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지만 자극은 필요하니까, 오컬트

사주, 타로, 그리고 별자리 점 그런 것들에 매우 심취해 있습니다

by 김바리

미래가 막막하고 불안할 때 뭐하세요?


저 같은 경우는 가장 먼저 책을 펼치는 것 같아요. 제 고민이 어느 정도 주제가 또렷하다면 말이죠. 예를 들어, ‘상사와 소통이 요즘 좀 잘 안 되는 것 같다’라고 느끼면 <일 잘하는 사람은 심플하게 말합니다>와 같은 책을 읽는 거죠. 정말 단순하죠? 그런데 이런 대처가 대부분 꽤 도움이 된답니다? 문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친구나 가족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굉장히 감정형 인간에 속하는 저는 어느 순간 제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책에 더 의지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은 일단 제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앞서 고민을 해본 사람의 지혜가 담겨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절대 독이 될 건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도움이 안 될 때는 가끔 있지만요 (저는 대체로 무비판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편이라 사실 도움이 안 될 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가 있어요. 항상 고민의 주제가 또렷하고 해결책이 어딘가 있어서 ‘어떤’ 사람이나 ‘어떤’ 솔루션을 만나면 해결되는 상황도 있는 반면에 바로 그 저언혀 반대. 고민의 주제가 너무 모호하고 막연해서 해결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상태. 게다가 이건 도무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그런 마음의, 상황의 시간.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부자가 되고 싶은데, 사실 솔루션도 알고 있지만 (돈을 덜 쓰고 투자를 많이 하라, 혹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라) 그게 현실적으로 아니, 내 의지로 안 되는 영역일 때, 혹은 다들 이 나이 때 하는 통과의례가 있는데 어째 영 내키지는 않지만 하긴 해야겠는데 적극적으로 어떻게 해결책은 모르겠으니 운명에 맡기고 싶을 때 (지금 저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두루뭉술하고 길게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럴 때 뭘 하시나요?

네, 저는 별자리 점을 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대체 언제부터 별자리 점을 찾아보게 된 거고, 이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걸까? 잠시 곰곰 생각해보니, 기억하는 한 일본 생활의 영향이 컸던 것 같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지금도 여전히 하는 거 같은데, 일본 아사히 텔레비전의 아침 뉴스 ‘메자마시 텔레비전’에서는 일기예보만큼이나 일일 별자리 점을 꼭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하는 코너로 다루고 있답니다.


구굴이미지.jpg 출처 のあんのブログ


 처음에는 보고 좀 웃었던 거 같아요. ‘아니, 무슨 뉴스 방송에서 별자리 점을 저렇게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하고 말이에요. 이 뿐만 아니라 무슨 요일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주목할 만한 강아지 (재능이 있다거나 특이점이 올만큼 귀엽다거나) 들의 영상을 리포터가 중계하는 코너도 있었답니다? 강아지 인플루언서 소개하는 코너 같은 느낌이에요. (오늘의 강아지 코너)

DvYGBmHVsAAdEJT.jfif 출처 트위터


이러한 배경에서 어느새 저도 일본어 공부한답시고 아침에 뉴스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별자리 점에 익숙해졌던 거 같아요. 그리고 서점을 좋아하는 서점 쟁이였던 저는 잡지 코너는 꼭 빼놓지 않고 찾았고 nonno, mina 등 일본 여성향 잡지들 대부분은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그 달의 별자리 점이 빼놓지 않고 아름다운 일러스트 그림과 함께 게재되어 있었답니다. 종종 일본 잡지를 사서 보았던지라 별자리 점을 보면서 다음 달 내 운명을 점쳐보곤 했던 것 같아요 (일본 잡지는 보통 한 달~ 한 달 반 앞서 발행이 되더라고요).


첫 직장에서도 제 바로 직속 상사분이 이시이 유카리 주간 별자리 점을 꽤나 믿으시는 편이었는지 종종 저에게 본인의 별자리 운세를 보여주시거나, (이시이 유카리는 일본에서 유명한 별자리 운세 텔러(?)입니다)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시곤 했는데요. 역시나 일이 안 풀리거나 도통 방향을 못 잡겠을 때는 저도 종종 어느 자비로운 분의 블로그에 들어가 염소자리 운세를 찾아보기도 했답니다.


사실 미신이죠. 영어로는 오컬트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뭔가 요즘 특히 점점 더 사람들이 별자리, 타로, 사주, 신점 이런 것들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기운이 느껴져요. 정확히 어디서 봤다. 통계를 봤다라고는 증명할 순 없지만, 기사로든 아니면 제가 보는 운세 댓글로든, 또 유튜브 인기 동영상 조회수를 보든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것만 믿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물론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관찰하며 느낀 것이지만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런 소위 ‘미신’적인 것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요?


얼마 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들렀습니다. 여느 때처럼 여러 번 공간을 돌며 평대 위에 흥미로운 책이 없나 살피다 퀼팅, 아트 (만들기) 코너 쪽에서 <모두의 타로>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d.jpg 출처 교보문고


타로 입문서인 데다가 부록으로 타로카드까지 주는 책이었어서 순간 정말 살까? 하고 혹 했어요. 사실 저는 다른 미신에 비해 타로는 믿지 않는 편이었는데요. 왜냐하면 20대 초반에 봤던 저의 첫 타로점이 너무 비관적이었거든요. 당시에 일본에서 잠깐 나와서 한국에서 쉴 때, 편입을 할지 말지 진로 관련해서 물었는데 못 할 거다 라는 식으로 답을 받아서 가슴이 철렁했었거든요. 그리고 믿으려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실제로 저는 편입은 못 (안) 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오히려 좋은 다른 전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히스토리 덕분에 타로 카드는 ‘믿고 싶지 않은’ 장르의 미신이 되었던 거죠.


그런데 요즘 들어 이상하게 모든 종류의 오컬트들을 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사실 재작년에 논현에서 봤던 별자리 점에서 ‘당신은 오컬트 코드가 담긴 콘텐츠를 잘할 것이다’라는 묘한 이야기를 들었던 영향도 있어요.


그러고 보면 결국, 사람의 말의 힘이란 대단한 거 같아요. 결국 저는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은 이런 삶을 살 거야’라는 말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거고 보통 현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듯한 사람이 말하거나, 혹은 내 윗사람이 말하면 거북한 경우들이 꽤 있잖아요. 그런데 ‘점성술사’, ‘타로 마스터’, ‘신내림을 받은 신점술사(?)’ 같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왠지 운명 지어진 거 같은 그 묘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거죠.


정말 구구절절 길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당장 내 미래가, 세상의 미래가 어떻게 돌아갈지 막연할 때 직관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지금 저는 바로 그 순간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는 것.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뭐가 필요하고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그럴 바엔 이왕이면 조금 낙관적인 운명을 믿고 따라가고 싶은 마음, 그런 것.


그리하여 타로 심리워크샵을 신청해 봅니다. 타로를 해석해주는 워크샵은 일정상 스케줄이 안 맞아서 진행이 어렵겠지만, 셀프 타로 리딩 수업은 1~3차까지 있어서 우선 1차만 신청해 두었어요. 반드시 정말 실용적이지 않더라도, 타로의 세계에 직관의 세계에 그리고 직관의 언어의 힘을 조금 빌어 위안을 얻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트로스트.JPG 출처 트로스트 셀프케어



그럼 오늘도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부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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