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이건 소설이 아니다, 대사 한마디 행동묘사 하나에도 미화도 과장도 없는 실제 경험이다. >
평생 사랑이란 걸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남자와 선과 소개팅의 중간쯤 되는 걸 해본 리뷰.
어느날 친구 어머님이 느닷없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다.
-사람은 참 좋다, 무슨 크레인 기산데,
학력이랑 키가 아가씨에겐 좀 부족할 거 같다.
그래도 사람은 참 좋다.-
딱히 소개를 받을 만큼 외롭고 남자가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어른이 직접 전화로 제안을 주신지라,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 학력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른걸 더 많이 배웠겠지요. 키도 중요하지 않아요. 큰 키의 여자도 괜찮다면 그 또한 이해심이 넓은 사람이겠죠."
라는 말과 함께.. 예의상 한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우리 집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거리였음에도 그는 일찍도 만나자 했다, 우린 오전 열 시에 만났다.
제네시스 SUV를 타고 왔는데 깔끔한 남자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랑 나이가 같다고 들었는데 쉽게 말을 놓을수 없을 만큼 묘한위화감이 들었다.
밥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하며 알았다. 머리숱이 많지 않구나..
그래도 난 이날 꽤 즐거웠다.
그는 얼마전 출간한 내 소설책을 가져왔다. 중간쯤 읽은 표시가 나서 더욱 고마웠다. 그것만으로도 이 남자는 충분히 내게 호감을 샀다.
성의 없어 보이는 옷차림도, 만나자마자 치마가 왜 이리 짧냐며 타박을 했어도, 대머리 조짐이 보여도, 운동화를 신고 나온 나보다 키가 작았어도, 그 성의가 모든 걸 다 가려줬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 동안 장거리에서 통화를 자주 하며 더욱 친해졌다.
두 번째 주말 두 번째 첫 만남, 남자는 또 보자마자
다 벗고 나왔냐며 내 옷차림을 지적했다.
난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첫번째 만남엔 키가 작다는 그를 배려해서 운동화에 속바지가 있는 편한 벌륜스커트를 입었고, 두번째 만남에 옷차림의 상의는 어깨가 드러난 튜브탑 이었지만 첫날 치마가 짧다 했던 그의 말이 신경쓰여 일부러 그 더위에 긴청바지를 고른 나의 배려였는데 핀잔만 연거푸 들었으니 그럴수밖에..
그렇게 두 번째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댔던 거 같다. 그리고 식사자리-
그전에 딱히 기분 나쁠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다. "카시스는 밖에 나가서 내가 사줄게."
내가 말했다. 갑자기 그가 진지해졌다. "지금 이 정도가 너의 최선이야?"
내게 물었다. '내가 무슨 군대 왔나? 지가 무슨 현빈이야?'
그래도 짧지만 깊이 고민했다.
키도 나보다 작고 휑한 머리통만큼 이해심도 없는 자존심만 빼곡히 들어찬 남자에게 2주 동안 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자기 전화는 꼭 받으라기에 자다가도 받았고 하루한개씩 동영상 보내라기에 그도 해줬고.
첫 만남에서 집에서나 입을 거 같은 티셔츠에 청바지 크로스백을 참아낸 건 스스로도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그저 나만 보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착한 남자가 있다면 만나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마친후 내가 진심으로 대답했다. "응 난 솔직히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소개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