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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화분

by 미니작업실



너무 추워서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요즘은 환기를 할 때 시원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게 느껴진다. 해가 길어지고 광량이 좀 많아지니 식물등에 잎사귀가 그을리는 증상도 생겨 조금씩 거리 조절도 해주고 있다.

가드닝을 하면서 느끼는 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해도 또 모르는 분야가 계속 보이고 예전에 들었지만 몰랐던 부분에서 갑자기 눈에 띄게 이해될 때가 있다. 그래서 모든 건 경험을 통해서 자꾸 연습하기를 해봐야 보이고 배우는 게 있는 것 같다. 가드닝에 관심이 있다 보니 저절로 알고리즘으로 뜨는 영상들이 있었는데 화분 크기를 줄이면 키우기가 훨씬 좋다는 거였다. 초보 입장에서는 '적당히'도 어려운데 '작게'라는 말도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작은 화분들은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몸집보다 큰 화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좀 급해 보이는 애들만 먼저 화분갈이를 해줬는데 이후 몸살로 빨리 죽어버린 애들도 있었고 또 잘 견뎌 건강해진 애들도 있었다. 적응한 화초들은 훨씬 몸집이 가벼워 보이고 과습으로 죽이는 일은 없을 만큼 흙이 잘 말랐다. 작은 화분들은 그래도 이해가 빨랐는데 좀 순하고 키가 쭉쭉 커지는 초록이들은 의외로 화분 크기를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화분이 커지면 흙 관리(병충해)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흙이 많이 들어갈수록 흙 비용문제도 커지고 화분도 묶음으로 사기도 어려워지니까 말이다. 덕분에 큰 화분들을 다시 파보고 뿌리발달보다 커 보이는 화분은 과감하게 작게 만들어주었다. 아레카야자는 작은 화분하나, 낮고 흙이 많이 들어가는 화분으로 분리해서 심어놓으니 훨씬 잘 어울려 보였다.


이젠 내 차례이다.

화분들은 봄을 맞아 저마다 맞는 크기의 화분으로 바꿔주었는데 내게 남아있는 묵은 짐들과 길게 가져가야 할 숙제들이 엉켜 정리해 달라고 하는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글과 영상을 보다가도 내 형편과 라이프 스타일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으니 고민이 많았다. 뭔가를 더 가지고 싶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알뜰살뜰 더 잘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분이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고 내 뿌리에 비해 흙이 많아 얼마든지 뿌리를 크게 키울 수 있다고 좋은 게 아닌 것처럼 나에게도 너무 많은 2025년을 담으려고 하지 말고 딱 한 달 정도의 앞만 보며 정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잔짐이 많은 미니멀라이프가 말이 맞지는 않지만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조절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알로카시아, 이 전 화분 크기
아레카야자 / 알로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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