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과 소개팅 그 중간쯤 의 리뷰 1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 없다는 그 남자
참고로 이건 소설이 아니야, 대사 한마디 행동묘사 하나에도 미화도 과장도 없는 실제 경험이야.
평생 사랑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남자와 선과 소개팅의 중간쯤 되는 걸 해본 리뷰.
느닷없이 친구 어머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어.
사람은 참 좋다, 무슨 크레인 기산데, 학력이랑 키가 나에게 부족할 거 같다. 그래도 사람은 참 좋다.
딱히 소개를 받을 만큼 외롭고 남자가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어른이 직접 전화로 제안을 주신지라,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어.
" 학력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걸 더 많이 배웠겠지요. 키도 중요하지 않아요. 큰 키의 여자도 괜찮다면 그 또한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겠죠."
라는 말과 함께.. 예의상 한말이 아니라 진심이었어.
우리 집에서 두어 시간 운전해야 하는데도 아침 일찍도 만나자 하더라고 열 시에 우리는 만났어.
제네시스 SUV를 타고 왔는데 깔끔한 남자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었어. 나랑 나이가 같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들어 보이는 건 왜일까? 잠시 산책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 알았지. 머리숱이 많지 않구나..
그래도 난 이날 꽤 즐거웠어. 내 책을 가져왔더라고, 중간쯤 읽은 표시가 나서 더욱 고마웠어 그것만으로도 이 남자는 충분히 내게 호감을 샀어. 성의 없어 보이는 옷차림도, 만나자마자 치마가 왜 이리 짧냐며 타박을 했어도, 대머리 조짐이 보여도, 운동화를 신고 나온 나보다 키가 작았어도, 그 성의가 모든 걸 다 가려줬지.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 동안 장거리에서 통화를 자주 하며 더 친해졌어.
두 번째 주말 두 번째 첫 만남, 남자는 또 보자마자 다 벗고 나왔냐며 내 옷차림을 지적했어. 기분 나빴지.
이 더위에 그럼 패딩이라도 입어야 하냐며 나도 툴툴거렸어.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댔던 거 같아. 그리고 식사자리-
그전에 딱히 기분 나쁠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어.
"카시스는 밖에 나가서 내가 사줄게."
내가 말했어. 갑자기 그가 진지해졌어
"지금 이 정도가 너의 최선이야?"
내게 물어.
'내가 무슨 군대 왔나? 지가 무슨 현빈이야?' 그래도 짧지만 깊이 고민했어.
키도 나보다 작고 휑한 머리통만큼 이해심도 없는 자존심만 빼곡히 들어찬 남자에게 2주 동안 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거든 지 전화는 꼭 받으라기에 자다가도 받았고 하루한개씩 동영상 보내라기에 그도 해줬고. 첫 만남에서 집에서나 입을 거 같은 티셔츠에 청바지 크로스백을 참아낸 건 스스로도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해. 그만큼 나는 그저 나만 보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착한 남자가 있다면 만나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대답했어.
"응 난 솔직히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소개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