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존중감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열등감(Sense of Inferiority)입니다.
열등감의 사전적 정의는 '자신이 남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존중감이 스스로를 애정하고 존중하는 대표적인 자기애적 개념이라고 한다면,
열등감은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측면이나 콤플렉스를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존중감이 높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등감은 자기존중감이 높지 않은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서 여러 가지 문제나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정체성이 불안정하거나 취약하여 우울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거나 혹은 대인관계 상에서 지나친 의존이나 매달림 혹은 공격적 행동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자기존중감이 나 자신과 주변과의 관계, 그리고 세상에 대한 태도와 행동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인 것처럼 열등감도 한 개인의 심리적 영역과 환경과의 상호작용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래서 열등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존중감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열등감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취약한 부분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더 건강한 자기존중감을 형성하거나 혹은 (Adler가 말했듯이)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1. 사람을 제일 괴롭히는 방법. 비교
Photo by Coffee Geek on Unsplash
혹시 미운 사람이 있습니까?
그 사람을 한방에 엿 먹이거나 심한 심리적 상처를 주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비교"하시면 됩니다!
비교하면서 공격하면 상대방에게 극한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최근 언론에 많이 등장하는 막말이나 갑질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비열한 갑질에 분노하고 상처 받은 피해자들을 위로합니다.
그런데 막말이나 갑질의 내용 중 필수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비교입니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학원강사녀가 배달하는 분에게 했던 막말에 보면 직업 비하 발언과 성적 운운하는 비교가 나옵니다.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거기서 배달이나 하고 있죠!'
'본인들이 공부 잘하고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고 했으면 배달 일 하겠어요?'
'3건 해봤자 만원 벌잖아요? 저는 한 달에 천만 원 벌어요!'
이처럼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비교하면서 공격하는 것만 봐도 '너무 하네!'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저런 표현을 듣고 공격을 받은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상처 받았을지에 대하여 공감이 되십니까?
그런데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에게도 이와 비슷한 비교를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통을 줍니다.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너는 왜 저 사람에 비하여 못나고 부족한 거니?ㅠㅠ'라고 책망합니다.
이것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핵심적인 심리적 프로세스입니다.
2. 부정-편향적 비교
그런데 열등감이 항상 좋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는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들러는 열등감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비록 인간이 열등감을 가지고는 있으나 이를 극복하여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과정에서 심리적 성장과 업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열등감이 강한 사람들은 열등감을 발전적 방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열등감에 매몰되어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과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는 현상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열등감이 강한 사람들은 부정-편향적인 비교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균형적 관점을 가지지 못하고 부정적인 측면이나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여 비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돈이 많거나 공부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외모에 관한 열등감에 빠져 있는 사람은 돈이나 공부와 같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영역에 대한 관심도 균형적으로 가지기보다는 외모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혹은 외모가 비교적 훌륭한 경우에도 본인보다 외모가 더 뛰어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의 열등감을 강화합니다.
이처럼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은 균형적 관점을 상실하고 부정적 측면에만 집중하게 되어 점점 더 깊은 열등감과 그로 인한 부정적 정서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부정적 정서가 심화되면 더욱 부정적 측면에만 집중하고 상대적인 본인의 장점이나 타인에 비하여 우월한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덜 인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심화되면서 더욱더 깊은 열등감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3. 불안정한 자기정체감. 나만의 고유성(Uniqueness)
Photo by Eric Prouzet on Unsplash
본인의 단점에 대해서 3가지만 말씀해 보실래요?
저는요, 첫째 외모가 별로 특출 나지 못한 거 같아요ㅠㅠ 둘째 딱히 뛰어나게 잘한다고 생각되는 게 없어요 ㅠㅠ 셋째 가난해요 ㅠㅠ
그럼 본인의 장점에 대해서 3가지만 말씀해 보실래요?
장점이요..?....... (20초 경과) 그냥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정도..?
자기정체감이란 나 스스로에 대한 인식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기반하여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내리는 정의입니다.
즉,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잘하는 반면에 부족한 점은 어떤 면이라는 것에 대한 내적 정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기존중감의 바탕이 되며, 자신의 강점에 기반한 자신감과 적극적 행동으로 성취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보상적 활동의 근원이 됩니다.
그런데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자기정체감 자체가 불안정하거나 혹은 부정-편향적 자기정체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상담이나 심리치료 등에서도 단점을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는 반면에 강점은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혹은 말을 하더라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말하되 그것마저도 (예시와 같이) 한참 생각해야 말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고유성과 타인과의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깔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주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기준(예를 들어, 돈, 외모, 성적 등)에 따라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4. 애정과 우월함의 확인에 집착한다
Photo by Obie Fernandez on Unsplash
사람은 기본적으로 애정과 인정을 먹고 삽니다.
그런데 스스로 애정하지 못하고 본인의 강점이나 장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내적으로 공허함을 경험하며 불안함과 불안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를 외적인 대상들, 즉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고자 합니다.
혹은 강한 내적 공허함을 보상하기 위해 과도한 우월감과 더불어 강한 타인 비하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애정을 갈구합니다.
