특히 유명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유사한 방식으로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는 현상" 이상으로 많은 부차적인 문제들 가져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분 유가족들과 지인들의 재경험'입니다.

즉, 가슴에 한이라 부를 정도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버티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분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다짐을 통째로 흔드는 문제를 보이게 됩니다.


얼마 전 유명한 정치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오후부터 관련 뉴스가 나왔으며, 7시간이 지난 새벽 00시 조금 넘어 시신을 발견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언론의 발표가 나온 지 한 시간 후 새벽 1시 반 제 내담자 분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선생님 ㅠ OOO 시장이 ㅈㅅ했나봐요 ㅠㅠ 새벽에 죄송해요.. 말할 곳이 없는데 가슴이 갑자기 넘 답답해서 ㅠㅠ"



2. 그들의 고통을 아십니까?


아마도 오후에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분은 아무 일도 못하고 마음이 불안하고 우울하며, 큰 심리적 혼란과 고통 속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정리하고 묻어 놓았던 마음의 고통과 아픔이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을 가지셨을 겁니다.

그래도 아직은 '극단적 선택은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그분의 유가족 못지않게 바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신을 발견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는 순간 그동안 잘 정리하고 묻어놓았던 그간의 아픔과 고통이 모두 뒤집어져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이미 지난 일인데...', '왜 그런지?', '그 유명인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등과 같은 일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어 보이는 질문들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극단적 선택 유가족들만의 아픔과 고통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으로만 유발되는 것이 아닙니다.

극적인 결말을 이끌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도 경험합니다.

사실을 전달한다는 명분으로 시시각각 올라오는 모든 언론 보도들도 이분들을 자극합니다.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고 자극하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이들에게는 고통입니다.

단순히 '아.. 힘들겠구나..!' 하는 피상적인 공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인생을 다시금 무너뜨리는 듯한 극심한 고통과 아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3. 애도도.. 비난도..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베르테르 효과를 얘기할 때 함께 논의되는 말이 바로 파파게노 효과입니다.

즉, 언론보도 자체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고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하는 이의 극단적 선택을 경험하여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의 극심한 고통과 아픔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금번 사건의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과 미투가 연계되어 있어 더욱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조문을 하는 것이 맞는지, 안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언론이 가득합니다.

심지어는 청와대 청원에도 올라가고 장례식 수준과 관련하여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일도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 모두는 그대로 언론에서 핫이슈로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인 저로써는 이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마음이 고통스럽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고인을 애도할 수도 있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정쟁화하거나 이슈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인하여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음을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정치적 관점이나 사회정의 실현의 측면이 아니라 제가 도움드리는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내담자분들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4. 아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치유하고 보호하라.


저에게는 24시간 아무 때나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셔도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이 높아 특별히 관리하는 저의 내담자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은 아예 대놓고 '자살 금지 서약'이라는 것을 하며, 제 개인 연락처를 알려드리며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 곧바로 연락을 취하도록 합니다.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면 얼마나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크겠습니까?! 하지만 이는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서 거의 치료가 가능하며 예방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이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크겠습니까?! 반드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서 치유와 정리가 필요한 사안임에 틀림없습니다.


결국 마음의 아픔을 보는 눈을 가지는 것, 그리고 마음이 다쳤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치유하고 힐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들의 유가족이나 지인들도 반드시 치유가 필요합니다.

즉, 아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은 반드시 치유가 필요하며, 보호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고, 이로 인한 아픔과 부작용을 해결하는 필수적 과정입니다.

 



다행히 새벽에 온 메시지를 너무 늦지 않게 제가 발견하였습니다.

새벽에 30여 분간 톡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정도 긴급한 감정적 해결은 이루어지고 진정이 되신 후 제대로 상담을 오시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이는 완전한 해결은 아닙니다.  

응급처방일 뿐이며, 제대로 된 정리와 치유가 다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에는 또 잘 넘어가더라도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이 발생하면 심각도 수준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또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관련 전문가로서 이와 같은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우리 모두가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특히 항상 언론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들이나 이들의 동향 보도를 핵심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언론 관계자분들도 저와 같은 관점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이상의 불행한 사건들을 최소화하고, 불행한 사건들로 인하여 고통받는 분들의 아픔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299


https://brunch.co.kr/@mindclinic/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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