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지만 집 안에 화초들이 조용히 봄을 알리고 있다.
쿨한척했지만 은근히 꽃 집착이 강했던 식집사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한동안 꽃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었다. 분명 사계절 꽃이 핀다고 했는데 꽃봉오리는커녕 갖고 있던 초록 줄기랑 잎새마저 무르고 누렇게 마르고 허전했던 시간이 길었다. 오히려 화분들이 쉬고 있을 때 그때 나는 조용히 화분들을 돌봤다. 어차피 겨울이라 꽃을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저 초록잎새를 잘 유지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흙과 물마름의 상태를 틈틈이 살피고 시들어가는 잎새는 잘라주었다. 몸집이 작아진 아이들은 화분을 작게 바꿔주었다. 흙이 좀 오래돼 보이면 영양제도 주면서 이미 가진 초록잎을 잘 유지하는 것에 정성을 보였다. 그렇게 성가시게 보이는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면서 조용하면서도 분주한 겨울을 보냈다. 미용실에 다녀오는 아이들 머리카락처럼 여기서 보면 막상 다듬을 게 없어 보여도 확실히 손길이 간 아이들은 단정하게 티가 났다. 그렇게 내 꽃에 대한 집착이 다 졌을 때쯤 몇몇 화초들이 봉우리를 만들어 주었다. 꽃 욕심을 버리고 겨울 끝물까지 가지치기를 해대는 초보식집사 덕에 뒤늦게 꽃망울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반평 정도 되는 작은 화단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망울이 맺혀도 언제든지 변심하고 말라 떨어질 수도 있었다. 무심한듯했지만 계속해서 꽃대를 지켜봤다. 우리 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제라늄은 봄에 우리 집에 와서 겨울에 다시 꽃 피워주는 선물을 해줬다. 꽃을 이미 피운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과는 다른 기쁨을 주었다.
식물 키우면서 동향집은 꽃 식물은 포기하는 거에 가깝고 또 동향집 치고도 아침 햇빛마저도 참 잘 안 들어서 한 해 동안 빛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다. 우연히 지난번 꽃들을 전면 재배치하면서 보다 가까워진 식물등으로 아이들이 더 꽃을 잘 피울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애쓰고 있는 꽃들에게 저절로 가장 고파보이는 것을 주게 된 것이다. 덕분에 포기했던 다른 화초들, 밀리언벨, 삭소롬, 사랑초 등등 저절로 꽃망울을 만드는 걸 보면 최적의 온도, 광량이라는 게 확실하다는 걸 저절로 배우게 되었다. 제라늄이 준 선물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능 좋은 식물등을 하나 더 들이게 되었고 자신 없었던 호접란도 들이게 되었다. 덕분에 이른 봄이 집에 찾아온 것 같다.