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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07. 2023

실패 좀 하면 어때?

행복학 개론 2화

내 브런치북에 남겨진 댓글들, 그리고 지인들이 내게 해줬던 말들을 보면 대개


"진짜 용기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대단해."


라고들 한다.


좋은 대학교 나와서, 멀쩡히 좋은 회사에 다니다가 돌연 퇴사 후 필라테스 강사가 되었다는 흔치 않은 스토리. 그 때문인지 [연세대 나와서 필라테스 강사 합니다만]이 오픈 1일만에 전체 6위에 올랐고, 현재는 2위에 랭크해있다.


내 결정이 용기있고, 쉽지 않은 이유가 뭘까?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최근들어 우리집에 밥을 먹으며 인생 상담을 하러 오는 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당장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하며 퇴사를 결심하기 직전까지,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뭘 하고 먹고 살아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입사 직후, 행복했던 수습생활이 끝나자마자 '아, 이건 평생 할 일이 못되는구나.'를 깨달았다. 그 때부터 직장에서 벌어들이던 월급을 아끼지 않고 취미생활 하는 것에 투자했다.


그 때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이 '필라테스'다.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니 허리가 너무 아파 시작한 필라테스를 통해 몸매가 예뻐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직장 동료를 따라 클라이밍도 시작했다. 타고난 악력이 있는지라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쉬지않고 하다보니 어느새 7년차 클라이머가 되어있었다.


그 외에도 가죽공방, 오토바이 운전, 서핑, 인스타그램 등 틈이날 때마다 새로운걸 배우고, 시작했다.


아마 필라테스 강사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클라이밍 강사를 하고 있거나 등산 인솔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내가 좋아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다보니 먹고살 길이 생겨났다.


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회사 다니는 것 말고 따로 하고있는 거 있어?"


그러면 백이면 백, "그냥 쪼끔.."이라며 얼버무린다.


직장생활 외 다른 활동도 치열하게 하며 살았다면 탈출구가 없다고 답답해 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올라왔다.


"퇴근하고 매일 1시간씩이라도 꾸준히 한가지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다보면 의외로 먹고살 길이 생기거든."


라고 말해주면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나, 제대로 실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브런치 북 [20대지만 깡시골에 삽니다]를 보면 젊은 친구가 마트도 없는 동네에 살며 대체 뭘 먹고 살까가 가장 궁금했다. 뭔가 거창한 내용이 있을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하다보니 그냥저냥 먹고살 수 있게 되었다고.


나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이지안(아이유)의 의리있고 진실된 모습을 보고 감동한 기업 회장이 갈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지안을 취직시켜주는 내용이 나오기도 하며,


일본 드라마 [나기의 휴식]에서도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의 작은 방에 들어가 살던 백수 '나기'가 동네 코인빨래방을 우연히 인수받을 기회가 오는 장면이 나온다.


삶을 충실히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회가 온다. 죽으란 법은 없다. 뭐든 먹고살 길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좋은"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거운 삶을 잡고만 있다보면 오히려 탈출구가 사라져 가슴이 턱 하고 막혀버리는 순간이 온다.


실패했는데, 인생은 성공했어.


연세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나도 남들에게 떵떵거릴 수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삼성, 현대, SK, 기업은행.. 이런 곳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는 '실패'했다.


그래도 나름 대기업에 취업하기는 했으나 그 곳에서도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나는 '낙오'했다.


실패, 낙오.


이런 단어들을 써서 내 인생을 표현한다면 절망적이고 불쌍하게만 보이겠지.


그러나 내 글을 읽었던 어느 누구도 내 인생을 실패로 보지 않는다. 나를 낙오자로 보지 않는다.


실패도 했고 낙오도 했을지언정 그 모든 상황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인생을 살고있다. 남들보다 마음 편하게, 여유롭게, 행복하게 살고있다.


오히려 삼성이나 기업은행 같은 곳에 합격했다면 점점 오르는 연봉과 나의 스트레스를 저울질하며 "그래, 이 정도 연봉이면 버틸만 하지."라며 아직도 끔찍한 직장 상사를 못본 척, 괜찮은 척 버티며 고생한 나한테 명품도 사주고 해외여행도 보내주며 위안을 삼고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기를.


실패가 두려운 이유는 남들 보기 부끄러워서다. 내 인생을 스스로 새롭게 평가하고 나아가기보다 남들이 보기에 결점 하나 없는 그럴싸한 인생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실패좀 하면 어떠랴, 낙오한들 어떠랴.


새로운 길에서 새롭게 시작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삶이 펼쳐질 수도 있는데.


필라테스 강사 활동이 지겨워지기 시작한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있다. 혹시 또 누가 아는가? 작가로 크게 성공해 글로 먹고살 수 있는 날이 올지!ㅎㅎ


나는 오늘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


현재의 성공과 실패에 안주하기 보다 끊임없이 미래를 위해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새로운 것을 탐닉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 메인사진: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마지막화에서 이지안(아이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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