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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Apr 11. 2022

서울에 간다

올해 벚꽃 구경은 무궁화호에서...

모처럼 무궁화호에 탑승했다. 논산에서 1시 15분 차를 탑승해 4 호칸으로 가면 노트북을 꺼내 두고 일할 수 있는 좌석도 있다. 나는 이 공간을 코레일 공유 오피스라 칭한다. 와이파이도 빵빵하다. 노트북으로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물길이며 꽃길이 시선을 가져간다. 산은 베이비 그린의 이파리와 흰 분홍의 벚꽃이 생기롭다. 올해는 개화가 늦다고 생각했는데 낮 기온은 초여름 같아서 기차에 에어컨이 가동된다.  벚꽃이 만개한 시기의 맑은 날 기차 여행은 처음이다. 오늘 처음 만나는 순간이라는 관점이 오후를 생기롭게 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구간은 연산-계룡-서대전 사이의 물과 골짜기가 펼쳐지는 구간이다. 물이 오른 아름드리나무며 기찻길 옆 오래된 마을이 전해주는 아늑함이 좋다. 무궁화호에서는 KTX에서 느낄 수 없는 풍경을 만끽하는 여유가 있다. 역과 역 사이, 저 멀리 시선을 보내면 꽃다발처럼 줄지어 있는 벚꽃 가로수 길이며, 입체적으로 보이는 동네 풍경, 역마다 다른 분위기들을 관찰할 수 있다.


지난주 논산사경센터 팀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서울에 올라간다' '논산에 내려간다'는 표현에 대하여 이야기 나눴었다. 우리는 왜 그곳에 '간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올라간다라고 할까? 재밌는 건 남부 지방에 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도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 무의식 속에 상하 위계가 있는 것일까? 머릿속으로 생각한 주제를 누군가의 입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나니 조금 의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깨어서 말을 하면  '서울 간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오늘은 집에서 나와 <어쩌다 산책> 책방에 들러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서울에 간다'라고 말을 했다. 내일과 모레 서울에서의 업무 일정을 위해 배낭에 노트북을 넣어 기차역으로 가는 길은 봄 여행처럼 설렘이 느껴진다. 누군가와 인사 나누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시간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내려온다'가 아닌 '논산에 간다'로 말해봐야지.


이 글을 쓰는 사이 책방 주인장 써니 언니에게 '정겨운 봄나들이 기차 타고 싶다'는 카톡이 도착했다. 소녀 같은 마음이 느껴져 나도 몽글거린다. '봄 나들이 다녀와 '저 왔어요' 인사 나눌 곳에 써니 언니가 계셔서 좋아요' 답글을 적었다. 다음 주엔 책방을 내가 볼 테니 기차로 대전이라도 다녀오시라고 해야지. ㅎㅎ 갑작스레 이웃이 생긴 4월의 논산. 출장길이 조금 특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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