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구아나와 나>를 읽다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인생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나오지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주인공 '나'의 친구 '유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여주인공 옆의 걔, 정도의 역할이지만 그녀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
나와 유진은 대학에서 생활 체육을 전공하고,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 강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딱히 이 일에 불만이 없다.
혼자 자취방에서 먹고살면서 이구아나를 키울 정도의 돈도 버니까.
하지만 유진은 언젠지 모르게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땄고, 곧 센터까지 오픈한다고 한다.
대출을 받은 건지 유복한 부모님이 계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영, 솔직히 난 미래 없다고 생각해. 매번 머리 말리고 젖은 옷 들고 다니고. 수영복 입고 남들하고 부대끼고. 누가 좋아하겠어? 운동도 예쁘고 깔끔하게 해야지. 너나 나나 이런 동네 수영장에서 평생 썩으려고 대학 나온 거 아니잖아. 너도 잘 생각해. 아직 안 늦었어."
'나'는 순간 수영을 좋아하고 딱히 일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닌지.
안전해 보이는 이 길이 사실은 천 길 낭떠러지는 아닌지 불안하기 시작한다. 태평한 개구리처럼 자신이 삶아지고 있는 것도 모를까 봐 두렵다. 당장 어찌할 수 없는 거지만. 유진 대신 채용한 강사는 대학생인데 휴학 기간 동안만 일 하고는 흐지부지 그만둬버렸고, 사실 유진도 마음이 뜨면서 수강생들을 누가 봐도 대충 지도했다.
이 와중에 전 남자 친구가 버리고 간 이구아나는 그들의 천국인 멕시코에 가기 위해 '나'에게 수영을 배우고 있다.
너무나 끈기 있게, 바다를 보면 두렵지도 않은지 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묵묵히 수영을 배운다. 결국 '나'는 멕시코에 잘 도착한 이구아나의 발 도장이 찍힌 엽서를 받은 날, 유진이 비전 없다 말했던 자신의 일터로 향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이란 건, 내가 지속하던 일이란 건 보는 관점에 따라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고, 중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람의 태도다.
곧 어떤 일을 그만 둘 사람의 태도란 어때야 할까?
이제 헤어지면 끝이니 대충 마무리하고 떠야 할까?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처럼.
아니면 인간사 5명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이니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까.
유진이 수영장 강사 일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나 휴학생이 일을 끝내는 모습에서 어쩌면 나의 부끄러운 모습이 겹쳐 보였던 것 같다. 더 나은 뭔가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은 기분. 난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 이해부족.
철없던 시절엔 직장이 마음에 안 들면 빨리 떠나고 싶었고, 대충 하고 싶은 생각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뒷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알기에 감히 그러지 못하겠다.
퇴사 의사를 밝히고 난 후는 껄끄럽다.
하지만 마무리는 잘해야 한다.
어느 순간 하찮아 보였던 그 일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삶이란 게 어떻게 연결될지 모른다.
그리고 평범한 그 일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순간 알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찾고자 했던 일상이었음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별거 아니게 느껴져도 한 번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찝찝하지 않도록.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그냥 창피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으니까.
실수와 민망함은 오늘까지만 하는 걸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