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품 '쉬라의 집'
해마다 돌아오는 어린이날.
그때마다 생각 안 나는 선물.
'작년엔 뭐 했더라?'
우리 집 1호, 2호와 조카 1호, 2호까지 총 네 명이다.
마치 짠 것처럼 시누랑 2년 터울로 아이가 생겼다.
우리 아들 둘, 그 집 딸 둘.
성비도 딱 맞춘 것처럼 아이들이 생겼다.
자동차의 역사며 회사며 종류까지 섭렵한 나와 달리 시누는 각종 공주 캐릭터부터 공주들 옷까지 섭렵해야 했다. 어린 시절 아들들은 카봇이나 또봇류의 로봇나 자동차, 레고면 만사 오케이였고, 조카들은 공주의상이나 예쁜 옷이면 댓츠 오케이였다.
여자 아이들은 어찌나 예쁜 옷들도 많던지.
그랬던 아이들이 이제는 게임을 위한 기카(기프트 카드)로 온라인 구매에 행복해하고, 마라탕과 버블티 한 잔이면 동네 인싸 등극이다.
그래, 얘들아. 사실 기프트 카드가 어른들한테도 싸게 먹힌단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난 어떤 선물이 좋았더라?
컴퓨터 게임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티브이에서 보는 디즈니 만화가 전부였었는데, 그래도 어린이날은 설렘으로 가득 찼었다.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풍선을 나부끼며 어린이날을 축하해 주었고, 도시락을 싸서 가족들과 소풍 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당시엔 동생이 너무 어려서 사촌 언니, 오빠와 놀곤 했는데
역시나 나의 최애 선물은 '인형의 집'이었다.
미미는 당시 여자 아이들이 선망해하는 이름과도 같았다.(저만 그럴 수도)
'천사소녀 새로미'나 '미미'같은 캐릭터를 보며 헤어스타일을 똑같이 만들겠다며 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연신 지져대곤 했다.
9살 어린이날, 경찰관이셨던 친정 아빠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들어오시면서 손에 커다란 선물을 들고 오셨는데, 바로 '미미의 집'이었다.
'미미의 이층집'은 정말 분홍분홍 예뻤다.
동화책에 나오는 이층 집과 침대, 일층 테라스에서 누워 쉴 수 있는 수영장용 긴 의자.
게다가 분홍색 계단까지 옵션으로 있는 핫아이템이었다.
당시에 옆집에 살던 6학년 언니와 종종 만나 놀곤 했는데, 집에서 막내여서인지 9살짜리 꼬마와 꽤나 친절하게 잘 놀아주었다. 정신 연령이 잘 맞았던 걸까.
여하튼 다정하고 따뜻했던 언니의 모습. 한 번씩 밉상인 사촌 언니(언니 미안)와는 달리 폭신폭신 솜사탕처럼 놀아주던 언니와 함께 미미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언니, 우리 나중에 서로 이 층집 지어서 옆집에 살자."
"그래, 미미처럼 예쁜 옷도 많이 입고, 침대도 공주 침대처럼 꾸미자."
미국 영화에 나오는 이층 집을 만들고 정원 커다란 나무에 트리 하우스까지 짓기로 합의를 봤다.
중간에 미미의 긴 머리가 식상해진 우리는 가위로 커트머리에 도전하는 용감함을 발휘했다.
결국 미미의 긴 머리가 다시 그리워졌지만.
미미.
쌍꺼풀진 너의 눈 잊지 못하겠어.
밤의 별을 박아놓은 것 같은 반짝이던 눈망울.
기다란 속눈썹.
작고 보송한 얼굴.
긴 다리와 늘 미소 짓던 입꼬리.
그리고 옆집 언니와의 추억.
그 해 크리스마스, 아빠는 새로운 공주님을 집으로 데려오셨다.
그녀의 이름은 쉬라.
'쉬라의 집'
작았던 그녀의 집은 미미의 집과는 비교도 안될 대저택이었다.
조립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양옆으로 날개를 펼치면 짜잔.
테라스와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물론이고 키친까지 제대로 갖춰진
미래의 집 같은 그녀의 집.
나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