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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요리에 깊은 맛을 더하기

육수 없이도 깊은 맛, 향신료가 답.

by Mindful Clara

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종종 채식 요리를 즐겨한다. special diet/식이제한식을 전문으로 요리했던 경험을 살려, 필요할 때에 적절한 식단을 선택해서 음식을 만든다.


채식 요리를 만들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었일까?

깊은 맛을 내는 것이다. 수프를 끓인다고 가정해보자.

닭육수 같은 것이 기본으로 들어가면, 닭고기가 씹히지 않더라도 쉽게 풍미와 감칠맛이 올라온다.

하지만 채소만 사용할 경우, 다양한 채소를 사용해서 채수를 만드는 일 부터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향신료의 세계를 알게 되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비건 버터넛 스쿼시 수프를 만들어 보았다.

재료는 단출하다.

버터넛 스쿼시(땅콩호박), 양파, 마늘, 생강, 라임즙 그리고 캐슈 한 줌.
이 단순한 조합에서 어떤 맛이 날 수 있을까? 물론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박, 양파와 마늘 그리고 약간의 간이 더해지면 어느정도의 기대할 수 있는 좋은 맛이 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향신료를 더해주면 놀라울 만큼 이색적이고 깊은 맛의 수프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은 커리 향신료 블렌드와 강황을 넣어 보았다. 부드럽고 고소한 채소 속에서 따뜻하고 이국적인 향이 피어올랐다.

*커리 향신료 블랜드- 강황, 고수씨, 큐민, 페넬, 파프리카, 시나몬, 카다멈, 클로브, 후추, 생강, 머스타드씨 등(브랜드, 지역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름)-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혼합 향신료 입니다.


많은 비건 수프 레시피를 보면, 깊은 맛을 위해 육수 사용을 권장한다. 나는 생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시판 육수 역시 가공식품이고, 만족할 만큼 원료가 깨끗한 것은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향신료를 사용하면 다채로운 향이 육수의 빈자리를 메우고, 풍미가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향신료와 허브의 사용에 따라, 같은 메인 재료라도 매번 다른 느낌의 요리가 가능해진다.

*버터넛 스쿼시 수프 예

1. 커리파우더 + 강황 (인도 & 중동 느낌)

2. 넛맥 + 타임/로즈마리 (유럽느낌)

3. 파프리카 + 레몬제스트 + 오레가노/민트 (지중해 느낌)

등등... 무궁무진한 조합이 있을 수 있다.


이 음식에 향신료가 없었다면, 그저 부드러운 호박맛에 소금으로 간을 맞춘 익숙하고 평범한 수프가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와인식초, 레몬, 라임즙 등의 산미를 한스푼 정도 더해주면 모든 향과 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수프가 완성된다. 작은 산미가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놀라운 역할을 한다.

(대부분 시큼할 정도로 넣지는 않는다. 똠양꿍이 아니고서야....)


채식 요리의 약점은 (고기)단백질보다 ‘감칠맛’의 부재다. 향신료와 허브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약간의 향신료와 적당한 간, 한 스푼의 산미, 그리고 신선한 채소만 있으면 조화로운 채식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그 조합이 주는 만족감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더 가볍고, 더 깊다.

https://youtu.be/eZ5Ilgbj0PU?si=OYaNvUjdxNrO7r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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