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호스피스 병동 생활

2019년 5~6월 은평성모병원 입원기

by 로사 권민희

지난 2월부터 귀에 들리는 이야기 “통 밥맛이 없다”아빠와 전화 통화하면서 들을 수 없었던, 아니 일생의 낯선 말이었다. 반찬도 보내고 홍삼도 보내드리며 더 자주 전화를 드렸다.

병원에도 가보시라고 했는데 이 어른 가지 않으시겠다고 하고, 영 목소리가 마음에 걸리던 중 작은 고모의 전화를 받고 지난 5월 7일 정읍에 내려갔다.


그곳 내과에서 빠르게 암진단을 받고, 서울에 모시고 올라와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10일, 5월 16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종양내과 진료 결과 위암 4기 간과 폐 전이로 3개월여의 시한부 진단을 받았다.


항암요법도 치료가 아닌 연장 개념이었지만 조직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받기로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정돈하고자 아버지와 함께 울산에서 열리는 아봐타코스에 참석했다. 몸은 의사의 영역이라면 의식은 내가 주인이 되어 가꿔야 하니까. 이틀간의 코스와 바닷가 여행을 다녀와서 우리는 일체로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5월 28일 세브란스 진료에서는 종양 내과에서 호스피스학과로 주치의가 바뀌고 항암 처방을 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호스피스 병동은 두려움과 미지의 시간, 서울시내 운영하는 곳도 적고 어디로 가야 잘 지낼지 모르겠는 두려움이 컸다.


환우 보호자들이 겪는 감정선이 이런 것이구나. 몇 해동안 암환우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기에 조금 더 내 감정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전에 강연 진행할 때 머리로 알던 것들이 가슴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 집에서 닷새간 모시는데, 불면 증세로 간병이 쉽지 않아 도움을 청했더니 의료생협 강연을 연결해주셨던 이준구 선생님께서 원장으로 계신 부천재활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에서 그리 머지 않은 은평성모병원 당일 진료(3시간 기다림)후 6월 3일 입원을 확정했다. 다행히 대기가 없었다. 입원 전 주말에 아빠 살던 정읍 집과 성당에 다녀오는 1박2일 여행을 했다. 아빠 형제들도 서울, 세종, 정읍에서 오셔서 함께 미사를 했다. 감사한 주말이었다.


6월 3일

입원 첫날, 의사, 간호사, 성직자,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팀과의 만남, 환자 상태와 주변 관계를 이야기 나눴다. 환대라는 것을 경험한다. 이해와 사랑으로 시작된 병원 생활. 하루하루 너무 소중한 24시간을 7일간 보냈다. 이 시간이 아빠에게도 내게도 후회없는 시간이 되도록 촘촘이 깨어있으려 했다. 그 어떤 수련보다 강력했다. 매일 눈을 뜨면 “최상의 하루 만들기”를 결정했다. 그간 배운 아봐타 연습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었다.


일주일간 24시간을 함께 보내며 떠날 사람도 보낼 사람도 어떤 마음으로 있을지 배워나갔다. 의료진의 정성스런 케어,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나눠주는 친절과 협력, 병실안의 존중감, 귀한 시간을 보내고 앞으로 여정을 준비할 힘과 용기를 얻었다.


6월 10일

내일부터 아봐타 코스 안내를 들어가기 위해 간병인을 일주일간 고용했다.
개봉동에 사는 조선족 지복씨. 명상에서 깊은 일체감을 느끼는 상태일 때 지복감을 느낀다는 표현을 한다. 그를 만나고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났다.
정오에 그가 배낭과 반찬가방을 들고 나타났는데 너무 마음이 든든했다. 우체국 업무를 보고 롯데몰에 가서 그를 위해 햇반과 컵라면, 믹스커피를 사서 낑낑거리며 병원으로 들고 옮겼다.
일들을 인수인계했다. 매일 꽤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았는데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오라소마 선생님과 얘기나누며 눈물콧물 쑥 빼고 난 후라서인지 마음도 가벼웠다. 오늘도 이렇게 이별을 배운다.
아빠의 병실에는 50년차 수사님과 그를 간병하는 수사 신부님 두 분이 계신다. 영적인 보호를 받고 계신 느낌적 느낌이랄까? 그들과도 곧 이별이다. 주말에 성북동 수도회로 이동하신단다. 일주일을 동고동락해서 인지 가족 같다 .


아빠와 나는 최상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5월 7일부터 오늘까지 함께하고 있다. 이 여정을 도와주러 나타난 지복씨. 행운의 사나이다. 나도 내일부터 주말까지 지복을 느끼며 삶의 연금술을 함께 배우고 훈련할 것이다. 내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병원인가 사랑의 수행공간인가. 은평성모병원.
칠보성당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귀한 미사 시간.
아빠의 벗 순돌이 한달간 혼자 집을 지켰다.
카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치유의 숲 성모상
입원 둘쨋날 진행된 미술요법
아빠의 손을 주제로 작품 활동.
14층에서 내려다본 정원



창밖엔 녹음이 한창. 자연으로 둘러쌓인 병원은 그 자체로 치유를 준다.


책읽으실 때 간호사 선생님이 혈압재고 간호하는 모습. 모든 순간 유연하고 환자 중심으로 케어하는 병동 분위기에 감동받는 순간.



병실옆 작은 도서관. 여기서 일도 하고 아빠와 책도 읽었다.
사랑하는 공간, 창밖으로 우거진 숲이 마음을 위로한다.


병문안 맞이방. 저녁에 티비도 보고 차도 마신다. 10개 침상이 운영되어 모두 금새 친해진다.



응접실의 타블렛으로 마음피트니스 유투브를 본다


복도 곳곳 예술 작품이 있어 전시장 온듯 마음이 좋다.




기도실. 한밤 잠이 안올 때, 비상등 조명이 왠지 예술같아 찍어봤다.
요법실, 저 창가 아래 아빠가 만든 작품이 있다. 제목은 여유.


각지의 성당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는 방. 목욕, 면도, 말벗, 간식까지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선물받았다.
임종을 맞이하는 방. 지나면서 삶을 생각하게 된다. 병동 곳곳이 수행처다.
미술, 향기, 음악 등 다양한 요법으로 환우와 가족들의 마음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정성스럽다.
이곳은 보호자실에 있는 안마기. 아빠도 잠시 몸을 맡겼다.
환우와 자원봉사자로 만난 45년 해방둥이들 나랑 있으면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다 하시던 분이 한 시간을 저렇게 웃고 이야기 나누셨다. 좋은 토요일.
아빠와 추억보따리를 가득 나눠준 멋쟁이 막내고모.
아빠와 함께 만들 여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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