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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뎌지지 않기를

by 민휴


열무 싹이 이젠 제법 잘 자라서 싹이 아닌 열무로 변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쯤 되려나... 하트 모양이 몇 개 보이지 않는다. 하트 모양 새싹이 자라서 열무가 되는 것이니 그 많은 사랑들이 녹아서 체화되는 것일까.



제 속에 사랑이 버무려져 있는 것도 잊은 채 천방지축 독설을 내뿜으며 살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만사에 불평불만이었던 시절. 마치, 사랑이 없는 척, 사랑 따위는 애초부터 몰랐던 것처럼.


그러나 사랑은 문득문득 떠올라서 나를 이타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종용했다. 이 나이가 먹도록
살아보니 알겠다. 어머니가 숱하게 심고 가꿔서 나에게 하도나 많은 사랑을 먹이며 입히며 키워 주셨다는 것을. 열무도 제 사랑을 감춘 채 싱싱하게 자라서 사람들의 건강한 먹거리가 되리라는 걸 나는 또 안다.



시금치와 치커리는 더디 올라오고 있다. 부추는 한쪽을 먹다 보면 또 한쪽이 쑥쑥 자라난다. 상추도 맹렬히 자라나는 봄날이다. 토마토는 몇 개나 열리려나. 상상은 즐겁게 해 본다. 무엇이든 먹거리는 귀하다. 먹거리를 대하는 마음마다 그 속에 새싹일 때 보였던 사랑이 무뎌지지 않고 담겨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25.4.23. 복숭아밭 관수관비시설]


복숭아나무에 물과 거름을 줄 수 있는 시설이 관수관비 시설이다. 복숭아나무에 꽃이 필 때나 과일이 커가고 있을 때 물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뭄 때, 물을 줘야 복숭아가 잘 자란다고 한다. 올봄에는 비가 자주 내려서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되었다.



두둑에 고랑을 파야하는데 벌써, 풀이 많이 자랐다. 승용예초기를 임대해서 풀을 베어냈다. 그 후에는 또 포클레인을 임대해서 고랑을 팠다. 초보티가 팍팍 나는 삐뚤빼뚤한 고랑이 귀엽다. 두둑이라서 완만한 경사다. 포클레인이 평지의 작업보다 약간 기울어진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바르지 않은 자세 때문에 몹시 아프다고 한다.



관수관비 시설업체에서 시공을 해주는 부분은 노즐과 수관을 조립하고 깔아주는 일과 물탱크와 모터, 조절장치 등은 설치해 준다. 친절한 분들이 오셔서 설명도 잘해주시고, 밝은 얼굴로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랑을 파고 덮는 일은 우리들 몫이라고 한다. 오늘, 내일 설치업체가 농원에 와 있다. 포클레인으로 고랑을 덮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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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22. 초록숲에서]


블루베리 열매들이 무거워졌다. 통로를 막을 만큼, 아래로 아래로 겸손해지고 있다. 비 내리는 날 투두둑 투두둑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더 크게 들리는 빗소리지만, 평화롭게 들리는 이유는 예쁘게 커가는 초록 이파리와 튼실한 열매들 덕분이겠지.



파이프를 세워서 통로를 확보하겠다고 원거리까지 가서 직접 잘라 온 파이프들이 통로 입구까지 분산되어 보관 중이다. 복숭아밭 관수관비시설 작업이 끝나면, 다음 공정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다. 망치로 파이프를 두드려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기둥을 세운 후, 중방에서 고정하면 된다. 기계를 지인분께 임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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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품종이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 하우스다. 필요 없는 곳에 이파리 없이 생긴 열매들은 따준다. 가지 끝부분이 아닌 중간이나 바닥 쪽에 달린 열매도 따준다. 다닥다닥 붙은 열매들 간격을 조정해 준다. 초록숲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작업하는 시간이다.



공정을 80% 완성률로 판단된다. 이주까지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는 복숭아나무에 꽃과 열매솎기에 매달려야 한다. 세월보다 내 일이 더 더 밀려 있다~ 일 복도 복일까???






[25.4.24. 복숭아밭에서]


날씨... 정말 덥다~~ 복숭아밭에 비상이 걸렸다. 관수관비시설 설치 중이다. 점적 수관을 묻을 때 얇은 부직포를 감싸야한다. 물이 나오는 부분으로 흙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풀뿌리가 들어가서 수관을 막기 때문이란다.



부직포를 단단하게 잡아서 60cm 정도의 간격, 수관 마디 2개에 한 번씩 스테이플러로 고정한다.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는 활동이다. 내 작업을 뒤따라 남편이 포클레인으로 흙을 덮으며 온다. 원시적 작업은 다~~ 내가 하고 장난처럼 기계로 일을 하는 남편이다.



롤을 30m 정도 펼쳤다가 스테이플러 작업을 하면서 허리 쉼을 한다. 날씨는 쾌청하지만, 기온은 높다. 머리에 모자를 쓰는 건 머리카락이 눌려서 딱 싫은데, 얼굴이 타지 않게 하려면 모자는 필수다. 오늘도 햇살이 따가울 거라는 예보다. 관수관비시설 마무리해야 하는 목표 최선을 다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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