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위한 명상의 시간
아침에 버스를 탔다. 카드를 태그하고 빈자리를 찾아 뒷자리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은 빈자리에 앉아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창밖구경,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다.
한 정류장에서 중년 여성 한 명이 탔고, 내 앞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은 아는 체를 했다.
"어머~ 웬일이야. 너무 오랜만이다~ 어쩜 이렇게 만나냐. 어떻게 지냈노."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목소리와 아이같이 신난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흐뭇해지게 만든다.
'얼마나 친하고 좋으면 버스 복도 건너편 자리에 앉아 손잡고 저리 신나게 얘기 나눌까.' 하는 생각에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라? 저 사람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이 버스에 나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중단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편한 반팔티에 가방을 메고 그대로 앉아있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웃을듯한 영락없는 그 사람이었다.
‘역시, 내가 잘 아는 그 사람이야!’
버스만 아니었다면 달려가 아는 체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와 같은 곳에서 내릴까. 같이 내리면 잠깐 차 한잔 마실 시간이 될까? 그전에 눈이 마주쳐서 눈인사라도 하면 좋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주시하고 있었다. 나의 텔레파시가 통했을까. 몸을 천천히 돌려 나를 돌아본다.
‘아.!’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었다. 어라. 분명한 그 사람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 교환 마법이라도 본 듯이 당황스러웠다. 멍하니 보다가 결국 눈이 마주쳤지만, 내가 알던 그 사람은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보니, 내가 알던 사람의 뒷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괜스레 생각이 더 많아진다. 확신에 차 버스 앞자리로 성큼성큼 가서 아는 체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사람이라 확신했는데, 아니었던 것처럼 그 사람도, 하물며 나 또한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닐 수 있겠구나! 아니라는 걸 알고 보니 더 많은 것이 눈에 보이는구나’
우리는 무언가를 확신했을 때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럴 때는 그냥 ‘어라? 그 사람이 아니네.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네.’라며 받아들이고 버스에서 내리면 된다. 받아들이고 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가려고 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그 사람인 줄 알았어~’하면서 계속 멍하니 있으면 버스는 그대로 떠나버린다. 내가 내릴 곳은 지나버리고, 굳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다시 돌아와야 한다.
누군가가 혹은 나의 모습이 생각한 바와 다르다면, 그대로 인정하고 거기서 다시금 경험하면 그만이다. 나는 나대로 내 길을 묵묵히 거듭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