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Dec 29. 2022

모든 관계의 기본은 애착이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1. 원숭이 애착 실험을 아십니까?


photo from wikidoc.net


인간의 발달과 성격 형성과 관련하여 유명하고 의미 있는 실험 중 하나는 '원숭이 애착 실험'입니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심리학자였던 Harry Harlow는 철사로 된 어미 대리모와 부드러운 촉감의 천으로 된 어미 대리모를 통한 실험을 하였습니다.

실험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어린 원숭이들은 철사로 된 어미 대리모보다 천으로 된 어미 대리모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심리적인 보호와 안정감을 느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원 실험 자체는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으며, 결정적 요소를 밝히기 위해서 다양한 실험 조건들을 달리 하였고, 그 과정에서 동물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잔인하고 가학적인 요소가 있어 비판도 많아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이 실험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스킨십이 정서적 및 심리적 안정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실험 내용 중 철사로 된 어미 대리모의 경우 먹이를 제공해 주고, 천으로 된 어미 대리모의 경우에는 먹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천으로 된 어미 대리모와 더 오랜 시간을 가지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와 같은 패턴은 성인기(원숭이가 다 큰 이후)에도 영향을 미쳐서, 철사로 된 어미 대리모에게서 자란 원숭이는 자신의 자녀를 케어하지 못하였으나 천으로 된 어미 대리모에게서 자란 원숭이는 자녀 원숭이를 케어한다는 결과까지 밝혀 내었습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정도의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초기 아동기 경험 중 진정한 정서적 발달과 성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질적 보상이나 만족이 아니라 스킨십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와 같은 정서적 발달과 성숙은 결국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치며, 자신의 자녀에 대한 케어(즉, 애착) 행동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 원숭이에 대한 이 실험은 인간에게도 많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2. 애착이란 무엇인가?


Photo by Khamkéo Vilaysing on Unsplash


애착의 사전적 정의는 '몹시 사랑하거나 끌리어서 떨어지지 아니함. 또는 그런 마음'(우리말샘 사전 from daum.net)입니다.

이는 보통 수준의 사랑하거나 끌리는 마음인 '호감'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떨어지지 않음'이라는 행동적 의미 또는 그 정도 수준의 행동이나 심리적 측면을 바라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거나 끌리는 마음'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심리학에서는 '접근행동'이라고 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앞에 가보면 애기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항에 가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서로 부둥켜안으며 서로 반가워하거나 못 만난 지 오래되는 경우라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제가 가끔 울고 싶은데 우는 방법을 모르는 내담자분들에게 추천하는) '귀향군인'과 관련된 유튜브에서는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군인들이 일부러 알리지 않은 채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나타나 서로 감동적으로 재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울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애기들이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보면서 "특별한 반가움"을 표현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응.. 왔어? 가자..' 수준의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인다면 어떨까요?

혹은 공항에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반가워하거나 포옹하는 장면 없이 '짐 다 챙겼어? 빠진 건 없고? 가자 차 대기해 놨어'라고 사무적으로 얘기하는 장면은 어떤가요?

몇 개월 또는 몇 년 간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을 보면서 가족들이 '어? 왔어? 웬일로 소식도 없이 왔어? 미리 전갈을 보내지.. 오늘 약속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오면 어쩌라고..'라고 반응한다면 어떨까요?



3. 애착은 왜 중요한가?


Photo by Liv Bruce on Unsplash


그렇다면 '애착'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대체로 그렇다'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살아가기 어려운 동물이며, 상호 간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산속에 들어가서 자연인으로 살지 않는 한, 대인관계상 상호작용과 교류는 필수불가결한 활동입니다.

이와 같이 전반적인 대인관계상 교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심리적 구성 요소가 바로 '애착'입니다.


'애착'은 한 개인의 처한 환경, 특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기본 태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만약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애착 형성을 해왔다면, 타인들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우호적이고 긍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많아지며 그 결과 사람들과 긍정적일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이 더욱 확고해집니다.

