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정확히는 1월 7일, 큰아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같은 날 작은 아이의 종업식도 있었죠. 코로나로 부모님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은 까닭에 이렇다 할 졸업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습니다. 뒤돌아보면 인생의 크고 작은 기념일에 부모와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으로 사소한 일 같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 일이 꽤나 의미 있는 일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졸업을 앞둔 큰아이는 감사했던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며칠 동안 틈틈이 편지를 썼습니다. 3년 동안 자신에게 큰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과 기억에 남는 일화를 적어 색색의 봉투 안에 담았습니다. 3년간 베프로 끈끈한 우정을 나눈 친구들에게도 일일이 손편지를 쓰더군요.저 혼자 몰래 이별의 아픔을 삭이며 눈물 콧물 찍어내는 큰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 저도 모르게 콧잔등이 시큰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곧잘 손편지를 씁니다. 짧은 메모일 때도 있고, 때론 장문의 편지일 때도 있죠. 피치 못할 이유로 아이들 귀가 시간에 집에 있지 못하는 경우에는 흰 종이에 깨알 같은 글씨로 몇 가지 당부의 말과 오늘 하루를 묻는 편지를 써서 식탁 위에 남겨놓곤 했습니다. 졸업식과 종업식을 하루 앞둔 그날도 두 딸들을 위해 손편지를 적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아이에게는 축하와 격려의 내용을, 중학교 1학년을 마친 작은 아이에게는 격려와 응원의 내용을 담아용돈과 함께건넸습니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고놀다 들어오겠다며 들떠있던 작은 아이가 용돈을 보자마자 반색을 하며 환호성을 질러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용돈을 요구하던 딸아이에게 "글쎄, 너 하는 거 봐서..."라며 계속 튕기고 있었거든요. 여하튼 기분 좋게 편지를 읽기 시작한딸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와서 말없이 두 팔을 목에 감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편지의 내용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딸아이가 듣고 싶은 위로와 격려의 힘이 실린 메시지는제대로 전달된 게 틀림없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이렇게 글로 적는 연유는 오늘 읽은 '웅숭깊은 라쌤' 작가님의 글 덕분이었습니다. 자녀에게 부모의 응원과 격려, 때론 사과와 사랑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면 저 역시손편지를 추천합니다. 비록 딸아이 반 학생 전체에게 보낼 만큼의 배포와 아량은 갖추지 못했습니다만... 또 누가 압니까? 작은 아이가 졸업하는 날, 큰아이가 졸업하는 날, 반 학생 전체에게 손편지를 건넬 지도요.
덧) '웅숭깊은 라쌤' 작가님의 동의 없이 작가님 글을 공유합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