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강우근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87).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강우근


내게 찾아온 것들이 가끔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지.


내 방 책상 위를 올라가기를 즐기는 고양이가 우리 집 앞

을 서성거렸던 오후와

서랍의 엽서를 꺼내면 이국의 바다에서 나에게 미소를 짓

던 사람의 파란 눈동자를 떠올릴 수 있는 여름같이


그렇게 어떤 하루는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누군가 내게 남긴 선물 같지.


비가 올 때 듣고 싶은 가수의 노래처럼, 닿을 수 없는 이야

기가 서로를 마주 보는 아름다운 책처럼

나는 우연히 떠오르다가

빛을 내면서 사라지는 것들의 목록을 적고

그건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보내는 신호 같지.


“방금 공원을 지나는 너를 보았어.”

나는 낮잠에서 깨어나

오랜 친구의 전화를 받으며 창문 너머의 햇빛으로 손을

내밀고


어딘가에서 자신을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깨어난 사람들

이 보인다. 나는 불빛이 멈추지 않는 이 행성을 걸어 나갈 수

있지.



다가갈수록 꺼지고 멀어지기만 하는 불빛을 향해. 뒤를

돌아보면 내가 모르는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는 이상한 거리

에 서서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내게 찾아온 것들이 가끔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지.



(나는 가끔 내 마음을 잘 모를 때가 있다. 양가감정이 종종 있어서 진짜 내 마음을 물어 볼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목처럼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면, 나는 다른 행성으로 날아가 나를 닮은 누군가를 만나서 내 마음을 물어보는 상상을 덧붙일 수도 있겠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과거도 다른 행성이 될 수 있겠다. 마치, 상상 놀이를 하는 것 같은 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