때로는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믿음이 전제가 되어 긍정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하고 노력하는 심리적 자원이 됩니다.


또한 '애착'은 다른 사람들과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만약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애착 형성을 해왔다면, 일반적인 관계 및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별한 노력이나 학습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충분한 애착을 만들어준) 주-양육자와 함께 교류했던 스킬이나 행동'을 하면 됩니다.

웬만한 갈등이나 문제 생기더라도 이전의 안정적인 관계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갈등이나 문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4. '불안정한' 애착이란 무엇인가?


Photo by Geoffroy Hauwen on Unsplash


'애착'을 구분할 때에 보통 '안정적 애착'과 '불안정한 애착'으로 나눕니다.

간단히 말해서 안정적 애착이란 타인과의 관계나 교류에서 안정적이고 신뢰로운 관계 형성이 가능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에 반하여 '불안정한 애착'은 타인과의 교류 상에서 불신이나 의심, 혹은 변덕스럽거나 불안정한 행동이 많이 나타납니다.

즉, 타인이 믿을만하고 의지할만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그렇겠지? 믿어도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가도 '아니야! 못 믿겠어.. 어떻게 믿어..ㅠㅠ 다치고 상처받기 싫어 ㅠㅠ'라고 생각하는 과정이 교차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애착'이 나타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불안정한 애착. 불안형'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불안정한 애착. 회피형'이 있습니다.


'불안정한 애착.불안형'은 사람과의 교류나 관계를 피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원하며 기회가 온다면 관계를 맺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에는 관계가 지속되고 오래되면 점차 더 신뢰롭고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오히려 관계 상 '불안정성'이 커집니다.

물론 좋을 때에는 충분히 좋은 상호작용과 교류가 이루어지나 동시에 의심이나 불신, 그리고 근본적인 믿음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사랑하고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도 되었으며 '사랑해! 너를 만나서 너무 행복해!'라고 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날 진짜 사랑하는 게 맞아?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 등 강한 의심행동을 보이거나 '나 절대 버리면 안 돼 ㅠㅠ 나는 너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ㅠㅠ'라고 지나치게 매달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애인의 폰을 훔쳐본다던가 사사건건 추궁하고 의심하는 행동을 하다가도 어느 날은 너무 미안하다고 하거나 잘못했다고 울면서 사과하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더욱 문제는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와 같은 행동이 개선되지 않고 더욱 심해진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하여 '불안정한 애착.회피형'은 사람과의 교류나 관계를 아예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관계만 맺는 경우입니다.

물론 성격 상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관심이나 동기가 적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깊이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회피합니다.

그래서 이들과의 관계는 피상적이거나 공허한 느낌을 주게 되며, 시간이나 교류가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관계가 깊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가장 전형적으로는 업무 상 혹은 사회적 관계상 꼭 필요한 관계 이상의 개인적인 관계를 피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보통은 '(너무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내지는 '왠지 큰 벽이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들의 대인관계상 쿨한 모습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특히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들이고 그만큼 상처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대쉬나 구애에 의해 애인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특별한 관계가 된다고 해도 실상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더 깊어지는 느낌이나 친밀해지는 느낌이 없으며, 매력적이었던 쿨했던 그 상태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안에도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대인관계를 원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생기거나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아예 피하는 것일 뿐..



5. 어떻게 할 것인가?


Photo by Igor Érico on Unsplash


그렇다면 '안정형 애착'이 좋은 것이며, '불안정한 애착'이 나쁜 것일까요?

이 또한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래 사기를 잘 당하는 사람은 보통 '안정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쉽게 믿고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사기를 당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해주거나(불안형의 경우, 왜냐하면 거절하면 버릴 거니까!), 아예 사기당할 일 자체를 만들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회피형의 경우, 사기꾼뿐 아니라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들의 인생은 외롭고 허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안정형 애착과 불안정형 애착은 유전이나 체질과 같이 타고 태어난 비-가변적 요소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충분한 노력과 좋은 관계를 쌓아감으로써 충분히 해결되고 개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애착 패턴을 바꿀 정도라고 하면 상당히 진지하고 깊은 관계가, 상당기간 동안 축적되고 쌓여야만 합니다.