왜냐하면 내적인 공허함을 채워줄 애정을 타인으로부터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타인에게 매달리거나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며, 조금만 잘해주거나 인정해주는 듯하면 그 상대에게 의존하는 경향은 더 강해집니다.
이와 같은 과잉의존으로 인해 상대방은 불편함이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 '질린다!'라는 표현과 같이 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하여 결국 관계의 끝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은 내적인 활동을 통해 열등감을 보상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우월한 부분에 대해서 지나치게 강한 우월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월감을 지나치게 많이 & 강하게 표현하거나 혹은 타인에 대하여 비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결국 이 또한 타인들에게 불편감을 주거나 혹은 혐오 행동으로 비추어질 수 있으며,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더 우월한 사람이 나타나면 금방 자신감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와 같이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는 자신을 방어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5. 열등감이 강하면 공격적인 이유
Photo by engin akyurt on Unsplash
실제로 열등감이 강한 사람들은 열등감이 아주 심하거나 혹은 열등감으로 인해 고통받은지 오래된 것이 아니라면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위축되거나 회피적인 행동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열등감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감정이며,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내적인 불편감이나 스트레스 차곡차곡 쌓이다가 한번 터지면 격하게 터지며, 대부분은 공격적인 형태로 발현됩니다.
특히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은 타인들로부터 애정과 인정을 받고자 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서운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적인 공허함을 타인들에게 의존하거나 매달리면서 채우려는 경향으로 인하여 과도한 집착이나 매달림을 보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보다는 상대방의 요구에 지나치게 맞추려고 하거나 혹은 상대방에 대해서 불평이나 불만을 전혀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수용적인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스트레스나 서운함, 억울함이나 심한 경우에는 비굴함 등까지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애정과 인정을 받기 위해 꾹 참고 있다가 관계 틀어지게 되면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우월감을 통한 자기 보상 과정에서도 공격적인 행동이 드러나게 됩니다.
왜냐하면 강한 우월감은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며, 이는 다른 사람에게는 무시나 공격, 심한 경우에는 혐오 반응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이나 공격적 혹은 혐오적 행동이 강할수록 상대적인 우월감을 강하게 느끼면 느낄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내적 보상과 만족은 커지게 됩니다.
결국 이와 같은 공격적 행동과 혐오 행동들은 내적인 공허함을 보상해주고 강한 우월감을 경험하는 상태를 지속시켜주며 내적인 공허함을 잊게 해 줍니다.
그래서 소위 진상 손님이나 갑질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열등감이 높은 사람인 경우가 많으며, 지위나 역할(예를 들어 상사나 고객)을 이용해 적정 수준 이상의 공격적 행동을 보이면서 스스로의 공허함을 보상하고 내적 상처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6. 열등감이 높은 사람들을 대하는 바람직한 방법
Photo by taylor hernandez on Unsplash
열등감이 높으면 내적인 고통이나 관련된 부정적 정서가 상당히 강합니다.
본인도 힘들고 타인들도 힘들게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만약 열등감이 강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 스스로가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서 건강한 자기정체감 형성 및 자기존중감 향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단, 단기간에 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만약 주변에 열등감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절대 비교하지 마십시오.
비교하는 표현이나 언행을 최대한 삼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말로 꺼내기 전에 그분들은 벌써부터 본인 스스로의 비교 활동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교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격한 부정적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혼자서 비교하는 생각 만으로도 힘든데 그것을 확인해주는 비교에는 격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둘째, 일관된 칭찬을 반복해서 해야 합니다.
열등감이 높은 경우에는 타인들의 칭찬이나 인정을 평가절하하거나 의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왜냐하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칭찬을 무척 낯설어하거나, 칭찬을 했는데도 매우 불편해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진짜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점에 대해서는 일관되면서 매우 많이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처럼 꾸준히 & 일관되고 & 반복해서 칭찬과 인정을 하게 되면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본인 스스로도 이를 건강한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논의했듯이 열등감이 높은 분들은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다가 '이 사람이다!' 싶으면 급속하게 가까워지거나 다가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처럼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너무 급속히 가까워지거나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지게 되면 관계가 안 좋게 끝나게 되는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감당하지 못할 것이면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여 상처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보다는 '벽돌로 집을 쌓듯이' 조금씩 조금씩 관계가 깊어지는 단계를 거치도록 노력하시기를 권합니다
열등감이 높다는 것은 심리장애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또한 성격이나 심리적 영역 중 취약한 부분일 뿐입니다.
신체적으로 비유하면 위염이나 위암이 아니라 '위가 안 좋은 정도'일뿐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심리적 속성입니다.
단, (다른 심리적 속성들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하지 않거나 구체적인 개선 활동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열등감의 굴레와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적인 측면들과 마찬가지로 열등감도 나의 성장과 발전의 좋은 재료이기도 합니다.
이를 정확하게 발견하고 체계화한 사람이 Adler이며,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은 현대인의 심리적 치유와 성장을 위한 좋은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아들러가 말한 것처럼) 건강한 성장과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