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Stilton Cheese Piercing
작업장에서 커드를 후프에 넣기 전에 연구실의 헤더가 샘플을 채취하고 다녔듯, 숙성실 또한 연구실의 검사와 관리하에 있었다. 담당자인 애나는 항상 치즈 아이언을 들고 다니며 숙성 중인 치즈들을 테스트했다. 모든 치즈를 테스트하는 것은 아니고 테스트용 샘플이 따로 있었는데, 각 배트에서 만들어지는 치즈 양의 10%다. 가령 7월 9일 3번 배트에서 치즈 60개가 만들어지면 그중 6개가 샘플로 지정되는데, 이 샘플 치즈에는 붉은 플라스틱을 꽂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두었다.(치즈가 쌓여 있는 선반에는 날짜와 함께 배트의 번호를 꼭 표기하는데 그날 제조에 사용된 우유와 레닛의 종류에 관한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애나는 이 샘플 치즈에 치즈 아이언을 깊숙이 꽂아 한 바퀴 돌린 후 빼냈다.
“이 숙성 단계에서는 치즈의 안쪽을 볼 수 없으니 이렇게 빼내서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검사하는 거예요. 발효 상태나 부패 여부나 질감 등을요.”
내가 애나와 이야기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는 피어싱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치즈 표면에 수많은 구멍을 뚫어주는 작업이다. 피어싱용 기계 위에 원통형 치즈를 올리면 치즈가 자동으로 돌아가면서 양옆에서 16개의 쇠바늘이 치즈를 찔러 총 256개의 구멍을 뚫는 것이다.
피어싱 기계가 쓱싹쓱싹 소리를 내며 치즈를 찔렀다. 아무리 생명 없는 치즈라지만, 그 쓱싹거리는 소리가 그리 편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런 감상을 말했더니 애나가 나를 숙성실의 다른 칸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피어싱 작업이 끝난 치즈를 찾아내더니, 거기에 치즈 아이언을 꽂았다가 빼내 내게 내밀었다.
“보여요?”
“잘 숙성된 치즈가 보이기는 하는데, 뭘 봐야 하죠?”
“피어싱 한 자리를 따라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게 보이죠? 피어싱을 하면 그 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가 푸른곰팡이가 퍼져요. 곰팡이에게 길을 만들어주는 거죠. 피어싱 작업은 푸른곰팡이가 미처 닿지 못한 부분까지 잘 퍼지라고 구멍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애나는 조금 전에 빼냈던 치즈를 제자리에 다시 꽂아 넣곤 치즈 몸통을 살짝 돌려 구멍이 뚫려 있지 않은 부분에 아이언을 꽂았다가 빼내서 내게 다시 내밀어 보였다.
“여기 이 부분이요. 같은 치즈지만 구멍이 뚫리지 않은 부분은 이렇게 우유만 뭉쳐 있죠. 블루치즈를 샀는데 푸른곰팡이 없이 하얀 치즈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이 때문에 피어싱 작업을 두 번 거친다고 설명했다. 첫 피어싱 후에 곰팡이가 잘 퍼지도록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두 번째 피어싱을 통해 미처 공기가 닿지 못한 부분까지 구멍을 내 푸른곰팡이를 치즈 곳곳으로 꼼꼼히 보내주는 것이었다. 이 두 번째 피어싱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6번 방에서 일주일을 머문 후에 옮겨 가는) 8번 방이었다.
8번 방은 습도를 확 낮춰 68%로 관리되며, 온도는 16℃로 변함없다. 치즈는 이곳에서 열흘을 머물며 “나 거의 다 익었어요”라고 말하듯 미미한 암모니아 냄새 속에 달달하게 익은 향을 뿜어냈다. 일주일의 기간을 두고 피어싱을 두 번 받은 (한 번에 256개의 구멍이 뚫리니, 두 번이면 512개의 구멍이 뚫린다) 몸통에는 완연한 갈색을 띠는 두꺼운 껍질이 덮여 표면이 나무처럼 거칠거칠하다. 색깔도 그렇고 단단함도 그렇고 누군가 통나무를 진열해놨다고 속여도 믿을 만한 모습이다. 치즈 위아래 면은 몸통을 뒤집을 때마다 바닥에 닿기에 곰팡이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조금 느렸는데, 이제는 만져보면 끈적임도 없이 건조한 곰팡이 가루가 묻어날 정도였다. 가장 발효가 취약했던 부분까지도 마침내 모두 끝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