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정서 회복 여행. 그 첫 번째.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 도움이 되니까 도움이 된다고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명상'부터 시작했다.
나는 이때 당시만 해도 명상을 인도의 사이비 종교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처음 시도해 본 명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코끝에 집중하며 날숨과 들숨이 오가는 동안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내 숨을 타고 들어와 뇌와 폐를 훑고 나갔는데, 15분이 지나고 눈을 뜨면 안 좋은 기억이 더 생생해진 것만 같았다. 명상을 하면 기분이 더 가벼워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마음이 더 무거워진 것만 같아서 이도 저도 아닌 기분에 명상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만 들었다.
그런데 명상을 따로 배우러 갈 시간도 없었고, 아이가 잠든 후 에도 아이랑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반드시 집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유튜브에서 본 뇌 분야 최고 권위자의 비법을 추가하여, 호흡에 집중하면서 내가 원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시각화하며 명상을 했다. 그런데 이 시각화 명상을 계속하지 못한 이유는, 긍정적 시각화를 하면 숨이 안 쉬어지고, 숨을 쉬는데 집중하면 긍정적 시각화가 안 되는 것이었다. 계속하다 보면 괜찮겠지 하고 해 봤지만 안됐다. 게다가 나는 지금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볼 여유가 없었다.
의심 반 진심 반으로 명상을 지속하고 있던 어느 날, 언어가 느린 아들 녀석의 스피치 테라피를 받다가 스피치 테라피스트가 시각화 자료를 활용해서 아이를 말하게 하는 것을 보고는, 청각적 감각을 명상하는데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래 가사를 들으며 그걸 이미지화하며 상상하는 걸 잘했는데, 유튜브를 찾아보니 역시 세상에 많은 똑똑한 사람들은 긍정 확언이라는 걸 들으며 이미 명상을 하고 있었다.
긍정 확언을 들으면서 하는 명상의 장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긍정 확언 자체로 긍정적 시각화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호흡을 하면서도 시각화에 집중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시각화로 이어지는 긍정 확언을 들으며 호흡에도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 긍정적인 확언을 듣고, 원한다면 따라 말하면서 실제로 더 긍정적이 어지고 에너지가 점점 더 생긴다. 세 번째, 처음에는 명상을 아이가 잠든 시간, 밤늦게나 아침 일찍 했었는, 긍정 확언 명상을 아이와 같이 소리 내어 말하니 육아를 하는데도 긍정적인 힘이 되어 육아가 더 편해졌다. 네 번째, 기분 나쁜 일이 생길 때 명상으로 돌이키면 감정 조절이 되고 하루를 더 기쁘게 보낼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일, 육아, 인간관계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시간은 보통 아이가 잠든 후나 새벽에 일어나 지면 했다. 누구는 아침 명상이 좋다는데, 계속 명상을 지속하다 보니 나는 저녁 명상, 아침 명상 둘 다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아침 명상을 하루를 기분 좋고 집중하게 만들어 업무 효율이나 성과가 좋았고, 저녁 명상은 하루를 정리하면서 내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밝은 빛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명상의 효과 중에서 내가 이런저런 명상 자료를 찾아보며 집중하는 동안, 어떻게 더 긍정적으로 살까에 대한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른 잡생각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명상을 점점 하면 할수록 폭풍의 언덕과도 같은 내 마음에 살랑이는 봄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평안도 잠시, 2주마다 어김없이 감기나 설사를 달고 오는 아들 녀석을 병간호하자면 또다시 그 봄바람이 폭풍으로 변했다. 그래서 난 명상 횟수를 점점 더 늘렸다. 프리스쿨에 아이가 너무 울고 들어갔다면 회사 주차장에서 명상을 하거나, 직장에서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던 날이라면, 아이 픽업 전에 차 안에서 명상을 하거나, 아이와 놀이터에 가서 아이가 모래놀이하는 동안 명상을 한다거나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마음속이 어지러울 때 수시로 명상을 했다.
수시로 명상을 하다 보니 아이가 깨어있을 때 가부좌를 틀고 할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아이의 엄청난 방해에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아이와 함께 명상하기"였다. 긍정 확언의 내용은 내 상황에 맞는 것으로 살짝 바꾸어서 내가 내뱉으면서 아이가 따라 하도록 하거나, 녹음된 파일을 틀어놓고 같이 따라 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아이가 가만히 10-20 분 동안 앉아서 가만히 있지를 않기 때문에 아이를 붙들어두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눈을 감고 아이를 무릎에 앉혀두고 가볍게 안거나 손을 잡고 긍정 확언을 들려주면서 명상을 한다.
"엄마와 영진이는 모든 면에서 날마다 더 성장하고 있다."
"엄마와 영진이는 서로 사랑하고 재미있는 하루를 선택한다."
"엄마와 영진이는 의사소통이 너무 잘되고 서로를 잘 이해한다."
생활에 틈과 여유를 주는 명상으로 잠깐 멈추게 해 줌으로써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 아이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내 주둥이를 멈추게 했다. 날이 선 나의 공격을 유연하게 받아쳐주는 정신적 여유가 생겼다. 최선을 다해 심리상담을 진행해주신 심리상담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실로 나에게는 의무적으로 하는 듯한 심리상담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 게다가 수면의 질도 훨씬 좋아졌고, 더 많은 긍정적 에너지가 나를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일을 하면서 예의가 없는 환자들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명상 하나로 정서적 케어를 모두 다 끝내고 행복하게 잘 먹고살았다. 하고 끝내면 좋았겠지만. 명상을 할 때는 안식을 얻었다가 명상존에 있지 않을 때 가끔씩 불을 뿜는 나의 모습은 참 아이러니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는 여전히 도돌이표였다. 뭔가 잘되어가고 있지만 동시에 이걸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서둘러 연구 자료들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명상
1. 명상하기 전, 아이에게 심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 아이가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이 반복해서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2. 내 상황에 맞는 긍정 확언을 적어두거나 녹음해둔다.
3. 아이와 마주 보고 손을 잡고 가부좌로 앉거나,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손을 잡거나 가볍게 안는다.
4. 시간은 10-20분 할 수 있을 만큼만 한다. 중간에 돌아다니는 아이를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자리를 떴더라도 명상이 끝날 때까지 아이가 들을 수 있게 혼자서라도 긍정 확언을 전달해준다.
5. 명상할 시간만큼 타이머를 세팅해놓고 한다. (중간중간 몇 분이 지났는지 확인하면서 집중력이 깨지지 않도록)
6. 내가 말하는 긍정 확언대로 될 거라 믿고 크게 따라 한다. 무언가를 크게 소리 내서 말하면 그 힘은 10배나 강력하다는 연구가 있다.
7. 표정은 최대한 웃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한다. 반복되다 보면 아이의 표정도 저절로 밝아짐을 느끼게 된다.
8. 사람들마다 명상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다. 내가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다른 이들도 효과가 있으라는 법도 없지만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도 명상을 한다니, 명상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9. 사람들마다 맞는 명상법도 다르니 긍정 확언 명상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본인에게 맞는 명상법을 한 번 찾아보길 추천한다. 요즘엔 도움받을 수 있는 명상 앱도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