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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Aug 06. 2023

미움 좀 받으면 어때?

행복학 개론 1화.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못한 건가..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를 하면 자존감만 떨어지고 미움받는 상황도 변하지 않는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내 별명은 '김민정 연구원'이었다.


직급이 연구원이었냐고? 아니. 연구를 해야 할 만큼 특이한 인간이라는 뜻에서 상사가 붙여준 별명이었다.


입사 2년 차 즈음, 갑자기 옆팀 과장이 우리 팀 상사로 발령되어 오게 됐다.


해당 과장은 '사람은 좋으나 같이 일하기는 싫은'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었다. 업무에 있어서 철두철미하면서도 아랫사람의 감정을 전혀 돌보지 않는 상사.


결재를 올리러 왔던 다른 팀 직원들이 울면서 돌아서는 경우도 여럿 있을 만큼 독불장군 같은 스타일이었다.


한 번은 그에게 결재를 올리러 가자 질문이 쏟아졌다.


과장: "이건 왜 90일 어음이라고 써있어?"

나: "시스템상 전표가 분할이 되면서 원 전표가 90일이면 분할된 전표에도 적요가 90일이라고 들어갑니다만 실제로는 60일 어음입니다."

과장: "그럼 안 되는 거 아니야? 상식적으로 딱 봐도 이상하잖아?"

나: "제가 봐도 그렇기는 하나 시스템을 수정할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적요에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지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나도 나름 업무에 있어서 대비가 단단히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상사가 던질 질문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해 갔으며, 대체로는 그에 수긍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서로 제시하는 것으로 대화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새로 온 과장은 내 철저한 대답에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과장: "네 말이 맞다고 쳐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 "시스템으로 전표 분할하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과장: "아니, 그걸 내가 맨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 "적요를 수정해 결재를 올리겠습니다."

과장:"하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끝도 없는 말싸움이 이어졌다.


과장은 해결책은 찾아낼 생각도 없이 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내 방법에 대한 문제만 제기했다.


나: "그럼 어떡하라는 말씀이신지요?"

과장: "문제가 되는 일이 없게 바로 잡아야지."

나:"시스템을 수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과장: "그래서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는데?"


결국 자신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말라는 것 같았지만 우리의 대화는 30분 동안 제자리를 돌면서 결국 그가


"OK! 내가 졌다. 오늘부터 넌 김민정 연구원이라 부르겠다." 하며 대화가 종료되었다.


그날 이후 난 영웅 아닌 영웅이 되어있었다.


"그 무섭다는 김 과장을 유일하게 이긴 여사원이라며?"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독불장군 과장을 쩔쩔매게 만든 유일한 여사원. 그게 나였다.


(다행히 그 상사는 그의 윗사람들에게도 눈엣가시였고 4개월 뒤 해외지사로 발령이 나 저 멀리 가셨다. 안녕~~~)



연습을 통한 결과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당당했던 건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입을 다물고 있다 보면 억울한 일을 수없이 당했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입을 다물고 있던 내가 못된 년이 되었고 질질 짜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가해자가 되려 불쌍하고 착한 년이 되어 있었다.


뒤부터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 시작했다.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인간관계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타인을 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의 주관에 따라 타인에 대한 공헌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까지.


사실 과거엔 이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었다.


내가 남들과 비교를 하고 타인을 평가를 하고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니 내 주관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내 주관 = 타인의 평가' 였으니까.


그러나 더 이상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그들에게 뭘 줄 수 있는지만 생각하는 지금은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너무 심했나?"라고 생각하거나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그들에게 진짜 옳은 가치를 전달해 주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미움을 받을까 걱정하는 일은 사라진다.


만약 내가 옳은 가치를 전달했음에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상대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지 내가 잘못을 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까
가면을 쓰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내가 남들에게 해줄 수 있는 '공헌'이 어떤 게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나'만 생각하는 것에서 기인되니까.


지금도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다. 진짜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언젠간 나도 깨닫게 될 거고, 그게 아니라 상대가 힘든 상황에 있어서 비꼬아 들었다면 그의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려주면 된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는 자발적 비정규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가 늘 하는 말을 보면

"제! 업무입니다!"
"그건 제 업무사항에 없는 항목입니다만!"
이라며 상사의 비위를 맞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일 만큼 정확하게 선을 긋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기 일 만큼은 정확히 해내는 그녀를 나무라기는커녕, 모두가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너무 애쓰지 말길.

스스로의 가치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 되길.


후회는 어리석음에 또 다른 어리석음을 더하는 것
-프리드리히 니체 -


이미 일어난 일은 훌훌 털고 더 나은 내가 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미움받을까 고민하고 후회할 시간에 더 나은 내가 되는 연습을 하자.



*메인사진: 드라마 [직장의 신] 中 미쓰김(김혜수)이 회식에 참여하라는 규직(오지호)에게 자신의 업무 사항에 없는 항목이라며 '미쓰김 사용 설명서'를 들이미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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