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맛이야.
일을 몰아쳐서 하고 난 다음날은 어김없이 침대에서 잠시 미적거린다.
휴일이 아니고선 절대 늦잠을 잘 수 없는 사이클 속의 사람.
바로 엄마라는 존재다.
아침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에게 먹이고 남편은 맹숭맹숭한 식이섬유라도 탈탈 털어서 입어 쏟아붓게 한다.
'어서들 가라. 피곤하지? 그래도 어서들 학교로 일터로 떠나려무나.'
식구들을 다 보내고 난 고요한 집안.
빨리 청소도 해야 하지만 잠시 믹스 커피 한 잔 타서 유유자적 거니는 이 기분.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세탁기를 돌려본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뭔가 안정이 된다.
깨끗해지는 기분, 마냥 놀고 있지 않다는 일말의 양심.
식기세척기까지 돌리고 나면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진다.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고 누워있다 보면 잠시 몽롱하게 잠이 든다.
그러다 불현듯 벌떡 일어난다.
'안돼. 다들 바쁘게 살고 있어.
내가 뭐 해야 했더라?
오후가 되면 또 수업에 가족들에 바빠지니 얼른 움직여야 해.'
나만의 강박인지 현대인의 강박인지 모를 감정이 휘몰아칠 때쯤 일단 노트북을 켠다.
매일매일 꾸준히 일정한 행동을 하기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니, 목에 칼이 들어오면 정말 그땐 움직일지도)
아침 5시 기상,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아침밥을 준비한다.
아니다. 아침 4시 30분엔 일어나야 글 쓰고 책 읽고 운동까지 할 수 있다.
N년째 계속되는 다짐만이 반복이다.
일단 스무스하게 가보자. 늦게 움직이는 날은 그냥 일단 글부터 쓴다.
계속 감정의 불안한 덩어리를 가지고 가지 말고 무조건 배출하자.
떠오르는 생각을 말로 못할 바엔 글로 쓴다.
어차피 오전엔 말할 사람도 없다.
얼렁뚱땅 글 한 편 쓰고 나면 머릿속에선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순서는 화장실, 쓸기, 닦기. 그리고 최종 먼지 제거.
이 모든 청소를 한 시간 안에 마무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간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은행에 들른다.
적금 통장을 개설하고 햇빛을 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지 본다.
나에게 필요한 쉬는 시간에 죄책감을 갖는 것은 멈춰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냥 후회하고 불안해하지 말고 시작하자.
그냥 멈춰 선 거기에서 다음 스텝을 시작하다.
그것이 청소건 일이건 여행이건 투잡이건 그냥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시간 딱딱 맞춰 미라클 모닝은 못해도 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내가 응원해 주자.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아침밥 준비를 하는 나도 대단하지 않은가.
인스타 속 타인의 모습에 안달하거나 비교하지 말자.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관계의 끊고 맺기를 충분히 해야
내 시간이 잠식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 본다.
자!
글을 썼으니 청소부터 시작이다.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