즉 진지하고 깊은 관계 형성을 위해서 노력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신뢰롭고 긍정적인 경험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간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이는 학문적으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며, 임상전문가로서 저의 개인적인 통찰과 의견이기는 하나) 애착 패턴을 바꿀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관계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장기간의) 심리치료이며, 다른 하나는 (보통은 안정된 애착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인내심이 많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심리치료자는 보통 관계 형성 및 관리, 그리고 건강하고 신뢰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전문적인 훈련과 관련된 경험 및 노하우를 가진 사람입니다.

특히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항상 일관된 모습으로 내담자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내담자가 보이는 불안정한 애착 유형의 분들이 보이는 문제행동들(의심, 저항, 공격, 그리고 과도한 의존과 갑작스러운 변심 등)을 다루는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불안정한 애착 유형을 가진 분들의 불안정한 모습에도 안정적이고 일관된 대응을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관계가 지속되면 결국 새롭게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을 학습하게 됩니다.

결국 이와 같은 신뢰 관계가 타인들과의 관계로 확산되며 대인관계에서의 성공 경험과 만족감이 증가합니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부족한 사람이 지고지순한 애정을 보이는 사람을 만나 온갖 난리를 다 부리다가 결국에는 감동을 받고 신뢰를 하게 되면서 행복한 사랑의 결실을 맺는 내용을 보게 됩니다.

그. 런. 데....... 이와 같은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일들이 현실에서도 벌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를 회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정한 애착 유형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불안정한 애착 유형을 보이는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주-양육자의 불안정한 애정 패턴이 그 원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방법도 동일합니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을 만나서 사람에 대한 태도와 사람과의 관계의 질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과정이 이루어지려면 "상당 기간 동안" & "다양한 측면에서" &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실에서 이 정도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관계는 부모자녀 관계나 결혼 관계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친구, 또는 동료, 상사나 은사님 등도 가능하기는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 나.. 불안정 애착 유형이래.. ㅠㅠ 그럼 나는 평생 이렇게 외롭고 힘들게 살아야 돼? ㅠ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6. 벽돌로 집을 짓듯이....


Photo by Kristina Litvjak on Unsplash


역으로 보면 안정형 애착 유형의 사람들도 충분히 불안정형 애착 유형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불안정형 애착도 낙인이 아니며, 충분히 개선되거나 발전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만한 노력을 하는가?' 및 '어떤 노력을 하는가?'일뿐입니다.


만약 충분한 노력을 하되, 그 방향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향상하고, 대인관계에서의 만족감과 즐거움을 높이는 방향이라면 충분히 변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그 방향이 잘못되거나, 방향은 맞으나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불안정한 애착을 굴레에서 못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 방법 또한 너무 간단합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가끔" 한 번씩 믿고 신뢰해 보면 됩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즐겁고 만족스러운 활동을 "가끔" 해보세요.

이와 같이 맛보기를 해봤는데 괜찮았다고 하면, 조금씩 "자주" 해보세요.

이와 같은 경험들이 하나씩 모여 당신의 관계는 변화할 수 있으며, 당신의 삶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마치 조금 헐겁게 지어진 집을 수선하는 마음으로..

좀 더 튼튼한 집을 만들기 위해서 벽돌을 덧대어 튼튼하게 만드는 것처럼..

당신의 지금 관계들을 조금씩만 바꾸어 가시면 됩니다.

어느 순간 사람들 속에서 행복과 만족을 즐기고 있는 당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309


https://brunch.co.kr/@mindclinic/310


https://hellobot.co/skills/25077


https://hellobot.co/skills/24738


이전 18화 손절과 정리로 행복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